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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슈퍼 리더의 역습' 전형적 사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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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슈퍼 리더의 역습' 전형적 사례 되나

LG경제연구원 "몰락 직전까지 강력한 리더 가진 기업 적지 않아"

매출액 기준 세계 7위 자동차 제조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내부제보자에 의한 총수 일가의 비리 고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0년까지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총수 일가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자마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허망한 느낌마저 줄 정도다.

***현대차 해외공장 착공식 잇따라 연기**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도 10일 "검찰 수사로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면서 "검찰 수사가 미국 '빅 3' 자동차 회사와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의 위상에 적지 않은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외신들도 현대차의 취약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위기감이 현대차그룹의 특수성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총수 일가가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다른 재벌그룹과 비교해 유달리 총수의 '1인 경영' 체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몽구 회장의 검찰 소환이 17일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해외공장 착공식들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18일 중국 베이징 제2공장 착공식, 5월 17일 체코 노세비체공장 기공식 등에 정 회장이 불참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아차는 이미 26일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5월 중순으로 연기했으며, 베이징 제2공장 착공식도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연구원이 '슈퍼 리더에 의한 경영'의 위험성을 분석해 최근 발표한 〈고성장 기업의 실패 함정〉이라는 보고서는 현대차그룹 같은 경영방식과 관련돼 특히 주목된다. 성공한 기업이 실패를 자초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지금까지의 성공을 이끈 '슈퍼 리더'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강일 연구원은 "몰락하기 바로 전까지 강력한 리더를 가진 기업이 적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현상을 '슈퍼 리더의 역습'이라고 칭했다.

***LG경제연구원 "경영자의 과도한 열정과 카리스마가 기업 실패 이끌기도"**

그는 "고성장 달성의 주역으로 열정적인 CEO가 언급되는 이유는 슈퍼 리더의 강한 조직 장악력과 통솔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다"면서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기업은 동시에 위험에 처하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주주들, 그리고 외부 분석가들은 경영자의 초기 성과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며 점차 견제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때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던 경영자의 과도한 열정과 카리스마가 기업을 실패로 이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은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의 전 CEO 질 배러드와 성공적인 여성 CEO로 통하던 전 HP CEO 칼리 피오리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러드는 미국의 유명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에 여러 차례 선정되었으나 결벽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으로 실패한 CEO로 평가된다. 모든 실무에 직접 관여하여 일일이 챙김으로써 다른 임원들에게 참견꾼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마텔의 연이은 침체와 함께 배러드는 결국 사임하게 된다.

피오리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컴팩 인수 등을 추진하며 언론의 연이은 찬사를 받았으나 HP의 기업문화인 구성원 간의 격의 없는 대화보다는 딱딱한 회의와 사업계획 발표를 선호하며 조직 내 불협화음을 증폭시켰다. 결국 HP 주가가 50%나 급락하면서 CEO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현대차, 슈퍼리더 경영에 가까운 사례"**

국내의 경우 재벌그룹들의 대부분 오너의 영향력이 경영 전반에 크게 작용하지만, 현대차는 슈퍼리더 경영에 보다 가까운 사례가 된다.

장강일 연구원은 "최고경영자의 지나친 관여와 카리스마는 시스템에 기반한 경영을 저해하게 된다"면서 "과거에 특정 리더에 의해 고성장을 달성하였다면 이후에는 이를 시스템을 통해 안정화하고 성장을 지속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ood to Great〉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일궈낸 리더들의 특성을 '겸손함과 나서기를 싫어하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면서 "한때 성공을 거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의존했던 경영활동을 규칙과 시스템을 통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수사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경영'과 '투명경영'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전무급 이상 임원인사를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나 할 정도로 오너의 인사권 전횡이 심하고 이에 따라 임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리한 실적 올리기 때문에 투명경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에 치명적 타격을 준 내부제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도 퇴직 임원에 대한 관리가 아니라 시스템 경영과 투명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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