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21일 밤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치러진 월드컵 G조 리그 2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북한의 안방에 전달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새벽 브라질과 자국의 경기를 같은 날 오후 8시 30분부터 녹화 중계하는 등 이번 월드컵 주요 경기들을 모두 한나절 이상 지나서야 내보냈지만, 이날만큼은 높아진 월드컵 열기를 반영해 생중계에 나선 것.
<중앙TV>가 중계한 화면은 남한에 전달된 것보다 1~2초 정도 뒤늦은 화면이긴 했으나 원 방송의 소리를 최대한 줄였던 개막전 녹화 중계 때와는 달리 부부젤라 소리도 그대로 들어가 현장감이 살아 있었다.
전반 29분 포르투갈의 첫 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해설자인 리동규 체육과학연구소 교수와 캐스터는 아쉬워하면서도 첫 골 전까지는 게임이 비교적 비등하게 전개됐다고 평가했으며, 득점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내놨다.
후반전에서 시망(아틀레티코)과 알메이다(베르더 브레멘)가 연달아 추가골을 터트릴 때까지만 해도 리 교수는 차분하게 "우리팀이 후반전에 들어와서 잃은 점수를 회복하려는데로부터 거리 간격이 공격선과 방어선이 좀 늘어난 감이 있었는데 여기로부터 속공에서 이뤄진 실점"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첫 생중계의 활기도 잠시, 4골 이상 득점차가 나자 포르투갈 선수들이 추가 골을 넣어도 해설자와 캐스터부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결국 경기는 0-7로 마무리됐고 중계도 서둘러 마무리됐다.
▲ 손을 흔드는 호날두와 허탈해하는 정대세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
북한은 2010 남아공 월드컵만 보자면 현재까지 최다 득점차로 패배한 팀이지만 월드컵 본선 전체 역사에서 보면 5번째다.
역대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가장 큰 득점차는 9골 차였다. 그 첫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한국.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의 한국 팀은 헝가리를 맞아 0-9로 크게 졌다.
이후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이 유고슬라비아에 같은 스코어로,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엘살바도르가 헝가리에 1-10으로 패하며 타이 기록을 세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에 0-8로 대패한 사례가 이 뒤를 이었다.
북한은 이날 역대 월드컵 본선 경기 '최악의 득점차' 5위를 차지하면서 슬로건이었던 "또 다시 1966년처럼, 조선아 이겨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됐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첫 본선 진출에 8강까지 살아남으며 신화를 일궜던 북한은 44년 전 8강전에서 꺾지 못한 포르투갈을 다시 만나 설욕을 별렀지만, 포르투갈의 벽은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한편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최근 일어났던 북한의 월드컵 해적방송 논란과 관련해 "미국이 우리를 비방중상하는데 대해서는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의 월드컵 방송을 불법 행위라며 '범죄 국가'라고 칭한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서 "우리가 월드컵 경기를 중계 방송 하는 것은 국제기구들과의 합의에 준해 진행되는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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