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실은 서방 언론들과 중남미 현지 언론들이 이 신당 창설 의도에 대해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들은 차베스가 독재정치 혹은 전체주의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중남미 언론들은 차베스가 볼리바리안 혁명(중남미 통합) 완수를 위해 좌파 정치권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일부 현지 언론 중에서도 베네수엘라 의회를 장악한 차베스가 신사회주의를 앞세운 일당 독재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PSUV 창당을 일당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을 일축하고 있다.
그는 "PSUV는 역대 어느 정당보다 가장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창당, 운영될 것이며 베네수엘라의 모든 정당들을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흡수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는 정당이나 야당의 정치활동을 규제하거나 탄압하지 않고 예전대로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해줄 것"이라면서 "신사회주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정당들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는 우선 볼리바리안 대안운동에 동참하는 정당들과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385만여 명 차베스주의자 당원영입 추진
통합신당에는 지난 1998년 차베스가 창당한 '제5공화운동당'을 중심으로 385만여 명에 이르는 '차베스주의자(Chavistas)'들이 당원으로 영입되고,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원주민 단체들도 대거 영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친여 성향의 군소정당과 베네수엘라공산당(PCV), 전국민을위한애국당(PPT), 민주사회당(PODEMOS) 등 좌파 성향의 정당들은 내년 3월 의원총회를 열어 통합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합신당에 대해 보수우익 정치계는 차베스가 독재주의와 전체주의를 베네수엘라에 이식하려는 발상이라면서 "400만에 가까운 국민들이 반차베스계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경고하며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거부해 한 개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한 보수우익 정치계는 차베스의 신당 창당을 저지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PSUV의 강령은 볼리바리안 혁명에 적합한 민주헌법 개정,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회주의 형태의 경제체제, 도덕적인 정치개혁, 그리고 당지도부의 민주적 선출 등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특히 볼리바리안 민주헌법 개정안에는 혁명 완수를 위해 대통령 연임 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신사회주의 운동의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될 당원들은 부정부패 추방, 관료들의 무책임과 강력범죄 추방, 비행 청소년 선도 운동 등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가 3선에 성공하자마자 통합신당 창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중남미 통합을 위한 강력한 정치기반 구축에 있다는 것이 현지 정치평론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PSUV를 중심으로 중남미 전체의 시민단체들과 좌파 정치권과 연대해 볼리바리안 대안운동을 확산시켜 나가려는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한 차베스는 중남미 전역에 불고 있는 좌파 바람에 편승해 오일 달러와 에너지 자원을 이용한 에너지 벨트로서의 중남미 경제 통합을 주도하는 한편 중남미 좌파 정치인들을 하나로 묶는 정치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브라질 등 남미 주요 국가들, 차베스 독주에 제동
니카라과, 에콰도르, 볼리비아,쿠바 등 일부 중남미 좌파국가들은 일단 차베스의 통합 프로젝트에 동참을 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룰라 브라질 대통령 등 남미의 주요 국가 지도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차베스의 독주와 내정간섭으로 비쳐지는 그의 행보에는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2월 초 볼리비아의 코차밤바에서 열린 제2회 남미국가공동체 정상회담은 중남미 통합을 위한 사무국 설치에 합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차베스와 룰라가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차베스는 남미공동시장과 안데스공동체 회원국들이 실질적인 통합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용론을 거론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베스가 통합신당을 창출하더라도 중남미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통합하려는 목표는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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