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말기에 이르면 대체로 민심이 떨어져나가기 마련인데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수준은 따라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마저 받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일본의 경제침체기를 극복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고이즈미 정권은 전후 요시다(吉田) 내각의 일본재건과 같은 차원의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일본 이와나미 출판사의 평론지 <세까이(世界)>지는 고이즈미 정권의 신자유주의 시장주의가 가져온 일본의 양극화에 따른 격차사회(格差社會)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가 주도한 개혁이라는 것이 일본사회의 경직된 관료주의와 타성을 격파하는 의미를 지니기도 했지만,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박탈해버리는 방식이 되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격차사회가 지속될 경우, 그것은 일본의 장기적 역량을 소진시킬 수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갈등과 불만이 축적되어 가면 그것은 일본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일본 지하철을 타고 무표정하게 퇴근하는 이들의 피로에 찌든 모습은 격차사회가 가져온 부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우울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시장개혁이라는 것의 본질은, 보다 많은 이익은 대자본에게, 그리고 손실은 사회에 전가시키는 방식이 됩니다. 이른바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본 위주의 정책을 밀고 나갔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에게 돌아갔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고이즈미 정권은 대외적으로도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정책적 선택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 내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일본의 국제적 발언권을 높였다는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일본에 대한 주변의 적대감을 심화시키고 일본의 위상을 더더욱 고립시켜가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일본의 외교는 붕괴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을 지경입니다. "과거 식민지 전쟁에 대한 정당화를 추구하는 일본 내 세력"의 요구를 따른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고이즈미 정권이 일본 우경화의 중심에 섰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일본의 국제적 장래는 다른 선택을 할 정치적 의지를 갖지 못할 경우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패권경쟁에서 적지 않게 힘이 빠지고 있는 미국에 업혀서 중국과 각을 세우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현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장 개혁노선을 추구하면서 사회적 양극화의 늪에 빠져 들고 있는 점도 유사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 고이즈미 5년은 우리에게도 교훈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정략을 통한 민심 얻기에만 분주한 판이니 생각해볼 바가 참으로 많습니다. 독도 문제도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사태는 간단치 않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