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에게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아 온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이 개정안이 가난한 사람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결국 무시하고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강행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의료비 부담시키는 의료급여 개정안 통과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진료비를 본인 부담토록 하는 복지부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이에 따라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는 7월 1일부터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1000~2000원의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이들은 의료기관을 본인 부담 없이 이용해 왔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본인 부담금이 월 2만 원을 초과할 때는 초과 금액의 50%를, 5만 원을 초과할 때는 초과 금액의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 달에 본인 부담금이 4만 원일 때 초과 금액 2만 원의 50%인 1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개정안도 2월 중으로 법제처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에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월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지원하고 △특정 병·의원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별도의 의료급여 카드를 발급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시민단체, 인권위원회 반대했지만 역부족
이런 복지부의 의료급여법 개정안은 유시민 장관이 지난 10월 제도 개정 방침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부터 큰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복지부가 지난 12월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시민단체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서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개정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특히 인권위원회는 지난 15일 건강권과 같은 사회권에 대해 침묵해 온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해 복지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인권위원회는 "복지부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의료비를 부담하게 한 것은 이들의 병원 이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해 건강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회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특정 병·의원만 이용하도록 한 선택병·의원제도 역시 당사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이들에게 먼저 적용해 차별적 소지가 있다"고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이 기관은 "노인 질환자가 많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특성상 필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파스'에 대한 지원을 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인권위원회는 또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별도의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 카드로 주는 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 기관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책도 별도로 제시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자와 비교할 때 차별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취지는 존중하지만…", 인권위원회 '반대' 의견 무시
이런 인권위원회의 반대 의견에 대해 복지부는 "의견 표명의 취지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면서도 "수급자·공급자의 의료 오·남용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의료급여의 재정 건전성과 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현재 추진 중인 의료급여 제도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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