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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철도, 대륙철도, 세계철도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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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철도, 대륙철도, 세계철도를 향하여!

[대륙 철도의 꿈(6·끝)] 시베리아 유학생의 편지

저는 2003년부터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시베리아교통대학교 경제공학부 철도교통경제학과에 유학하고 있으며, 러시아철도와 한국철도를 접목하는 것을 공부의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곳 시베리아교통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은 모두 26명입니다. 우리들은 한국철도가 세계철도로 나아가는 데 스스로 초석이 되리라 생각하며,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도 추운 줄 모르고 언어의 장벽과 싸워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두려웠습니다. 낯선 시베리아 땅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부터가 그랬습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러시아 학생들보다 2~3배 더 시간을 들여 공부해도 학업 성취도가 낮아 때론 심신이 지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교수님들과 친구들 덕분에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유학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유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평양철도대학에서 유학 온 학생(현재 23명)들과는 기숙사 위아래 층에서 생활하는데도 별다른 교류가 없어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 점은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 왼쪽부터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북한 학생, 이 글의 필자인 송지영 씨, 송 씨의 아버지인 한국철도대학 송문석 교수, 시베리아교통대학교 니하로시코프 부총장. ⓒ 송지영

다행히도 북한 학생들은 공부를 잘합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마치 한민족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듯해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들에게 더 발전하도록 하는 채찍질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국 유학생 중 다수는 러시아 학생이나 북한 유학생 못지않게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습니다.

요즈음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사업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온 결과로 조금씩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현지에서 철도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저는 TSR과 TKR의 연결에 관한 논의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철도 시스템을 재통합시키고, 그것을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함으로써 '철의 실크로드'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게 되면, 한국에서 시작해 북한과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철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철도 시스템이 실현되면 러시아는 한국과 바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국가로 나아가는 바다 쪽 출구도 얻게 됩니다.

러시아는 한국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는 지점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지점은 한국이 러시아로 뻗어 나오는 데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중요합니다.
▲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중앙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 역. ⓒ 송지영

한국철도와의 연결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4가지 대안은 하산을 통한 연결, 중국을 통한 연결(바이칼 역), 몽골을 통한 연결(나우시키 역), 카자흐스탄을 통한 연결(일명 '트라세카(TRACECA) 프로젝트'의 제안)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이 4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 2월 시베리아교통대학을 방문한 러시아 철도공사의 야쿠닌 사장으로부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쿠닌 사장은 한국이 고속철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데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시베리아교통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국의 고속철도 건설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TKR과 TSR의 연결은 분위기상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먼 미래에서나 이루어질 듯했던 부산에서 유럽까지의 철도여행이 가능해지는 날이 곧 올 겁니다. 저는 다음 달에 열리는 독일 월드컵 때 부산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열차가 베를린까지 가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철도의 사정으로 인해 이런 월드컵 열차의 운행이 불투명해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생활하는 곳인 노보시비르스크는 시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철도의 관점에서 보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중심이자 시베리아 지역 운송의 한 거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시베리아의 생명줄인 오브 강을 건너는 철교의 건설과 함께 태어났으니, 철도와 함께 시작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달리는 러시아 열차. ⓒ 송지영

황량한 시베리아 땅을 연결하는 철도의 심장부에서 철도를 공부하게 되다니! 저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러시아 철도는 특히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노선과 이 노선의 거대한 수송량으로 유명합니다. 러시아는 거대한 규모의 자국 철도산업을 세계화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대륙 교통망을 구축하는 데 국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안된 많은 대안들 가운데 동아시아 방향의 철도망 구축이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곧 러시아가 한국과 연결되는 방향이지요.

러시아의 지역경제나 교통수송망 등에 관해 배우는 전공과목 수업시간에도 교수님들이 러시아 철도의 미래 전망에서 한국과의 연결은 중대한 문제라면서 한국어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하시곤 합니다.

우리 대학에 신설된 세계경제학과에서는 미래 철도의 주역을 기르기 위해 학생들에게 3개 이상의 외국어를 배우게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영어는 필수이고 유럽의 언어(독일어, 프랑스어 중 택일)와 동양의 언어(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중 택일)도 배워야 합니다. 이는 바로 대외적인 철도 전문가 양성을 위한 것이지요.
▲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시베리아교통대학 교정. 단축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송지영

시베리아교통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의 유학생들은 러시아 철도를 연구해, 앞으로 TKR과 TSR의 연결과 연결 이후의 철도 운영에 큰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러시아는 아주 빨리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러시아의 변화와 호흡을 같이 하면서 러시아의 철도에 관해,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에 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를 비롯한 대륙 철도에 대한 확실한 지식기반을 갖춘 다음, 그 바탕 위에서 TKR과 TSR의 연결노선을 통해 한민족의 통일과 세계진출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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