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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으로 무력화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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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으로 무력화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

"퇴직 직후 대기업 취업은 NO, 대형로펌은 YES"

최근 각종 의혹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펀드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 국내 최대 로펌 김&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장, 퇴직 직후 고위관료 대거 영입**

론스타는 외환은행 불법 인수 의혹 이외에도 탈세의혹으로 국세청으로부터 1400억 원의 세금을 추징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면서 김&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김&장에는 최근 국세청에서 퇴직한 고위 간부 출신들이 대거 취업을 한 상태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전직 국세청 간부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상황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당혹해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직전 3년 간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는 퇴직 후 2년 간 취업을 금지시키고 있다. 법의 취지로 본다면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들이 로펌에 곧바로 취업하는 것은 불법이어야 한다.

실제로 그들이 퇴직 후 곧바로 일반 대기업에 법률고문으로 취업했다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이다. 문제는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희한한 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행령에서 취업 제한 대상 기업을 '자본금 50억 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 원 이상'으로 한정하는 단서 조항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행령에 따라 회사 설립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로펌과 회계법인은 전직 고위관료들이 퇴직 직후 가장 많이 진출하는 정거장이 되고 있다.

김&장의 경우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최병철 전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 서영택 전 국세청장, 황재성.이주석.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이 즐비한데, 이들은 대부분 퇴직 6개월 이내에 김&장에 들어갔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인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검찰 수사선상에 거론되고 있는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도 김&장의 고문을 지냈으며, 역시 론스타 관련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이정재 전 금감위원장도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 아닌 전직 관료들의 역할은 수임활동과 로비?**

법조계에서 로펌에 영입된 고위관료 출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통상 월 1000만 원이 넘는 보수를 주면서 이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사건 수임과 로비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변호사가 아닌데도 직간접적으로 사건 수임 활동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활동을 한다면 변호사법(제34조)의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에 위배된다.

이 때문에 대한변협은 지난해 "변호사 자격이 없는 고문은 변호사를 보조하는 '사무직원'으로 등록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내기도 했다.

로펌 업계에서는 전직 관료 출신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제적 식견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심판원 심판청구 사건과 관련해 얼마 전까지 국세심판원장을 지냈거나 서울국세청장을 지낸 인사가 현직 간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공직자윤리법의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규정도 바로 이 때문에 있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본법 규정은 제대로 되어 있는데, 시행령에서 본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규정을 두어 법을 우롱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라고 개탄했다.

***'직무연관성' 판정 규정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 반발은 여전**

대기업에 취업하는 퇴직관료들에 대한 규제도 느슨하다. '직무연관성'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퇴임 직후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해임을 요구받거나 자진 퇴직한 퇴직공무원은 2004년 4명에서 지난해 10명으로 늘었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해당 기업에 해임을 요구한 사례는 그 중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나 올해부터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해당기관장에서 '직무연관성'이 없다고 판정하더라도 관할 공직자윤리위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도록 변경돼 그 성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의 첫 적용 사례가 소송으로 비화하는 등 당사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 퇴직한 후 2개월만인 6월에 현대자동차 법률고문(사장)에 취업했다가 공직자윤리위로부터 해임요구 통보를 받은 김재기 전 수원지검장은 지난달 2일 "검찰총장으로부터 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통지를 받았는데도, 수사 대상 기업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지검장은 퇴임 3년 전까지 울산 및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현대차 관련 사건 8건을 처리했으며, 윤리위는 지난 2월24일 "김 전 지검장이 재직시 현대차의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했다"며 검찰총장에게 김 전 지검장에 대한 취업해제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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