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다섯 번째로 개최되는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최종 선정해 2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오는 17일 개막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는다. <편집자>
<굿 뉴스>, 데이비드 스즈키ㆍ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샨티, 2006.
왜 이리 초조한 것일까. 하늘이 파랗고 단풍이 고와야 할 늦가을에 폭풍이 불고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일은 어쩌다가 발생하지 않는다. 기상대는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의심된다고 간단히 지적하지만, 간단하지 않다. 어떤 흉흉한 징후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하며 긴장해야 한다. 모기가 계절을 잃었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은 여름을 겨울처럼 겨울을 여름처럼 지낸다. 지구온난화를 에어컨으로 해결할 수 없는데도 기상이변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더욱 강력해지는 아토피의 경고에 긴장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경고에 식상해버린 사람들은 환경위기의 징후를 남의 일 보듯 느긋하다. 지구는 차가와졌다 더워지는 일을 반복한다는 지질 역사를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일부 학자의 문헌을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개발론자는 "거봐 괜찮다잖아!" 소리를 남발한다. 석유를 핵으로 대체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더 발달될 과학이 발생되는 문제를 그때그때 해결해줄 것으로 간단히 치부하고 만다. 식량위기는 유전자 조작으로, 질병은 배아복제로 극복될 것으로 홍보하며 값비싼 수입 아토피 연고제를 광고한다.
듣기 싫은 소리는 쉽게 외면하는 다채널 시대에 환경위기를 알리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은 즐겨라!"라는 광고로 소비하라고 속삭이는 세태에 유전자 조작의 위험성과 배아복제의 비윤리성을 아무리 외쳐도 대중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나쁜 뉴스에 절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내일의 환경을 밝은 가능성으로 안내해 식상한 대중을 행동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데이비드 스즈키와 홀리 드레슬은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해 <굿 뉴스>를 전한다. 어렵지만 희망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의 감동 어린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해 환경문제의 본질을 생태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유기 농산물을 맛있게 즐기면서 환경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필요한 나무만을 골라 벌채하며 생태계도 보전하고 돈도 버는 이, 산호초를 지키는 어업으로 지역을 결속하고 문화를 살려내는 이, 작은 저수지로 대형 댐 건설을 저지하며 지속가능한 농촌을 꾸려가는 이, 태양과 바람 에너지를 이용하며 핵의 위험으로부터 후손의 생명을 구하려는 이,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가는 이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건강한 행동과 신념을 우리에게 감동으로 전해준다.
한 북미 원주민 부족은 재규어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날 숲도 함께 사라지고 이어 우리도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현대 서구문명의 고질병'인 '전문가의 독재'를 경계한다. 가난한 이를 위한 식량증산이라며 대지를 황폐화시킨 전문가, 거대 선박으로 바닥을 훑는 어업으로 바다의 지속가능했던 기반을 뭉개놓는 전문가, 생명공학으로 다음 세대의 유전자를 오염시키고 착취하면서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을 다는 전문가가 오늘의 치명적인 환경문제를 낳았다. 저자들은 생태계의 순환과 다양성에 순응했던 과거에서 희망을 찾는다.
우리의 발은 비록 현재에 놓여 있지만 희망은 내일을 향한다. 문명의 편의에 젖은 현재를 포기하며 생태적인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하지만 찾고 노력하기에 따라 현대문명의 향락을 희생하면서 행복과 보람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굿 뉴스>는 그 희망을 간접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굿 뉴스>를 읽기를 기대하자니 과연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에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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