<조선일보>가 20대를 향해 "오는 대선에서 386세대와 한 판 승부를 벌일 때"라고 선동하는 칼럼을 실어 주목된다.
이 신문은 지난 2002년 대선 전에도 당시 이데올로그였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의 '30대 고립론'을 적극 유포했었다. '30대 고립론'은 50대가 그들의 자녀인 20대를 설득하고 40대를 견인해 30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오는 대선에서 '포스트 386'은 봉기하라
<조선일보>는 8월 25일 박해현 문화부 차장의 '포스트 386의 봉기'라는 기명 칼럼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 386과 포스트 386은 경쟁 사회의 원리에 따라 한판 승부를 벌일 때가 됐다"며 "386과 포스트 386의 투쟁은 정치적 이념적 차원에서 이른바 '진보 정권 10년'에 대한 판정을 대행한다"고 주장했다.
박 차장은 이 신문에 소설 '퀴즈쇼'를 연재하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 씨가 사석에서 한 말을 인용해 "심형래의 영화 <디워> 찬반논란은 (386세대와 포스트 386세대 간의) 싸움의 서막"이라며 "<디워>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386세대 평론가 진중권을 향해 '안티 진중권' 운동을 주도하는 네티즌은 대부분 포스트 386세대"라고 주장했다.
박 차장은 이어서 "'열 받은' 진중권이 자신의 블로그에 <디워> 옹호자를 조롱한 게 또 사이버 공간에서 포스트 386세대의 분노를 들불처럼 번지게 하고 있다"며 "386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변혁의 세대였지만 포스트 386세대의 눈에는 새로운 '꼰대'로 비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장은 결론적으로 "정치ㆍ사회적으로 기득권 세력이 된 386세대가 포스트 386세대를 위해서 한 일이 없다는 비판은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나온다"며 "민족ㆍ평등ㆍ분배를 내세웠지만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386세대의 이념에 대해 냉소적인 '성난 젊은이'의 반란의 (결과는) 오는 12월 19일 나온다"고 주장했다.
5년 전 '30대 고립론'의 화려한 부활?
사실상 20대를 상대로 대선에서 30대~40대와 다른 선택을 하라고 선동하는 이런 <조선일보>의 칼럼은 낯익다. 5년 전에도 똑같은 주장이 당시 이 언론의 이데올로그였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을 통해 펼쳐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 전 사장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386세대를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조 전 사장은 2002년 <월간조선> 5월호에 실은 '왜 20대의 천적은 김정일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돈ㆍ직위ㆍ나이를 가진 50대는 돈으로 시장에서, 직위로 직장에서, 나이로 가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젊은이를 선도할 수 있다"며 "50대가 20대를 설득하여 반(反) 김정일 통일전선에 40대와 함께 묶어 둔다면 30대의 좌파는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갑제 전 사장은 2002년 대선 당일까지 계속 "돈으로 20대를 매수하라",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20대의 등록금을 끊어라"는 식의 50대가 20대를 견인해 30를 고립시키자는 주장을 계속 밀어붙였다. 박해현 차장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20대의 비참한 현실을 언급한 것만 빼놓고는 사실상 5년 전 조갑제 전 사장이 했던 주장과 다르지 않다.
박 차장이 칼럼에서 언급한 <88만 원 세대>의 저자들은 지금 20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한국 사회에 대한 20대의 각성과 함께 유신세대, 386세대가 20대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세대 간 연대를 적극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관련 기사 : "'요즘 20대가 한심하다'는 386은 들어라").
두 가지 다 <조선일보>의 '386세대 고립론'과는 동떨어진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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