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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의 절묘한 '후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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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투자의 현인' 워렌 버핏의 절묘한 '후계구도'

"아들은 경영권 없는 회장, 재산은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

기업의 경영문화와 가치투자를 강조해 온 워렌 버핏(75)이 '투자의 현인'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절묘한 후계구도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버핏 "아들은 최고경영자가 아닌 회장 맡게 될 것"
  
  세계 2위의 부자이자 수백조 원의 자산을 지닌 금융기업 버크셔 해서웨이를 일궈낸 버핏은 지난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들 하워드 버핏(51)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들이 갖게 될 버크셔 해서웨이에서의 지위에 대해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회장'이라고 못박았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차기 CEO는 이미 이사회에서 내정된 상태이며, 회장과 CEO를 공식 선출하는 이사회는 버핏이 죽은 뒤에 열리게 돼 있다.
  
  버핏은 아들에게 부여된 회장의 역할을 '기업문화의 이중 보호장치'라고 표현하면서 "아들은 회장으로서 최고경영자를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례 주주총회에 모인 2만4000여 명의 '버핏 추종자'들은 이같은 버핏의 후계구도에 대해 신뢰를 보냈다. 수십 년 동안 주가지수 상승률을 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준 버핏이라면 후계구도도 치밀하게 마련하지 않았겠느냐는 믿음이다.
  
  게다가 워렌 버핏은 42조 원에 달하는 자신의 재산 중 99%를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하고 있으며, 자신이 죽은 뒤에 버크셔 헤서웨이의 지분은 자선사업에 모두 기부하고 세 자녀에게는 한 푼의 재산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들 하워드 버핏도 1993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등재 이사이기는 했지만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사진작가와 환경운동가로서의 활동에 치중해 왔다.
  
  이 때문에 아버지 버핏은 자신의 사후에도 기업의 가치경영을 중시하는 투자문화와 사심 없는 기업가 문화를 지켜내는 임무만큼은 자신의 아들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차기 CEO로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금융보험 계열사인 제너럴 리의 조셉 브랜든(47),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의 데이비드 소콜(49), 재보험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아지트 제인(54)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버핏은 "회장이 바뀐 뒤 1~2년이 지나기 전에 사람들은 주주들에 대한 버크셔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면서 "내가 죽은 뒤에도 10명의 이사가 있으며, 버크셔의 힘이 한 사람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버크셔는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삼성 관계자 "상속 자체는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워렌 버핏의 이런 후계구도는 편법증여 등을 통해 2,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려는 국내 재계의 행태와 대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국내외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그는 "워렌 버핏처럼 2세에게 기업문화를 지키는 회장 역할만 맡기고 싶어도 그럴 경우 주인 노릇조차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장남 상속이라는 전통을 따르지 않고 셋째인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것에서 보듯 경영능력이 없는데도 자손에세 무리하게 경영권을 넘기려 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나라 법은 상속세율이 50%에 달해 3대만 되면 경영권을 잃게 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스웨덴의 사례를 들었다. 스웨덴은 기업에 법인세 등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대신 창업자의 주식 1주의 의결권을 1000주로 간주해주는 '황금주' 제도가 있어 주주들로부터 경영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지 않는 한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경영권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 보장 요구는 시대착오적"
  
  그러나 최근 주요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에 합류한 위평량 대안센터장은 기업이 창업자의 재산이며 대물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시대착오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보장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스웨덴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며, 그것도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환원 등 기업의 노력이 선행되고 이에 대해 사회적 협약으로서 정부가 반대급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 2, 3세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경영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기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비중을 고려한다면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경영권 승계는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기업을 창업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국내 재계 인사들은 워렌 버핏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함께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는 '책임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결성해 상속 반대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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