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온돌마루 용 접착제 문제와 관련해서 환경부에서 기고를 해 왔다.
환경부는 그간 "접착제 등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은 방출량을 기준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서울환경연합 등의 '함량 규제'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기고에서 환경부는 그간의 입장에서 변화된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환경부는 "방출량 관리를 근간으로 하되 함량 관리도 방출량 관리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특히 함량 관리를 통해 유해 화학물질 방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되거나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하지 않는 대체재의 생산이 가능한 경우가 그렇다"고 밝혔다. <편집자>
옛날에는 겨울이 오기 전 볕이 잘 나는 날을 잡아 창호를 발랐다. 우리 전통가옥은 요즘 아파트의 문과는 다르게 이가 딱 맞지 않아 방풍을 위해 문풍지를 발라도 겨울에는 방안에 놓은 물이 얼 정도로 외풍이 심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통풍이 잘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건물의 밀폐도가 높아지고 단열성도 증가하여 외풍으로 인한 추위 문제는 거의 없다. 이렇듯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보다 안락한 환경에서 살게 되었지만, 건축자재나 다양한 제품에서 화학물질 사용이 증가하고 건물의 밀폐로 인해 환기가 부족하게 되어 실내 공기 질 오염은 심화하고 있다.
실내 공기 오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 건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새집에 이사했을 때 피부나 호흡기에 자극증상을 느끼고 두통, 현기증 등을 겪게 되는 '새집증후군'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새집증후군은 주로 집을 지을 때 실내공간에 사용되는 페인트, 접착제 등에서 방출되는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유기화합물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자재의 유해물질 관리를 위해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여 실내사용을 제한하는 '오염물질 방출 건축자재 실내 사용 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민간 차원에서는 유해물질의 방출량이 적은 우수한 자재를 평가하는 '친환경 건축자재 인증제'가 운영되고 있다. 두 제도 모두 오염물질의 방출량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접착제에 대하여 '방출량 기준' 외에 '함량 기준'을 마련하고 방출기준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유해물질의 양이 적을수록 그 영향도 줄어들게 되므로 건강에 주는 영향의 측면에서는 건축자재의 유해물질 방출기준은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착제의 유해물질에 대해 함량 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우리나라는 온돌문화의 특수성으로 인해 바닥재 시공과정에서 많은 양의 접착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접착제에 함유된 유해물질은 궁극적으로는 실내에 방출되게 되므로 함량 관리가 방출량을 줄이는 원천적인 관리수단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선 접착제 중의 유해물질 함량과 방출량 간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접착제에 함유된 유해물질은 입이나 피부 접촉이 아닌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유입되기 때문에 건강에 주는 영향의 측면을 고려할 때도 방출량에 대한 평가가 함량을 평가하는 것 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실내 공기 질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건축자재 인증제의 경우 대부분 방출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주장을 종합해 볼 때 건축자재의 유해물질 관리는 방출량 관리를 근간으로 하되 함량 관리도 방출량 관리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함량과 방출량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 함량관리를 통해 오염물질 방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나 또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함유하지 않고 성능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접착제의 생산이 가능할 경우에는 함량규제의 필요성이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환경부는 접착제 생산 공정 및 사용 형태별로 유해물질 함량과 방출량의 상관관계 분석과 효과적인 함량 관리 기법에 대해 검토하고, 관련 업계 및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지속적인 연구를 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유해물질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실내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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