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이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의 유해성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김덕원 교수팀은 각각 21명(남 23명, 여 19명)의 청소년과 성인 그룹을 대상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에 15~30분씩 노출하는 실험을 한 결과 청소년의 손바닥에서 땀 분비량이 증가하는 유해성이 일부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자파 연구분야 권위지인 <바이오일렉트로마그네틱스> 인터넷판에 실렸다.
그동안 유럽 통신 방식인 GSM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이 외국서 발표된 적은 있지만 국내 휴대전화 고유의 통신 방식인 CDMA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인체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헤드폰의 한쪽에 휴대전화를 장착한 다음 15~30분간 전자파를 방출했을 때와 전자파가 방출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장착한 헤드폰을 같은 시간 착용했을 때 각각의 혈압과 맥박수, 땀 분비 관련 피부 저항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피험자들은 전자파의 실제노출과 가짜노출을 알지 못했다. 전자파는 CDMA 휴대전화의 최대 전자파 출력인 300㎽가 각 피험자에게 노출됐다.
실험 결과 성인의 경우는 전자파에 노출되기 전과 후 모두 수축기.이완기 혈압이나 맥박수, 호흡수, 손바닥의 땀 분비량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는 혈압, 맥박수, 호흡수는 변하지 않았지만 손바닥의 땀 분비량이 늘면서 피부저항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자파에 15분 노출된 청소년 그룹의 손바닥은 20% 가량 피부 저항이 감소했으며 30분 노출된 청소년들은 약 30% 정도 피부 저항이 줄었다. 그러나 손바닥의 땀 분비량 증가는 전자파 노출을 중지하고 10여 분이 지나자 평상시와 다름없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같은 실험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실시했을 때는 여성의 경우 손바닥 땀 분비량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남성은 전자파 노출 30분후 피부저항이 25% 가량 감소하는 특성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연구팀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손바닥의 땀 분비량이 증가됐고, 이에 따른 수분 증가로 피부 저항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성인처럼 체내 면역체계가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자파의 유해성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덕원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 중에만 땀 분비가 증가되는 것을 보면 일시적인 생리학적 변화로 추정된다"면서 "땀 분비량 증가와 관련한 CDMA 휴대전화의 유해성은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진 만큼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영국과 호주 정부가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것은 전자파의 악영향에 근거를 둔 것"이라며 "한국은 IT 강국이면서도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저조한 만큼 지금이라도 CDMA폰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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