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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장비 도입때 업체돈으로 해외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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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장비 도입때 업체돈으로 해외출장

미국ㆍ유럽 8박9일 출장에 1인당 경비가 200만원?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2003년 헌혈 혈액 중의 AIDS, C형간염 바이러스를 더 정확하게 검출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서 사전에 실시한 미국, 유럽 현장 조사 때 입출국 항공료를 제외한 비용 전부를 장비 판매업체에게 부담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적십자사는 기존 효소면역검사(EIA)로는 잠복기의 AIDS,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를 검출하지 못해 혈액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핵산증폭검사(NAT) 장비를 도입해 2005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NAT 장비는 초기 시설 구축에 38억 원이 들었고, 연간 운영비도 200억 원 가까이 되는 주요장비다.

8박9일간 미국과 유럽 현장조사 경비, 업체가 부담

11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2003년 당시 현장조사와 관련한 적십자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그 해 6월 25일부터 7월 3일까지 8박9일간 실시된 미국, 유럽 현장조사 과정에서 "숙식비 및 현지 경비는 관련업체 부담"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관련업체는 NAT 장비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으로서 당시 현장조사의 대상이었던 C사와 R사를 가리킨다.
▲ NAT 장비 도입 관련 국외 출장 관련 적십자사 내부 문건(2003년 6월 20일자). 적십자사는 숙식비 및 현지 경비를 "관련 업체 부담"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 문건에 적십자사는 6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에게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출국), 프랑스 파리-인천(입국)의 항공료 930만 원(이코노미석)과 일비 및 준비금 조의 2465달러(1인당 약 40만 원)만 지불한 가운데 8박9일의 현장 조사를 내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1인당 약 200만 원 정도만 지급한 셈이다.

이는 현장조사 기간 중의 숙박, 식사, 활동경비는 물론이고 샌프란시스코-파리 간 항공료까지 모두 '관련업체 부담'으로 사전에 계획을 세웠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실제 '관련업체 부담'으로 집행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은 또 조사단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할 때 항공기의 비즈니스 석을 제공받았음을 확인했다. 적십자사 내부 규정에 따르면, 총재를 제외한 모든 직원(임·위원 포함)은 이코노미 석(3등석)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프레시안>은 C사와 R사가 조사단에게 어떤 수준으로 숙식 및 현지 활동경비를 제공했는지 확인하려 했으나 적십자사는 "숙소 등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조사단에 참여한 이들의 기억으로는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급이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8일간 미국, 유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C사와 R사, 그리고 조사단만이 알 수 있다는 것.
▲ 현지 조사단 해외 출자의 집행비 내역. 적십자사는 현지 조사단의 해외 출장에 필요한 예산은 1225만여 원으로 집행했다. 그 중 930만 원은 입출국 항공료로 쓰였고 나머지는 2465달러로 환전돼 개인에게 일비, 준비비로 집행됐다. ⓒ프레시안

적십자사, 있지도 않은 관련법령 동원해 변명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고가의 NAT 장비 도입을 앞두고 실시한 현장 조사가 관련업체의 비용 부담으로 진행된 일에 대해 적십자사는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한 <프레시안>의 질문에 적십자사는 "관련법령을 적용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업체가 부담하게 했다"며 '문제될 게 없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적십자사가 제시한 관련법령은 약사법 시행규칙 제40조 제1항 제14호 '수입 혈장 관리 기준'. 해당 조문은 "혈장 수입 업소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실태 조사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고 되어 있다.

NAT 장비는 분명히 수입 혈장이 아닌 마당에 수입 혈장 관리 기준을 적용한 '상식 밖'의 해명에 대해 적십자사 헌혈홍보팀 관계자는 "NAT 장비에 대해서는 관련법령이 따로 없어 수입 혈장 관련 법령을 '준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규정을 준용한다 하더라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주체는 '혈장 수입 업소', 즉 혈장을 수입해 혈액제제를 제조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녹십자, 동신제약 등과 같은 국내 제약사를 가리킨다. 우리가 수입한 NAT 장비를 판매하는 C사와 R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적십자사의 한 전직 간부는 "적십자 측의 해명은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후안무치한 것"이라며 "그 해명대로라면 적십자사 직원들은 늘 관련업체들에게 손을 벌리고 다녀도 문제될 게 하나도 없겠다"고 지적했다.

적십자사 232억 들여 새로운 장비 또 도입…이번에는 또?

<프레시안>은 지난 21일 "적십자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도 받지 않았으며 성능도 경쟁사의 것보다 못한 NAT 장비를 2003년에 전격 도입했다"며 도입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었다. 2003년 당시 적십자사는 전국 3곳(서울 2곳, 부산 1곳)의 검사센터 중 2곳에 아직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R사의 장비를, 나머지 1곳에 C사의 장비를 각각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런 의혹 제기에 적십자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인된 장비를 도입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2006년 232억 원을 도입해 검사자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완전 자동화 검사 장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새로운 장비 도입을 위해서는 적십자사, 보건복지부,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검사자동화기기 선정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이 새로운 자동화 검사 장비의 유력한 판매업체로는 또 다른 다국적 기업 E사가 거명되고 있다.

현재 E사에는 2003년 R사의 NAT 장비가 주계약업체로 선정될 때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자리를 옮겨 고위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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