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녕 핵폭탄을 가지려는가? 국제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31일부터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재처리 시설을 가동한다. 이 시설에서는 2년 내 플루토늄 4.3t을 추출하게 된다. 이는 무려 530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일본 정부, 로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 시설 가동**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아이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위치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27일 미무라 신고 아이모리현 지사는 재처리 시설의 시험 가동을 허락하기로 했었다.
이날 가동되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추출된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섞어 또 다른 핵연료 'MOX'를 만들어 이를 다시 원자력 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는 시험 가동 기간이 마무리되는 2007년 5월까지는 4.3t, 그 이후에는 연간 8t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8t은 1945년 8월 10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플루토늄 핵폭탄 1000여 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2005년 말 기준으로 43.1t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
***2007년까지 나가사키 핵폭탄 530개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 생산**
이런 일본의 본격적인 플루토늄 생산 움직임을 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은 따갑기만 하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원료, 기술, 자본을 갖춘 일본은 이미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꼽혀 온 데에다, 이번 핵연료 재처리 시설 가동의 배경이 미심쩍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생산되는 플루토늄으로 'MOX'를 만들어 원자력 발전소의 원료로 사용할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MOX'를 원료로 사용하는 경수로가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가 일본에는 없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추진해온 플루토늄을 주요 원료로 이용하는 고속 증식로도 현재로서는 상용화·상업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심쩍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가동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방식은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비용이 6배나 많이 든다. 더구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쓰레기도 배출된다. 재처리에 들어가는 '사용 후 핵연료'의 2% 정도 되는 이 쓰레기는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동북아 재앙이 될 '재처리' 즉각 중단해야**
일본 정부의 이런 행보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를 표명해 오던 국내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핵연료 재처리시설 가동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합,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평화네트워크 등 13개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은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는 순간 북한, 이란, 중국 등 다른 국가는 플루토늄 생산과 보유에 대한 강한 유혹을 받게 될 것이고 이를 저지할 명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대량의 플루토늄 재고는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이 돼 핵무기 위협이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은 4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들은 더 나아가 "동북아 주변국들에게 일본의 플루토늄 재고 확보는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와 동북아의 새로운 군비경쟁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당장 재처리를 포기한 우리나라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의 플루토늄 재고 확보에 국내 보수 세력이 나서서 "우리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환경운동연합은 별도로 성명서를 발표해 동북아시아 환경오염의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이 단체는 "이번 핵연료 재처리시설 가동은 동북아시아에 방사능 오염을 가져올 것"이라며 "재처리 과정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가스와 폐수가 대기와 바다로 그대로 배출돼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유럽연합(EU) 의회에 원자력 정책 관련 자문을 해 온 이안 페어리 박사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60여 년 전 '지옥' 불러올 일본**
핵폭탄과 관련한 가장 탁월한 저서로 꼽히는 리처드 로즈의 〈원자폭탄 만들기〉(문신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는 마지막 부분에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끔찍한 증언을 그대로 싣고 있다.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해국 일본은 당시의 '지옥'을 금세 잊었는가?
"사람들의 모습이, 그들의 피부는 화상으로 검게 변해 있었다. 머리카락도 없었다. 왜냐하면 머리카락이 모두 타 버렸기 때문이다. 얼핏 보아서는 그들을 앞에서 보는 것인지 또는 뒤에서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얼굴, 손 그리고 몸에서 피부가 벗겨져 늘어져 있었다. 어디를 가도 이런 사람들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죽었다. 걸어 다니는 유령 같았다. 그들은 걷는 방법이 특별했다. 어기적어기적 매우 천천히 걸었다. 나 자신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식료품 가게 주인)
"근처의 공원에 죽은 시체들을 화장하기 위하여 쌓아 놓았다. 모든 것이 끔찍했다. 이것이 내가 책에서 읽은 지옥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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