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해 930원대로 내려앉았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 시세는 지난주 말보다 무려 8.80원이나 급락해 939.8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940원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1997년 10월 24일의 929.50원 기록 이후 8년6개월만에 처음이다.
G7 재무장관 성명의 충격
이날 환율이 급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선진7국(G7) 재무장관들이 지난주 말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가진 직후 발표한 성명서가 외환시장에 충격을 가한 데 있다. G7 재무장관들은 이 성명서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환율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G7의 성명서 내용이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약세 가속화가 예상되는 달러화 팔아치우기'에 앞 다퉈 나섬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주 말에 엔/달러 환율이 2엔 가까이 급락한 115엔대로 떨어졌다는 소식, 스웨덴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 러시아 재무장관이 달러화 보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 등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다.
근본원인은 미국과 달러에 대한 신뢰 상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G7의 성명이지만, 그 근본원인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대외적 불균형이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달러 자산으로부터의 탈출'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대외적 불균형을 자국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이 아닌 아시아에 대한 통화 절상 압력 등을 통해 해외로 전가하려는 태도를 갈수록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어 앞으로도 달러화 가치 하락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경제 전문 인터넷신문인 <이데일리>는 이날 오후 서울 외환시장이 마감된 직후 긴급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원/달러 환율 급락장이 일단 930원대 초반 정도에서 일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원/달러 환율이 920원대까지, 상황에 따라서는 9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으며,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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