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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늪은 물 적신 스펀지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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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성산 늪은 물 적신 스펀지와 같습니다"

김곰치의 '천성산 유량조사단' 통신 〈4〉

약속 시간에 늦어 차를 탔다. 택시기사는 예순이 넘었음직한 노인이다. 귀에 보청기를 끼고 있다. "양산에 대동 아파트라고 있는데, 아파트 바로 위 산에 터널을 뚫고 있거든요. 근데 아파트 옆 저수지가 완전히 말라버렸어요. 왜 위에서 공사를 하는데, 밑의 저수지가 마를까요?" 하고 슬쩍 물어보았다.

"꼭 터널 공사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부산에 물만골이라는 데가 있어요. 거기 계곡과 샘이 좋은데, 제가 그 밑에 살아요. 물 뜨러 다녔지요. 주민들이 커다란 물통을 가지고 와서 줄을 서요. 굵은 호스가 물을 뿜어내요. 근데 올 봄 내내 쨀쨀거리거든요. 비가 꽤 왔는데, 지금도 그래요. 산에 특별한 공사가 없거든요. 도로공사 하나가 있었지만, 상관이 없을 테고. 암튼 물이 많아 물만골이었는데 말이죠."

지하수를 합법적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무단 취수도 있고 또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거나 해서 고갈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동아파트 경우는 90% 이상 터널 공사 때문인 것 같은데, 조사를 해봐야겠죠." 기사가 말했다.

물만골 계곡에서 손자가 도롱뇽을 잡아온 이야기, 버드나무 가지로 지하수맥을 찾는 이야기 등 오래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귀한 말씀을 들었다. 그러는 새 택시는 부산대학교 지질관 앞에 도착하였다. 6400원 나왔는데, 이야기 잘 나눴다며 나는 6500원 받으라 했는데, 기사는 기어코 500원을 돌려준다. "이걸로 커피 한 잔 잘 마시겠습니다!"

"시공사 돈 받아 하는 환경영향평가, 문제 많다"
▲ 손문 부산대학교 교수(지구환경시스템학부) ⓒ김곰치

4월 26일 수요일 오후 4시. 천성산 대책위 측 조사자로 환경공동조사에 참여했던 손문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실에서 1시간 1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동아파트 지하수 고갈과 시추조사가 있었던 대성늪의 훼손 등이 궁금했지만, 구조지질학에 대한 교양적인 이야기와 한국의 환경영향평가 제도, 천성산 공동조사의 뒷이야기 등 시사적인 내용도 대단히 흥미로웠다.

- 먼저, 고맙습니다. 몇 달 동안 고생 많으셨죠?

"몇 달이 아니라, 조사는 3개월 했지만, 중간에 문제가 많이 생겨 가지고 실은 1년 했죠. 제가 처음 지율 스님을 뵌 게 작년 2, 3월쯤이었어요. 실제 조사를 하기 앞서 공단 측하고 회의를 얼마나 많이 했겠습니까. 조사를 하고 나서도 <조선일보>에 기사가 잘못 나와서 하니 못하니 또 싸우고…. 다른 연구도 해야 하는데, 너무 질질 끄니까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공단 측이 좀 지저분하게 했어요. 조사를 했다고 바로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료 분석을 해야 되는데, 신문에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이 났다'고 나왔으니."

- 공단 관계자 말을 인용한 것이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공단 측도 그 기사로 좋은 일은 없었어요. 환경부 장관이 공단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고, 상당한 규모의 직제개편도 있었어요."

- 나중에 신문을 찾아보니까, 조그만 단신으로 나온 거였더라고요.

"그렇지만 그걸 다른 데서 인용들을 하니까. 또 참 난감한 게, 이제 막 분석 시작하려는데, 동료 교수님들부터 에이, 별 이상 없다는데 뭘 그리 열심히 하냐고 그러시고. 관심들이 많은 이슈라서 작은 기사였지만 파급 효과가 있었죠."

- 공동조사 보고서를 보니까, 총 보고서가 있고, 요약본이 있더라고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렇죠, 쉽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니까."

-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라는 게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데, 이번 천성산 논란으로 환경영향평가를 제 나름으로 생각해봤을 때, 새만금 갯벌이든 천성산이든,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하는 거잖아요? 근데 모든 공사에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는 건가요?

"다 해야죠.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해야죠. 어차피 큰 규모의 공사는 환경이 파괴되게 돼 있거든요. 지금 관련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영향평가를 누가 하느냐, 경비를 시공사가 댑니다. 시공사가 선정을 해서 용역을 주는데, 누가 시공사의 계획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천성산의 경우는, 원래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었지만, 지율 스님께서 문제를 제기해서 이슈가 되어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진짜 객관적인 조사가 한번 이루어진 것일 뿐입니다. 아직도 다른 데는 거의 요식행위라는 거죠."

- 요식이라고 비난받을 소지가 많다, 이런 말씀이죠?

"아뇨, 제도적으로 그렇습니다. 시스템이 그래요. 시공사의 돈을 받아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회사가 시공사에 잘못 보이면, 다음에 영향평가를 맡기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 영향평가를 하는 전문회사가 있습니까?

"많이 있어요."

- 그 회사도 자문교수라든지 외부에다 연구용역 의뢰를 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는 하지 않아요."

- 회사 내의 연구원들이 하는 겁니까?

"예. 그런데 규모가 다 열악합니다. 우리나라 환경영향평가 제도, 저는 어딜 가나 이야기합니다만, 손을 봐야 해요. 환경부가 관할을 하고 공사비의 몇 프로, 1%면 1%로 공탁제도로 운영해야 해요. 공탁을 딱 걸고 국가에서 발주를 내고 입찰을 시키면 환경영향평가 회사 입장에서도 감독기관이 환경부니까 시공사의 눈치를 안 봐도 되잖아요. 환경부도 일이 많겠지만, 특히 천성산 같은 이런 큰 문제를 보더라도, 항상 부실 아닙니까. 며칠 전 어느 시민단체에서 읽어보라고 경기도 쪽 전철 복선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하나를 보내왔는데, 지질학 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고 있어요. 건축사 사무소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했거든요. 거기도 지하수 문제가 쟁점인데, 건축사 사무소에서 어떻게 지하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까. 결국 구조적인 문제예요."

- 제가 알기로, 제일 유명한 환경영향평가 두 개가 새만금 하고 천성산입니다만….

"예, 그것도 처음에 공사 측에서 의뢰해서 했던 것은 다 엉터리로 나왔잖아요. 문제가 대두되니까 또 조사단을 꾸리고 교수들을 모아가지고 객관적으로 다시 하자, 그랬던 거 아닙니까. 이슈가 되지 않는 데는 지금도 거의 요식 행위입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원로' 전문가들 모셔놓고 평가"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반인으로서 관심이 있어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려고 했는데, 막상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지하수나 수맥 등 생각해보면 아주 신기한 것들을 그동안 저는 언론 보도를 보고 좀 알게 되었는데요. 새만금도 그렇지만, 연구진들이 조사를 했고 앞으로 큰 변화가 생길 테니까, 우선 이미 존재하는 생태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관찰의 자료부터 축적이 될 것이고, 또 이렇게 저렇게 변화될 것이다, 하는 예측 등 환경영향평가가 다루는 모든 것이 저는 참 드라마틱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돈 들여서, 뛰어난 연구자들이 조사를 해가지고 생생한 보고서가 나오는데, 출판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각 영역의 전문가들에게 글쓰기 교육이 잘돼 있는 프랑스 같은 나라라면, 바로 상업출판을 하지 않겠느냐. 이렇게까지 생각했었죠. 기자회견 있기 전날 마지막 전체회의, 그 속기록을 봤는데, 그건 흥미로웠습니다.

"저도 아직 못 봤는데."

- 속기록을 지율 스님이 쟁점 중심으로 5분의 1로 줄여 천성산 유량조사단 카페에 올려놓았거든요. 손문 교수님의 화분 이야기도 거기서 봤습니다. 저는 늪을 화분에 비유한 것은 가히 100만 불짜리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할 텐데요, 암튼, 지율 스님 말이 속기록의 중요한 대목에서 천성산 대책위 쪽 교수님들의 발언이 삭제돼 있다고 하세요.

"녹취란 게 그럴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처음에는, 속기로 하지 말고, 비디오 촬영을 하자고 했어요. 공단 쪽에서 굉장히 꺼려 하더라구요. 다른 교수님들도 우리가 무슨 증인도 아니고 촬영까지 하면 말 하기가 좀 그렇다, 하셨어요. 그러면 회의 못하겠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이 강경하게 나가기도 했죠. 그러다 결국 속기만 하게 된 거예요."

- 공단 쪽 교수님들은 다 선배들 아닙니까? 말하거나 주장할 때, 좀 곤란하지 않았습니까?

"다 선배님들이죠. 그런 점이 있죠. 잘 아는 분들입니다. 학계에서 이미 만나고 했고. 근데 이 조사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고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단 쪽 선생님들도 많은 부분 양보를 했어요. 우리도 양보했고요. 그러나 우리 쪽 주장을 수용해서 사실상 이번 조사 결과는 물 샌다는 이야기예요."

- 저는 보고서 발표 내용을 <부산일보> 기사로 봤는데요, '이야, 조사결과가 참 잘 나왔네', 싶었어요.

"국민이 보고 있고 세금을 십수 억을 써서 하는 일인데, 엉터리로 할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조사 기간은 석 달이었고, 100% 확신 못하는 게 많았어요. 우리도 100%가 안 되는 것은 양보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물은 샌다 하는 것이죠. 물이 안 샌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예요. 땅을 뚫고 들어가는데 물이 안 나온다? 아무 데나 한번 뚫어보세요, 물이 안 나오나. 얼마나 나오느냐, 얼마큼 나오고 그래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 이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 공단에서는 최고 권위자를 모셨지요?

"그렇죠. 공단이나 공사(公社)는 대개 그런 편이예요. 최고 원로나 학계에서 누구도 무시 못할 인정받은 선생님들을 모셔요. 젊은 사람들은 원로 선생님들이 인상만 팍 써도 쉽게 말을 하기가 힘들죠(웃음)."

"아무리 애를 써도 물이 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 속기록 보면, 제가 '우리'란 말을 쓴다면요, 우리 쪽 교수님들, 밖에서 우려한 것과는 달리, 말씀 참 잘하시네, 이런 생각 했어요. 지율 스님도 속기록 보시고 교수님들 애 많이 쓰셨다, 고마워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교수님은 지구환경시스템학부에 계시고, 그 중 지질환경과학 전공이고, 세부전공은 구조지질학인데, 이번에 맡은 조사 파트, 왜 이 파트가 있어야 했고, 어떤 것을 주안점으로 조사했다, 하는 것을 독자들이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터널을 뚫었을 때, 물이 샐 거냐 안 샐 거냐, 하는 지하수 유출 문제, 그리고 유출 후 지표수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 거냐, 하는 게 이번 공동조사의 핵심이었거든요. 근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하수 부분도 조사해야 하지만, 지하의 일이니까, 지하의 구조, 특히 그 지역의 지질 구조를 알아야 하죠. 지질 구조라는 게 뭐냐 하면, 원래 암석이 있으면 나중에 어떤 힘을 받아 암석이 깨진다거나 균열이 발생한다든지 하는데, 우리는 그걸 단층이라 하고 절리라 하죠. 그런 것들이 어떤 패턴으로 지하에 있느냐 하는 점이죠. 어떨 때는 습곡이 나올 수 있고.

근데 천성산 지역은 습곡은 아니거든요. 단층 지역이거든요. 암석의 균열이 발생하는 지역이에요. 습곡이 일어나려면 암석이 물렁물렁해야 해요. 지하의 온도, 압력이 높은 조건이어야 하는데, 온도와 압력이 낮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을 받으면 암석이 부러지는 곳이에요. 암석이 부러진 균열들, 즉 단층이나 절리대가 지하수 흐름의 통로가 된단 말이죠. 어떤 경우에는 단층대에서 오랫동안 땅이 갈리면 단층대 내에 점토막이 형성된다고요."

- 갈리면? 아, 층끼리 마찰하고 마모가 되면.

"예, 그래서 지하수가 흐르는데, 점토막이 형성되면, 지하의 댐 같은 역할을 한단 말이죠. 우리가 지하를 뚫는다, 그러면 댐에 구멍을 뚫는 거잖아요. 댐에 물이 꽉 차 있는데, 구멍을 뚫으면, 물이 콸콸콸 쏟아지거든요. 한번 잘못 건드리면 감당을 못할 정도로 나올 수 있어요. 지하수 쪽 분이 해석을 잘 하기 위해, 또 터널의 안전성을 해석하기 위한 기초자료, 그 안의 지하구조부터 밝히는 것이 우리 파트의 목적이었죠."

- 몇 년 전 완공된 영천 도수로 터널의 경우, 하루에 1만5000t인가 빠져 나왔다는 것도 지하 댐에 구멍을 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겠네요.


"예, 만약에 암반에 균열이 없다면, 어디로 물이 흐르겠습니까. 균열 따라 흐르거든요. 오래된 암석이기 때문에. 물론 우리 천성산 늪의 경우는, 늪의 흐름체계, 운동체계는 지하수의 체계와 다르죠. 그러나 늪이란 게 스펀지가 물을 적시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늪 밑에서 지하수가 빠져 건조해지면, 결국 스펀지가 마르거든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지."

- 건조해지는 쪽으로 늪 물이 계속 가겠네요.

"예, 천성산의 문제뿐만 아니고, 이건 일반론입니다. 어떤 곳이든 터널을 뚫었을 때, 물은 새고, 그 양이 많으냐 적으냐의 문제지 영향은 다 있죠."

- 어떻게 보면, 물이 많은 산을 뚫으면 많이 새고, 적은 산을 뚫으면 적게 새고, 그렇겠네요.


"우리가 물이 많을 거라고 예상하는 데가 다시 말하지만 단층대거든요. 균열이 많으니까 물이 흐르고 거기 많이 저장돼 있을 거라고 보죠. 그런 걸 뚫는데, 예측하지 못하고 뚫으면, 홍수가 난다 이겁니다. 요즘은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물이 어디 있느냐, 예측하려고 하는 겁니다. 여러 가지 공법이 있어요. 물을 지하에서 막아가면서 공사를 하기도 하고."

- 그게 차수공법인가요?

"예, 그런데 성공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겁니다."

- 어느 정도인가요?

"그걸 비율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지하를 예측하기 힘들어서, 근데 그게 수십%가 되겠어요? 공단 분들은 이렇게 얘기해요. 좋은 공법이 있어서 다 할 수 있다고. 공법이 100% 된다면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지만 아닌 것, 터진 것 수없이 많잖아요."

- 어떤 공법을 쓴다 해도 물이 터질 수밖에 없는 지역도 있겠네요?

"그렇죠."
▲ 손문 교수는 천성산 늪을 물에 적신 스펀지에 비유했다. ⓒ김곰치

- 대동아파트의 경우, 본선 터널이 아닌 보조터널 공사로 지하 물탱크가 고갈된 것 같은데, 주민이 항의를 하러 들어갔는데, 터널 안이 소나기 오듯이 물이 떨어지더래요. 어제는 주남 마을에 가서 주민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어느 한 주민도 자기 마을 위 보조 터널에 가봤다는데, 그분 역시 하필 소나기란 단어를 쓰시더라고요. 공사 측에서는 대동아파트 위 터널에서 하루 200톤 물이 나온다 했답니다. 단층대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렇다는 건데요.

"단층대가 아니더라도 절리대가 있고요. 단층대일 때는 더 확률이 높고 대형 지하수 유출이 예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암석 균열이 밀집돼 있는 절리대에서도 충분히 물이 나올 수 있죠. 우리가 조사할 때 어디에 절리대가 있는지까지 다 조사해서 그림을 그려줬어요."

- 조사보고서를 보면, 언론보도에도 수치가 나왔는데, 고속철도 터널공사에서 분당 1t 물이 나온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 작은 터널에서도 하루 200t이 나온다는데, 분당 1t이라는 것이 정확한지, 어떻게 이런 확정적인 수치가 나왔는지 궁금하거든요.

"과학도 한계가 있어요. 일단 지하에 있는 단층을 만났다는 가정 하에, 수리적인 모델을 만들거든요. 여기 단층이 있는데, 물이 있다, 물의 흐름 속도가 얼마다 해서 실험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한단 말이죠. 단층대가 있으면, 아무리 좋은 차수공법을 해도 분당 1t이 나온다는 거예요."

- 최대한의 기술적인 노력을 다했을 때도 분당 1t?

"분당 1t이면 한 시간 60t이고, 하루면 1400여t. 이것도 상당히 많이 나오는 거란 말입니다. 보고서에 나온 시뮬레이션은, 자세히 보시면, 최고로 좋은 공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그렇다는 거예요. 문제는 자연은 수학적으로 풀어도 100% 안 맞거든요.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봐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여러 데이터를 넣어 수리적인 모델링을 했고, 아무리 좋은 공법을 해도 분당 1t은 나온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거죠."

- 천성산 일대의 총 지하수량에 대한 가정이 이미 있었나요?

"수량에 대해서는, 우리가 시추를 해가지고 수위를 알아내거든요. 그 다음, 안에 물이 흐르는 속도를 계산하거든요."

- 수위와 지하 유속 조사로 총량에 대한 산정이 있었다?

"수리전도도(Hydraulic Conductivity) 등 여러 실험이 있습니다. 그 실험들을 했죠. 그러니까 요번에 십수억 원이 들었죠. 그렇다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경비가 많이 든 것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기간이 짧았고, 조사지역을 한정시켜 했기 때문에. 요즘은 대형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는 몇십 억씩 들어요. 처음에, 이십 억 원 정도를 요구했는데, 공단에서 하도 깎아대서."

"공단 측 전문가들도 물이 샌 다는 사실은 인정"

- 다른 사기업의 연구조사에 비해 인건비도 제대로 못 받고, 1년 동안 경제적인 손실은 안 봤습니까?

"처음에 공단 쪽이 좀 얄미운 게, 회의를 하면 공단 쪽 조사위원한테는 회의비 주고 우리한테는 돈도 안 줘요. 우리는 우리 돈 들여서 서울까지 올라가고(웃음). 나중에 계약이 되고 나서부터는 받았죠. 아무튼, 이번 공동조사보고서는, 석 달 동안 한 것 치고는 과학적으로 아주 좋은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디에 편협된 게 아니었고요. 지율 스님은 좀 섭섭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생각할 때는, 저희는 전문가고, 공단 측 분들도 전문가거든요. 전문가끼리 만났는데, 우리가 결론을 못 내면 누가 내느냐, 평행선만 달리다 법원에 가면, 또 다른 사람들이 결론 낸다고요. 결국 우리 몫이었어요. 전체회의 할 때도, 우리가 결론 내자, 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내야 한다, 그랬어요. 그래서 부분적으로 우리가 양보한 부분도 있고, 100% 자신 없으면 양보했고, 100%로 자신이 있는 데는 저 쪽 분들도 억지 안 썼고요. 그래서 지질 쪽은 서로 사인을 한 겁니다. 근데 생태계 분야는, 보는 시각이 너무 차이가 났어요. 우리 쪽 생태계 팀은 지질조사 보고서를 보고 지하수가 마른다, 영향이 있다, 결론을 냈지만, 저쪽 분은 반대였어요. 생태계만 결론을 못 냈지요."

- 세부 결론은 생태계 분야를 빼고 저마다 공동 합의된 근거가 있고 잘 나왔는데, 마지막 정책 결론에서는 비약이 있다, 지율 스님의 주장입니다.

"정책결론은, 우리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님하고 배용득 본부장님이 냈잖아요. 두 분이서 따로따로 냈어요. 정책결론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날 아침 기자회견장에 가서 알았어요. 공단의 정책보고서는, 말이 안돼요. 제 보고서에 대해서는, 대책수립이 요구된다, 한 줄 써놨어요. 우리는 분야별 보고를 합의해서 했지만, 정책담당 분들은 서로 조율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서재철 국장도 전문적인 것은 잘 모르니까, 새벽 2, 3시까지 이거는 꼭 넣어야 한다, 정책보고서에 정확한 반영이 되도록 저는 애썼어요. 사실을 말하면, 공단은 자기 코가 걸렸어요. 자기들 보고서에서 물 샌다고 다 나왔어요. 꼼꼼히 보면, 보고서에 다 나와 있어요. 그런데도 정책 부문은 조율이 안됐어요."

- 대동아파트 지하 물탱크 고갈 문제 말이죠, 예를 들어 작년 여름 낚시를 했다는 주민의 증언은 제가 볼 때 100% 확실한 증언이거든요. 그러면 짐작컨대, 터널 공사와의 연관성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언제 낚시를 했느냐도 중요해요. 지금 지율 스님이 계곡 유량에 대해 모니터링을 계속 하시는데, 그걸 계속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해야지, 3개월 해가지고는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조사기간은 건기였어요. 우리 쪽 주장이 진실이라 해도 공단 쪽이 회피할 방법이 있거든요. 사실 장기적으로 이미 해 왔어야죠. 원래 옛날부터 돼 있어야 돼요. 그게 안 돼 있어서 우리가 했지만, 3개월의 한계가 있어요."

(인터뷰는 계속 이어집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공동조사단의 회의 속기록은 천성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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