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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국민을 존중하는가?

[한미FTA 뜯어보기 70:기고] 정부의 'PD수첩 후려패기'를 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MBC PD수첩의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반박과 비난이 정부의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을 통해 연일 국민들에게 브리핑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궁색한 변명들에 대해 일일이 대꾸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다.

정부 문건에 분명이 적시돼 있고 미국의 공식 문서 2건에 의해 이미 증명된 '4대 선결조건'에 대한 구차한 말 바꾸기, '잘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때문이요, 잘못된 것은 멕시코 정부 때문'이라는 멕시코 경제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 통계와 여론 조작과 <국정브리핑>을 통한 이데올로기적 선동, 그리고 1차와 2차 협상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와 협상단의 무모한 용기 등에 대해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PD수첩 제작진은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 정부가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내세우는 배경 논거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의 중국의 추격, 성장잠재력 하락, 고용 없는 성장 등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어려운 조건들에 대해 그 어떤 경제전문가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왜 PD수첩 제작진은 정부의 한미 FTA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되었을까?

구체성이 결여된 '장미빛 미래'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홍보 방식은 주로 애국주의적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미 FTA에 대해 알기 위해 자료를 찾았다.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라는 것이 한미 FTA의 주된 추진 이유였다. 그래서 이것을 검토해보았다. 그런데, 이 목표는 구호에 불과했다.

이미 선결조건으로 미국에 내주었다고 정부도 인정한 스크린쿼터를 살펴보자. 한국영화는 앞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서비스업 분야다.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를 기반으로 해서 아시아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영상산업, 영화산업이다. 이는 또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고용효과도 다른 그 어떤 서비스업보다 크고, 다른 서비스업 분야인 디자인이나 배급, 마케팅 부문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게다가 한국영화는 다른 산업부문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시장을 향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영상산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스크린쿼터를 기반으로 한 영상산업, 영화산업의 발전은 다른 어떤 서비스 산업의 발전보다 더 확실한 것이었다.

정부는 컨설팅이니 법률회사니 하는 부분의 서비스업도 발전시키겠다면서 이를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부문의 개방효과는 아직까지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았다. <국정브리핑>에 실린 글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법률서비스의 경우 국내 최대 로펌의 소속 변호사가 300명 미만인 반면 대규모 영미계 로펌은 3000여 명 이상의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다. 또 미국의 컨설팅 전문인력은 9만여 명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00명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 분야의 고용 능력은 전문가 그룹뿐만 아니라 전문가 그룹을 지원하는 숱한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만큼 성장과 고용의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엔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자료에 나온 법무 서비스 분야 개방에 관한 글의 한 구절을 소개하니, 이것을 위 <국정브리핑> 글과 비교해보자.

"국내 로펌의 시장기반 침식, 법률문화 산업화 , 단기간 내 합작회사 설립, 현지 변호사 고용 허용 등, 급격한 전면개방은 국내 시장기반 잠식 우려."

이처럼 정부 자료도 법무서비스 개방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고, 급격한 개방은 오히려 국내 법률시장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브리핑>의 글 내용은 한미 FTA가 되면 미국처럼 국내에도 3000명 이상 규모의 로펌이 다수 등장해 고용효과를 낼 것이라는 이야긴데, 이런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유래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높은 성장가능성을 지닌 영화산업에 근간이 되는 제도는 미국에 선결조건으로 내어주고, 그 효과가 검증되지도 연구되지도 않은 법률과 컨설팅 부문의 이익을 기대하는 기묘한 계산법이 한미 FTA 추진과정 뒤에 숨어 있었다. 다른 모든 부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작된 미래가 홍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되다

취재를 진행할수록 의문은 더욱 커져갔다. 손해는 구체적인데 돌아올 이익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럴 즈음 취재진의 손에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의 문건, 즉 4대 선결조건이 명시돼 있는 문제의 문건이 들어왔다.

이 문건은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 오직 미국의 입장만을 고려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제가 된 4대 선결조건의 경우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들은 무엇인지, 미국은 왜 그런 조건들을 요구하는 것인지, 미국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무엇인지가 이 문건에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반면에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한국의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무엇이며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조차 돼 있지 않았다. "미국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김종훈 한미 FTA 협상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우리 정부 관리들의 일반의 인식수준이었다.

농업 분야는 또 어떠한가? 농업은 정부 스스로도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으로 보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반발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런데 농업 부문의 문제와 관련해 <국정브리핑>의 기사조작 사건이 터졌다. <국정브리핑>은 농민들의 반 FTA 시위에 이데올로기적 덧칠을 가하기 위해 인터뷰 기사를 조작해 실으면서까지 국민들을 호도하려 했다. 조작도 조작이었지만, 조작된 내용이 더 충격적이었다.

마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자료조작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였다. 취재를 해보니 출처를 의심케 하는 자료들이 수 차례에 걸쳐 발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원조차 자료를 급하게 만들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정부가 NAFTA를 변호하기 위해 애용한 캐나다와 멕시코 관련 자료의 경우에도 심각한 자료왜곡이 발견됐다. 심지어 <국정브리핑>을 운영하는 국정홍보처가 정부 각 부처의 FTA 관련 자료들을 모아 대국민 홍보용으로 만든 홍보책자 '한미 FTA를 말한다'와 '한미 FTA가 뭐길래?'를 보면 정부에 유리한 자료를 뽑아내기 위해 초등학교 수준의 통계왜곡이 자행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민주주의가 사라진 한미 FTA 추진과정

PD수첩 제작진은 한미 FTA 취재 과정에서 미국의 이해당사자들을 많이 만났다. 미 상원의원, 미 의회조사국 연구위원, 미국 제조업계와 농업계의 주요 인사들, 미국 노동조합의 정책국장까지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 중에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자기네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협상이 시작되기 3개월 전부터 이미 무역대표부, 의회, 행정부의 해당 부처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고 있었다. 적어도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행정부, 무역대표부, 의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 간에 견제와 감시에 의한 정책추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만난 토머스 상원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아이오와 주의 이익을 위해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확대되지 않으면 한미 FTA의 의회 비준에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의사표현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민주적인 정부라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들은 근대국가의 상식적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었다. 미국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국 내 이해당사자들의 의사는 최대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려 하는 반면 타국의 이해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태도를 취하는 근대국가의 한 보편적인 양상일 뿐이다. 1차, 2차 협상 과정에서 미국 협상단은 또 어떠했는가? 지금까지 미국의 협상단은 자국 내 이해당사자들이 손해를 볼 분야에서는 양보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참여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난맥상을 미국 정부가 보여준다면 미국의 시민사회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통계는 조작하고, 없는 인터뷰까지 만들어내는 정부의 정책을 과연 미국의 시민사회가 용인할 수 있을까?

시장에 권력을 내어주려는 참여정부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권력이 시장에서 나온다는, 대학교 1학년 정치학 교과서에 나옴직한 이야기를 이제야 안 걸까? 시장에서 나오는 권력을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가, 자본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국민국가의 구성원인 국민들을 국가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현재 정치학의 핵심 주제인 것도 모르는가보다. 적어도 한미 FTA 협상 과정을 보면, 이 정부가 과연 무차별적인 시장의 공세 속에서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투자자의 정부 직접 제소권의 경우 미국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제소권의 발동으로 인한 소송에서 미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고, 항상 미국 기업들만 승소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미국의 의회와 사법부에서도 이것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에서조차 국민국가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즉 해외에서까지 투자자를 보호해주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이냐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라는 우리 정부의 관료들이 내놓는 보도자료들을 보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 거대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미국기업 메탈클래드가 제기한 소송, 캐나다에서 미국기업 UPS가 제기한 소송 등에 대해 적어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겠다고 나선 정부라면 왜 그런 소송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정작 국가의 정책 자체를 부정할 수도 있는 이런 소송에 대해서도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내면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이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면서 공공연하게 정권의 무능력을 내외에 과시했다 치더라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자본이 무차별적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국가 관료가 철학도 없이 무책임하게 미국 거대자본의 논리를 직수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와 유사한 한국의 상황이 우리를 불안케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NAFTA 체결 직전의 멕시코와 다르다고 정부는 강변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한국 정부는 한미 FTA 이후 발생될 산업구조조정을 어떻게 감당할지 준비는 돼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살펴보니, 멕시코와 한국은 공통적으로 사회복지와 공공지출 부문에서 다른 OECD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한미 FTA 이후 전개될 산업구조조정을 감당할 적극적인 노동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멕시코와 유사하다. <국정브리핑>에 실린 'PD수첩의 외눈박이 보도'라는 제목의 글에 들어있는 멕시코에 관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본다.

"멕시코에서 산업별,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일부 일어난 점은 사실이다. 이는 NAFTA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NAFTA 이전의 산업구조조정의 미흡과 NAFTA 이후의 이익·피해 집단간 이해조정 실패라는 정책적 문제라고 판단된다. 특히 지역간 양극화나 고용의 양극화 문제는 NAFTA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산업정책을 통한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이 미흡한 결과이며, 인구밀집 지역인 멕시코 중부지역의 실업, 교육, 보건 등 사회문제의 경우는 연방정부나 주정부들이 사회정책과 산업육성정책을 적기에 시행하지 못한 결과이다."

여기에 나타난 멕시코의 상황은 IMF 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우리 정부는 IMF 이후 이익집단과 피해집단 간 이해조정에 성공했는가? 한미 FTA 이후 더욱 첨예해질 이러한 문제들에 대처할 만한 능력과 시스템을 우리 정부는 갖추고 있는가? 이미 심각해진 실업문제와 교육과 보건 등의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양극화, 그리고 이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에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다르다고 주장할 만한 사회시스템이 우리에게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국정홍보처에 묻고 싶다.

오늘(21일) <국정브리핑>에 또 PD수첩을 비난하는 글이 실렸다. 제목은 'PD수첩은 시청자를 존중했나'다. 충고는 달게 듣겠다. 지금까지 PD수첩은 시청자를 존중하면서 방송을 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면이 많다. 더욱 노력하겠다. <국정브리핑>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다만 정부에 묻고 싶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을 존중했나?"

정부와 청와대는 PD수첩이 한미 FTA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거듭해서 비난하고 있다. 되묻고 싶다. 비판적 언론의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최근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수해에 대비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잘한 일도 있을 것이고 잘못한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정부가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반반씩 섞어서 보도해야 하는가? 추진과정에서부터 비민주성과 비합리성으로 인해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는 한미 FTA 추진이라는 국가정책에 대해 PD수첩은 저널리즘의 잣대를 엄정하게 들이대면서 실증적인 검증을 계속할 것이다.

한미 FTA 2차 협상은 파행으로 끝났다. 오는 9월에는 3차 협상이 미국에서 열린다. PD수첩은 최근 2번에 걸쳐 방영한 한미 FTA 협상 관련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제기한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기원한다. 한국의 정부관료들이 국민의 이익을 위한 협상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제발, 앞으로는 정부의 태도가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로 변하기를, 그래서 많은 이해당사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협상결과를 가져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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