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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가 멀어지는 4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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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가 멀어지는 4가지 이유

[진단] 정치에서 지정학적 전략까지 '사과와 오렌지'만큼 달라

미국의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으로 꼽히는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22일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미동맹관계에 대해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동맹으로서의 친밀성과 신뢰 감소하고 있다"

특히 그는 "노무현 정부는 왼쪽으로 가고, 부시 행정부는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면서 "양국이 가는 방향이 서로 달라 동맹으로서의 친밀성과 상호 신뢰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 한국특파원 등으로 40여 년간 한반도 등 동아시아 문제를 주로 다룬 그는 <두 개의 한국(Two Koreas)> 저자인 동시에, 9월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에 설립되는 한미연구소(USKI)의 초대 소장을 맡을 만큼 한미관계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만큼 그의 지적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버도퍼 교수는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대변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70년대와 80년대만을 생각한다"면서 "한미관계에 대한 새로운 추진력과 시각을 제공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업데이트'하고 싶다"면서 한미관계 복원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웬만한 노력으로는 한미관계가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이혼 수순'을 밞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국제문제 전문가 존 페퍼는 최근 <외교정책포커스(FPIF)>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볼 때 한미관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양국의 정치, 경제, 군사, 지정학적 전략정책 등의 분열 양상은 사과와 오렌지만큼 다르다고 결론 내릴 정도"라고 주장했다.

페퍼 "양국 정치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는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양국의 정치문화가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오버도퍼와 인식을 같이했다.

한국은 독재정권에서 대의민주주의를 거쳐 이제 참여민주주의로 점점 더 민주화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대의민주주의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만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인 학자들의 법률지원을 받아 보다 행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 왔는데, 특히 부시 대통령은 외교 정책은 물론 국내 정책 분야에서도 의회의 권리를 빼앗는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대통령 명령'이라는 수단을 동원해 의회가 새로 입법한 법안의 해석을 자기 멋대로 해서 무력화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페퍼는 "달리 말하자면, 한국은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참여민주주의로 가는 동안, 미국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퍼는 나아가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관계가 갈라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여전히 정부와 기업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전략적 산업정책에 의한 발전 모델에 집착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극도의 시장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퍼는 "이같은 정치적, 경제적 차이가 양국의 지도자들의 세계관이 크게 달라지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차이는 군사적, 지정학적 전략 분야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한미관계가 분열하는 핵심원인은 '지정학적 전략 차이'에 있으며, 양국의 정치문화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어 갈수록 접점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군사적, 지정학적 전략 분야에서 한미관계의 복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상 중국과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을 바꾸기 힘들다"면서 "(양국 관계의 복원은)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을 재고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해 사실상 한미관계는 회복 불능하다는 비관적 인식을 보였다.

다음은 존 페퍼의 '미국은 사과, 한국은 오렌지(American Apples, Korean Oranges)'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보기) <편집자>

한미 간 갈등은 형제 간의 힘겨루기? 이혼 수속중?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만났을 때, 양국은 군사전략뿐 아니라 경제 및 정치 철학에서도 입장을 같이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왜 양국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양국 대통령은 서로 대화도 거의 하지 않고, 외교정책은 서로 동떨어져 있으며, 주한미군 규모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FTA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전미기업연구소(AEI)는 지난해 '양국은 동맹관계를 끝내라"고 촉구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좌파 진영에서도 그런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한미관계가 양국 정상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물론, 지정학적 전략 등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 때문에 갈수록 분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한미관계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양국의 차이를 형제간 힘겨루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이 보다 독립적인 군사 및 외교 정책을 추구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형의 그늘을 탈피하려는 동생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 식이다.

그러나 형제라면 어디까지나 가계가 같아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이에 해당하는 본질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관계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볼 때, 양국의 정치, 경제, 군사, 지정학적 정부 전략정책 등의 분열 양상은 사과와 오렌지 만큼이나 다르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지정학적 전략에서 한미간 결정적인 차이점 드러나"

우선 양국의 정치적 문화에서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독재정권에서 대의민주주의를 거쳐 이제는 참여민주주의로 점점 더 민주화가 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인 학자들의 지원을 받아 보다 강력한 정부조직을 구축해 왔는데, 특히 부시 대통령은 외교 정책은 물론 국내 정책 분야에서도 의회의 권리를 빼앗는 정치를 구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법률서명조치'라는 수단을 동원해 의회가 새로 입법한 법안의 해석을 자기 멋대로 해서 무력화하는 방식을 즐겨 썼다. 달리 말하자면, 한국은 대의민주주의를 넘어 참여민주주의로 가는 동안, 미국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관계가 갈라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정부과 기업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발전 모델에 집착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극도의 시장주의를 택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적,경제적 차이가 양국의 지도자들의 세계관이 크게 달라지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차이는 군사적, 지정학적 전략 분야에 있다.

미 국방부는 테러리즘 등 여러가지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선호하고 있다. 빠르게 전개되는 위기에 신속하게 동맹군과 군사물자를 가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반면 한국군은 여전히 북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과 한국의 시각은 매우 다르다. 미국은 북한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차원에서 보는 반면, 한국은 '전쟁 억지'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그같은 시각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한미관계를 낙관적으로 보는 편이다.

한미관계를 보다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한국은 한반도와 지역 안정을 위해 북한 체제를 유지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는 데에 따른 '보다 넓은 간극'을 지적한다.

이처럼 한미관계에서 가장 큰 간극은 지정학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은 북한보다는 중국처럼 또다른 패권세력의 부상을 더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주변 지역뿐 아니라, 남중국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지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에 잠재적인 위협세력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경제외교를 통해 미국을 희생양 삼아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상호주의를 강조하던 과거의 정책에서 벗어나 각종 국제현안에 대해 다자간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돋보이는 대안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같은 중국에 대해서 경제적 교류와 군사적 견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단기적인 외교에서 중국은 중요한 대화상대이자 때로는 동맹국이지만, 장기적인 구도에서 중국은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한-미 정상, 3가지 근본적인 현안에서 현격한 차이

한국의 지정학적 전략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요지라는 점에 입각해 있다. 한국은 근본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필요로 한다. 독도 분쟁 등으로 한일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 한국은 중국을 중대한 파트너로 계속 의존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지정학적 전략 정책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시켰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정부가 1990년대에 수립한 3자(한국, 미국 및 일본) 협력체제를 일축하고, 동아시아 핵심 동맹국들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이득을 보고, 한국은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경제 및 정치 철학에서 지금보다는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상당한 이견도 존재했지만 적어도 '사과와 사과'끼리 협상하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 부시 행정부와 노무현 행정부는 경제 및 정치를 보는 시각이 매우 다르다. 한미 양국의 선거 결과가 엇갈리게 나오면서 한미관계가 볼모로 잡히는 현상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만일 내년 한국의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이 이길 경우, 일시적으로 한미관계가 수렴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2008년 미 대선까지 계속 떨어질 경우 미국민들이 훨씬 덜 보수적인 대통령을 뽑게 되고, 이렇게 되면 한미관계가 다시 접점을 찾기 힘든 분열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적, 지정학적 전략 분야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가지 핵심 현안이 있는데, 대북정책과 대중국 정책, 동아시아에서의 다자간 구도 부상 등이다.

클린턴과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근본적인 현안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음으로써 다른 견해 차이를 극복했고, 그 결과 한미관계는 우호적이었다. 반면 이같은 현안들에 대해 부시와 노무현 대통령은 현격한 차이를 보임으로써 다른 견해차이를 더 두드러져 보이게 했으며, 이같은 갈등이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양국이 이같은 '사과-오렌지 딜레마'에서 벗어나 같은 기반을 갖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건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지정적학 위치상 중국과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한미관계의 복원은)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을 재고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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