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료 역할을 했던 팩스 5장을 보낸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20일 감사원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팩스 송신자의 죽음으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던 이 문건은 결국 외환은행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7월 21일 9시 55분. 이제는 고인이 된 외환은행 허 모 전 차장은 금융감독원에 팩스 5장을 보냈다.
해당 팩스는 추가 부실액이 가장 많게 계상돼 추후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낮게 산정되는 근거로 활용됐다. 결국 해당 팩스 5장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결정적인 근거자료가 된 셈이다.
항간에는 외환은행 임직원 중 한 명이 명동 지역에 비밀 사무실을 차려놓고 해당 팩스를 보냈다는 소문, 론스타가 이 과정에서 관여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더 의문을 키웠던 것은 팩스의 상단부에 위치한 팩스 국번. 팩스를 보낸 허 모 차장이 일했던 경영전략부의 팩스 국번은 775, 경영전략부 태스크포스팀은 777번, 재무기획부 번호는 775와 319번이었지만 의문의 팩스 국번은 729번이었다.
문제는 의문의 팩스에 대해 규명해줄 수 있는 송신자인 허 모 차장이 지난해 8월 간암으로 이미 세상을 등졌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한때 금융가에선 2003년 매각과정에 관여한 일부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잘못을 허 모 차장에게 모두 떠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를 통해 이같은 의문은 허망하게 풀렸다.
송고된 팩스의 원래 번호는 775-2582번이었지만, 이 팩스는 내용을 송고할 때 '02729'가 찍히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시험 삼아 해당 기계에서 팩스를 전송해본 결과 팩스 문서 상단에 '02729'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이 팩스에 포함된 대부분의 수치가 외환은행 내부 자료에 근거했으며 허 모 차장의 상급자인 전용준 당시 외환은행 부장도 팩스 송부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조사에서 진술했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 발표로 억울하게 씌워졌던 허 모 차장의 혐의는 풀리게 됐다. 아울러 억울함 때문에 언론 접촉을 피하고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린 유족도 이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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