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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美 쇠고기 먹으라' 부추기다 갑자기 '미국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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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美 쇠고기 먹으라' 부추기다 갑자기 '미국 책임'

수입 금지는 막아보자 '꼼수'?…<문화>는 "수입 금지 안 돼"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등뼈(척추)가 발견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그간 미국산 쇠고기 옹호에 앞장서온 <조선일보>가 새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미국의 수출 검역 책임을 거론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불과 며칠 전까지 '소비자 선택권'을 거론하며 사실상 서민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고 부추겼었다. 이런 변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금지를 유보하고 있는 농림부를 향한 비판 여론 확산을 차단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금지되는 사태까지는 막아보자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데올로기 공세'라던 <조선일보>의 갑작스런 변화?

<조선일보>는 4일 '미국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의 몫'이라는 사설을 통해 "척추 뼈 반입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 검역이 엉성해서 생긴 일"이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수출 검역을 허술하게 한다면 미국산 갈비 수입을 허용하기는 힘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서 "미국은 원인을 확실히 밝히고 우리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설의 내용은 불과 한 주일 전의 논조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 신문은 26일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의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미친다는 그 주장'이라는 기명 칼럼을 통해서 그간 시민ㆍ사회단체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을 경고해온 것을 '이데올로기 공세'라고 헐뜯으며 자극적인 표현을 써 조롱했다.

박 부장은 "제발 '미국 소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리고 미쳐 죽는다' 같은 자극적이지만, 수준을 의심케 하는 선전전보다는 좀 더 냉정하고, 과학적인 논쟁이 이뤄질 때가 됐다"며 "이데올로기를 덧씌운 먹을거리 논쟁은, 이제 좀 지쳤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 자체를 거론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자극적인 표현으로 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박 부장의 주장은 같은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불과 한 주일 만에 얼마나 경솔한 것이었는지 확인됐다. 심지어 이 신문의 4일 사설은 '우리는 뼈 국물까지 우려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는데 광우병 위험 물질을 극히 소량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전날의 시민ㆍ사회단체의 기자 회견 내용까지 인용했다.

<조선일보>의 농림부 구하기…미국이 알아서 해라?

이렇게 <조선일보>가 새삼 미국의 수출 검역 책임을 거론하고 나서자 사실상 '농림부 구하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라'는 여론의 압력에 직면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돼 결과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영향을 주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보자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신문의 주장은 농림부의 입장과 똑같다.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등뼈가 발견됐는데도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는커녕 검역 중단이라는 소극적 조치로 일관하면서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미국이 '잘' 해명해 이 위기를 넘어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신문은 이렇게 농림부가 미국의 입만 바라보는 이유까지 정확히 지적했다. 이 신문의 4일 사설은 "일본은 작년 1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되자 즉각 수입을 중단시켰었다"며 "우리 정부는 FTA 비준을 앞둔 상황을 감안해 미국 입장을 배려해 검역 중단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문화일보>의 사설은 더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낸다. 이 신문은 4일 '수입 쇠고기 문제, 미국의 신속한 개선 기대한다'는 사설에서 "국내 일각의 전면 수입 금지 주장은 적절치 못하다"며 "미국은 현행 위생 조건을 성실히 준수해야 할 의무가 엄연하다"고 지적했다.

등뼈 나와도 미국산 쇠고기 불티난다고? 판매 급감!

<조선일보>, <문화일보> 두 신문이 시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미국산 등뼈 발견 직후의 보도 태도로도 잘 알 수 있다. 두 신문은 모두 농림부의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음을 지적한 3일의 시민ㆍ사회단체 기자 회견을 보도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美 쇠고기 '검역 중단'은 불법…美 처분만 기다린다고?" )

특히 <문화일보>는 대신 '뼈에도 불티난 대형마트'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됐지만 판매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로 등뼈가 발견된 후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는 급감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미국산 쇠고기는 한 주일 전과 비교했을 때 10~15%가량 판매가 줄었다.
모르면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쓰지를 말든지
- "자사 기사라도 제대로 챙겨 읽었더라면…."

조선일보사 박은주 엔터테인먼트부장의 글은 <조선일보>가 그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취재하는 데 얼마나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이 초래할 위험이 얼마나 큰지 국내외 과학계에서 쏟아진 논문과 이를 보도한 국내외 언론의 기사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굳이 논문까지 찾기 않더라도 참고할 기사는 수없이 많다. <프레시안>은 일본 정부의 광우병 관련 정책을 자문하는 식품안전위원회 산하 프리온조사위원회 의장(대리)을 맡았던 도쿄의대 카네코 기요토시(49) 교수의 인터뷰(☞관련 기사 : "한국, '광우병 공황' 일본 전철 밟고 있다") 등을 비롯한 수편의 기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과학계의 시각을 전한 적이 있다.

그 중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과학 저술가 리처드 로즈가 광우병,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의 위험을 경고한 <죽음의 향연>(사이언스북스 펴냄), 미국 치매 환자의 상당수가 인간광우병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한 콤 캘러허 박사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고려원북스 펴냄)의 소개 기사도 있다.

공교롭게도 캘러허 박사의 책은 <조선일보>의 과학 '전문' 기자가 직접 기사까지 써서 2007년 3월 10일자에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 기사는 이 책을 번역한 김상윤 서울대의대 교수, 안성수 박사가 국내의 몇 안 되는 광우병 전문가라는 사실을 굳이 밝혀 이 책의 내용이 신뢰할 만함을 설명했다. 박 부장이 자사 지면에 실린 기사라도 제대로 챙겼다면 이렇게 용감한 칼럼을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채식'하면 안전할까…광우병의 모든 것 알려주마", "'노 대통령! 개헌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오' : 美 쇠고기 위험 폭로한 美 과학자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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