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아이칸이 5일 1500억 원에 육박하는 투자차익을 남기며 KT&G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3일 칼 아이칸 연합(Icahn Partners Master Fund LP, Icahn Partners LP, High River Limited Partnership)의 5% 이상 지분 취득을 공시하면서 시작된 KT&G 경영권 분쟁은 10개월여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공개매수' 등의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며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던 주장과 달리 칼 아이칸은 결국 1년도 채 안 돼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셈이 되어 전형적인 '먹튀'를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5일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따르면 이날 개장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팔린 KT&G 주식 700만 주(4.75%)의 대부분이 칼 아이칸 쪽 보유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로 3.8% 할인된 6만700원이며, 총 매각금액은 4249억 원이다. 이 가운데 칼 아이칸이 내다 판 주식은 외국인 물량인 696만 주로 추정된다. 이로써 칼 아이칸은 4225억 원의 매각대금을 챙겼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올해 1월 9일까지 칼 아이칸이 KT&G 주식 776만 주를 사들이는 데 3351억 원 가량을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각으로 874억 원의 차익을 주머니에 넣은 셈이다.
게다가 남은 80만 주의 평가액을 이날 주가인 6만500원으로 계산해 484억 원을 더하고 지난해 말까지 칼 아이칸이 보유하고 있던 KT&G 주식 729만여 주로 받은 배당금 124억 원(주당 1700원)까지 더할 경우, 칼 아이칸이 10개월 간 KT&G에 투자해 거둔 이익은 1482억 원에 이른다. 수익률 44.22%의 짭짤한 장사다.
여기에 칼 아이칸이 지분을 사들일 당시 원/달러 환율이 980~1050원에서 현재 920원대까지 떨어진 점까지 감안하면 칼 아이칸이 얻었을 환차익 역시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애널리스트는 "칼 아이칸은 결국 이익을 실현했다"며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우며 경영권을 압박했지만, 단기차익 목적으로 들어온 초단기 펀드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칸이 올해 배당 기산일을 앞두고 주식을 매각한 것은 배당락 이후에는 투자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칸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난 KT&G의 주가는 이제부터는 펀더멘털에 의해 움직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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