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지난 80년대 말 공산주의 정권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19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페렌츠 주르차니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방송국에 들이닥쳤다. 이 과정에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과 이에 병과 돌멩이를 던지며 맞선 시위대가 충돌해 적어도 5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부상을 당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956년 소련 치하에서 일어난 10월혁명 이후 이같은 대규모 시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주르차니 총리가 지난 4월 그가 이끄는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작됐다. 유출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녹음 테이프에 따르면 주르차니 총리는 총선 몇 주 후, 당 소속 의원들과 가진 모임에서 '신의 가호와 세계경제 속에 떠도는 풍부한 자금, 수백 가지의 속임수 덕에 경제를 부양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설스러운 말들을 지껄이면서 "우리는 아침 저녁 내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연립내각의 소수당인 '자유민주당'의 마티아스 외르시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치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처음으로 말한 정치지도자에게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놀라운 일이다"고 꼬집었다.
야권은 일제히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라슬로 솔리옴 헝가리 대통령도 "주르차니 총리는 도덕덕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르차니 총리는 이날 "거리 시위는 해결책이 아니라 갈등과 위기를 조장할 뿐"이라면서 "우리가 할 일은 갈등을 해결하고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라면서 사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2주 뒤에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사회당 연립내각은 야당 피데스(청년민주연맹)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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