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5월 포털사이트가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는 표현물을 직접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한 데 대해 포털사이트 회사가 항소해 주목된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11일 "포털사이트의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NHN "포털사이트의 법적 책임 명확히 하기 위해 항소"
NHN은 이날 항소 사실을 알리면서 배포한 글을 통해 항소 이유를 밝혔다. NHN은 "포털사이트가 언론 기사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포털사이트가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기사를 삭제하거나 변형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저작권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NHN은 "이번 판결은 뉴스 댓글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블로그에 등록된 이용자의 게시물에 대해서도 포털사이트의 포괄적 책임을 묻고 있다"며 "이 경우 포털사이트가 법적 방어를 위해서 이용자 게시물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N은 "이번 판결은 포털사이트에게 사적 검열자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이용자, 언론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다른 형태의 정보 왜곡 및 사회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NHN은 이번 항소가 포털사이트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여론에 배치되는 것을 의식한 듯, "이번 항소는 법원이 포털사이트의 법적 책임을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포털사이트가 가져야 할 법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포털사이트 회사도 항소…포털사이트 책임 공방 불 붙을 듯
업계에 따르면, NHN과 함께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 야후코리아(야후) 등 다른 포털사이트 회사도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18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들 4개 회사들에게 "각각 300만~500만 원씩 모두 16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었다.
원고 김 아무개(31) 씨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실명, 신상, 사진이 공개돼 큰 피해를 입었다며 4개 회사를 상대로 "5억여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각 포털사이트는 김 씨의 자살한 여자 친구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 씨 글이 많은 누리꾼의 비방을 받으며 화제가 되자, 관련 기사를 초기 화면 등에 올렸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소송에 대해 "각 포털사이트는 기사 댓글을 통해 김 씨 정보가 알려져 김 씨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서도 관련 기사를 방치해, 누리꾼이 댓글로 김 씨를 비방하게 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포털 사이트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작성하지 않더라도) 기사 내용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