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진출을 지지해 주면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20%까지를 공급하겠다고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애널리스트들이 말했다.
차베스는 오는 22일 6일간의 중국 방문에 나선다. 차베스의 중국 방문은 1999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4번째다.
차베스는 중국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의 앙골라도 방문할 예정인데 이번 순방은 미국에 치중된 원유 수출선의 다변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구매선은 미국이다.
차베스의 이번 순방에는 또 자신의 반미 운동에 대한 새로운 지원 세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차베스는 중국을 "미국의 지배에 도전하면서 조용히 성장하는 '떠오르는' 강국으로 보고 있다"고 카라카스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정치 전문가 엘사 카르도소는 말했다.
차베스는 이번 중국 방문 중 에너지, 농업 및 식량 관련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앞서 발표한 바 있다.
차베스는 또 "유조선 임차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여러 척의 유조선도 구입할 것이며 중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유조선 건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와 관련된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에 있어 러시아에 이어 중국도 '원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중국의 직접적인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드러내놓고 미국에 거스르지 않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카르도소는 지적했다.
그는 차베스가 평양 방문 계획을 포기한 것도 중국의 복잡한 대(對)북한 관계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그 대신 이란과의 관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베스가 오늘날 경제강국으로 탈바꿈한 중국으로서는 잊고 싶은 것들, 즉 '대약진'과 '문화혁명' 등 과거사를 찬양하는 것은 역설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차베스는 한편 유엔 개혁과 같은 국제 과제를 중국과 공유하고 싶어한다고 베네수엘라 센트럴 대학의 프랭클린 몰리나 교수는 말했다.
카라카스 국제연구소의 메르빈 로드리게스 소장은 차베스가 내세우는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목표는 잘못 설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록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법이긴 하지만 차베스는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며 그러나 "사회주의적 변화는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차베스가 사회주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본주의적 경제 모델을 추구하면서 사회주의의 길로부터 되돌아오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대외정책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오는 2012년까지 하루 580만 배럴의 생산 목표를 달성할 경우 중국에 하루 50만∼100만 배럴을 수출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고 중국의 원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는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원유 매장지로 입증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오리노코 지역의 원유 탐사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중남미 교역은 전체 교역량의 3%밖에 안되지만 베네수엘라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매력있는 에너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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