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국내 문단을 이끌어갈 30대 문학인들은 고은과 이문열을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꼽았다. 1990년대 국내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꼽혔다.
영향 많이 받은 선배…이상, 김수영, 백석
<교수신문>은 25일 신진 문인 95명(평론가 30명, 소설가 30명, 시인 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문인들은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선배 문인으로 이상(14명), 김수영(12명), 백석(10명)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신진 문인들은 재조명해야 할 문인으로 김종삼(5명), 이승우(4명), 김신용(3명)을 꼽았다. <교수신문> 측은 "표는 시인 김종삼이 더 많았지만 소설가 이승우에 대한 젊은 작가의 애정이 대단했다"고 밝혔다.
분야 별로 살펴보면 평론가들은 황석영, 김현 등으로부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소설가들은 이상, 오정희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답했고, 시인들은 백석, 김수영 등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과대평가된 선배…고은, 이문열, 서정주
흥미로운 것은 30대의 신진 문인들이 밝힌 선배에 대한 애증 어린 평가다. 이들은 국내 문인으로는 생존해 있는 고은(13명)과 이문열(13명)을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꼽았다. 국외 문인으로는 하루키(19명)가 압도적으로 꼽혔다.
한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시인 고은을 후배 시인들은 대체로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봤다. 이들은 "목청과 활동반경에 비해 개성적이거나 뚜렷한 문학적 성과를 남겼다고 보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젊은 시인들은 고은 외에 서정주도 과대평가된 시인으로 지목했다. 작품성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민족에 대한 과오가 너무 크다는 것. 이밖에 문학평론가 김현이 해설한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을 남겨놓고 요절한 시인 기형도 역시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꼽혔다.
"하루키, 과대평가됐다"
후배 문인들로부터 가장 혹평을 받은 이는 이문열이다. 소설가, 평론가 가릴 것 없이 이문열을 혹평했다. "작품의 질에 비해 지나친 권력을 보유"했고 "정치적 발언의 의미 파장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결여됐다"는 것이다.
소설가들은 이광수를 "정치적으로 이용돼 과장된 수사로 점철된 문인"이라는 점에서, 평론가들은 이상을 "난해성과 전위성이 바로 문학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과대평가된 선배 문인으로 지목했다.
1990년대 한국문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젊은 문인들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법한 하루키가 과대평가된 문인으로 지목된 것도 눈에 띈다. 하루키는 국내외 통틀어 과대평가된 문인으로서 가장 많은 표를 얻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루키에 대해 소설가들은 "초기작은 좋은데 후기작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며 평가했고, 평론가들은 하루키 문학의 상업성을 문제 삼으며 혹평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스무 살 초반의 감수성에 기댄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작가들이 주목하는 신진 문인으로는 시인 황병승, 김경주, 소설가 김애란, 김중혁, 전성태 등이 꼽혔다. 이밖에 김사량, 김소진 등 작고한 소설가도 새롭게 조명 받아야 할 이들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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