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류에 일대 혁명을 가져 온 볼펜이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BBC뉴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볼펜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빅 비로스(Bic Biros)' 상표 볼펜의 판매량은 1초당 57자루. 60년 전에 나온 상품 치고는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볼펜의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헝가리 신문기자 라즐로 비로. 윤전기에 사용되는 잉크가 금방 마르는 데 착안한 그는 잉크가 새고 뭉치고 번지는 만년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년필에 윤전기 잉크를 사용해 봤다.
그러나 잉크의 농도가 너무 진해 펜촉 끝으로 흘러 나오지 않자 라즐로는 화학자인 동생 게오르크의 도움으로 금속제 볼 베어링을 끝에 붙인 펜을 고안했다. 베어링의 모세관 작용으로 잉크가 조금씩 흘러나오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기존 기술이 결합돼 탄생한 볼펜은 '이동성'과 '신뢰성'이라는 면에서 어떤 기존 필기구도 압도했다.
유대인 말살 작전을 피해 서방세계로 탈출한 비로 형제는 바로 특허를 취득했고 이들로부터 특허권을 사들인 영국 회사가 2차대전 중 공군용으로 볼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비록 작고 보잘것 없는 물체이지만 다시 채울 필요도, 흘러 나올 걱정도 없는 잉크가 채워져 있는 빅 비로스 볼펜은 조종사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고공에서 폭발하거나 새는 만년필 때문에 고심하던 조종사들이 아무 때나 집어 쓸 수 있는 볼펜 덕에 중요한 목표물을 바로바로 표시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해석도 있다.
어떤 디자인 변경이나 개선도 금지된 빅 비로스 볼펜은 지금도 세계 100대 디자인에 뽑힐 정도로 단순하면서도 편리한 모습으로 친숙해져 있다.
옷에 묻은 잉크가 안 지워진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빅 비로스로 운동화나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존 버거맨 같은 화가는 "나처럼 가난한 예술가에게 비로스는 최고의 벗"이라고 말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