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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의 화두를 다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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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법개혁'의 화두를 다시 던진다

[민주적 사법개혁의 길(1)] 특권사법과 사법독재 종식시켜야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을 계기로 사법개혁에 관한 관심과 논란이 새삼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계기로 일어난 공판중심주의나 법조직역 간 관계에 관한 논란은 민주적 사법개혁이라는 현안과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참여정부'를 자칭한 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개혁정치의 일환으로 사법개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추진돼 왔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사법개혁법안이 만들어졌고, 모두 20여 개에 이르는 개혁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이 중 한두 건만 처리되었을 뿐 그밖의 다른 모든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개혁의 원칙과 그 구체적인 방안을 재점검하고 국민중심적이면서 민주적인 사법개혁의 방향에 관해 좀 더 깊숙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위한 국민연대(민주사법국민연대)'가 진행하는 '민주적 사법개혁의 길'이라는 주제의 시리즈를 오늘부터 10여 회에 걸쳐 소개한다.
  
  민주사법국민연대(www.lawyer3000.or.kr)는 2005년 5월에 정부 주도의 사법개혁이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게 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노동조합, 새사회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51개 단체가 민주적 사법개혁의 실현을 위해 결성해 한 단체로, 그동안 '민주적 사법개혁 국민안'을 마련해 선포하고 '민주적 사법개혁 실현을 국민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 왔다. 이번 기획연재 글을 쓰기로 한 민주사법국민연대 소속 법조인과 법학 교수, 사법 관련 실무자, 활동가 등은 이번 기획 시리즈의 취지를 두 가지로 요약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첫째, 모처럼 형성된 사법개혁 국면이 국회의 방치와 무책임으로 인해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고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자 한다. 둘째, 정부법안으로 제시된 정부 주도의 사법개혁안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법개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이번 기획은 단순히 정부법안 각각에 대한 논평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법개혁의 전모를 드러내려고 한다." <편집자>

  
  "검찰 조서를 던져버려라!"
  
  광고회사 직원도 아닌 현직 대법원장이 이런 카피를 만들어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자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 말처럼 적실하고 통렬한 표현은 보지 못했다.
  
  공판중심주의로 말하자면, 피고의 구두진술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에 따라서 재판을 함으로써 밀실 강압수사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제도가 아닌가? 식민지 시대 이래 오랫동안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으로 고통을 받아 온 우리 국민들에게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런 점에서 공판중심주의의 실시하자는 데 대하여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법조3륜'에 사법개혁 과제를 맡길 수 없다
  
  그럼에도 이에 반발하는 집단이 있다고 한다. 바로 대한민국 검찰이다. 권위주의 시절 독재정권의 버팀목을 자임하며 고문수사를 방조·실행해 왔던 바로 그 검찰이다. 결국 계속해서 밀실에서 강압적 수사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심지어 검찰은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몹쓸 짓에 대해서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 즉 경찰, 군, 국가정보원 등 과거의 인권침해 기관들이 모두 각기 과거청산위원회를 만들었고 법원도 사법과거 청산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건만, 유독 검찰만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말고 반발하는 집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아예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주장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서류만 가지고 대충 재판하지 말고 국민이 보는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하자는 말이 그렇게도 싫고 두려운가? 우리는 변호사들의 속내를 알고 있다. 그것은 사법개혁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것이다.
  
  천기흥 대한변협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판중심주의도 하지 말고, 변호사 수는 절대로 늘려서는 안 되고, 로스쿨을 도입하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발언하고 있다. 마땅히 국가기관인 법원에 앞서 개혁을 요구해야 할 민간 변호사단체가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란 참으로 가관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대법원장으로 대표되는 법관들이 잘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를 주장하면서도 그것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인 변호사 수의 획기적인 증가와 배심제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바로 여기에 속임수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국민을 위한 진정한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기보다는 검찰과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권력적 우위를 꿈꾸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이비 사법개혁일 따름이다.
  
  배심제 없는 기만적 공판중심주의로 검사와 변호사를 통제하겠다는 법원도 한심하고, 공판중심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검찰과 대한변협은 더 한심하다. 한심한 것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대법원장 발언을 둘러싼 이번의 해프닝은 법조계가 총체적으로 비리집단이 되었으며 사법개혁에 대한 관심은 애당초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에 다름아니다. 그러니 어떻게 '법조3륜'에 사법개혁의 대과업을 맡기겠는가?
  
  사법개혁은 국민만이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일제시대 이래 우리의 사법부는 철저히 식민지 지배의 수단이었고 독재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들은 사회의 전반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변호사의 고수임료가 여전하고, 전관예우가 여전하고, 무전유죄·유전무죄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급기야는 판·검사와 변호사가 함께 연루된 대형 법조비리가 줄줄이 터지고 있다. 그럼에도 법조인들은 비리 법조인은 옹호하고 타락한 사법부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획책하고 있다. 그것은 사법독재, 즉 사법권의 독립을 빙자한 법조인들의 특권주의적 독재에 다름아니다.
  
  사법개혁은 이러한 부패구조를 청산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일종의 반부패 투쟁이며, 부패한 사법권력에 맞선 한바탕의 싸움이다. 다시 말해 사법개혁은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부패구조를 만들어내는 특권사법에 대한 저항적이고도 공격적인 성격을 갖는다.
  
  사법개혁의 내용이 이와 같기 때문에 이 일은 법조계가 주도할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국민만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듯이, 국민의 힘으로 사법독재를 중지시켜야 한다.
  
  사법과거 청산은 왜 안 하는가
  
  사법개혁이 불합리한 사법현실에 대한 철저한 극복을 도모하는 한, 사법개혁은 사법과거 청산 작업을 필연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현실은 과거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으로서의 사법과거 청산은 부끄러운 사법역사를 드러내고 도려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단지 과거 사실을 들추는 일이 아니고, 현재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나아가 올바른 미래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사법과거 청산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성과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대법원장은 과거청산위원회를 설치하지도 않았고, 과거청산과 관련한 어떠한 비전이나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법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사법부 내에 과거청산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사법부가 적극적인 판결과 소극적인 재판거부를 통해서 진실을 은폐한 사건들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사법부조리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구조적인 원인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사법부조리 사건에 대해 정의를 회복하는 것 또한 사법과거 청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예컨대 권위주의 시절의 정치적 판결에 대해서는 무효화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잘못된 판결에 대한 재심을 널리 허용해야 하며, 국가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시효 없는 재심과 배상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부당한 재판에 적극 가담한 법조인에 대해서는 명예를 박탈하는 등 인적 청산작업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법부의 치열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법개혁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다. 이 점에서 사법과거 청산은 사법개혁의 출발점이며 전제다.
  
  국민참여형 사법부 건설
  
  현 단계 사법개혁의 과제는 사법권의 독립이 아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화로 인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사법권 독립은 이미 상당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법권의 독립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위한 사법운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가 생기는 이유는 사법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사법부가 자기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할 뿐 국민을 위한 사법운영을 할 의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관료 판·검사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사법부를 국민의 참여와 통제 하에 구성되고 운영되는 사법부로 개편하는 것이다.
  
  사법부가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관, 대법관, 검찰총장 등 사법부의 고위법관은 반드시 국민의 영향력과 통제 하에서 선발되어야 한다. 나아가 하급 판·검사의 인사에도 국민이 참여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도 국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관료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건전한 시민의 상식적 판단이 법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보 없는 배심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기소에 대해서도 검사만이 이를 행사하는 것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와 같은 것이 제도화될 때 사법부는 더 이상 폐쇄적인 특권조직으로 남지 않고 국민의 법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방적 사법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법조특권의 파괴, 국민의 통제권 회복
  
  사법개혁이 사법에 대한 국민의 통제권을 회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특권주의적 부패구조를 파괴하는 과정을 담게 된다.
  
  법조계의 특권주의적 부패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호사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조인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고수임료의 원인이며 법조계 전체를 특권계급으로 만드는 핵심요인이기 때문이다.
  
  판사의 수도 훨씬 증가되어야 하며, 퇴직한 판사가 전관예우 받으며 떼돈 버는 관행은 이제 중지되어야 한다. 이제 판사는 권위와 출세의 상징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에 충실한 청렴한 공직자의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검사의 권력편향도 마찬가지로 파괴되어야 한다. 검사의 권력욕이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표현되는 검사의 패거리 문화는 파괴되어야 한다. 공판중심주의, 검찰심사회, 기소배심제 등의 도입으로 검사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요컨대 제대로 된 사법개혁은 정치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사법구조, 그리고 이기적 권력집단으로 타락한 사법구조를 파괴하고 이를 국민의 사법부로 재정립시키는 국민적 개혁운동이다. 우리는 이것을 민주적 사법개혁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의미의 민주적 사법개혁이 완수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사법부, 다시 말해 인권보장 기구로서의 사법, 지구화 시대에 걸맞은 선진사법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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