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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무현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은 두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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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무현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은 두 권의 책"

[화제의 책]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등

"어떤 젊은이들은 과거를 답습하는 데 만족한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글로벌한 시각-기상이변이라든가 부패, 가난과의 싸움, 물 부족 혹은 생명공학 분야의 한계 등에 대한-을 가지고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바쳐진 것이다."

2002년 9월 이제 막 석사 학위를 취득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던' 두 프랑스 젊은이, 실벵 다르니와 마류 르 루가 뭔가 일을 도모하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10대 때 꿈꿨던 세계 일주를 떠나기로 한다.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의인'들을 찾기 위해서다.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민병숙 옮김, 마고북스 펴냄)은 그들이 세상을 돌면서 찾은 의인 80인에 대한 이야기다.

***440여 일간 80인의 의인을 찾아 세계를 떠돌다**

세계 일주를 결심하기 직전 그들은 마침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정재곤 옮김, 세상사람들의책 펴냄)를 읽은 참이었다. 유누스는 소액금융 운동을 창안해서 방글라데시에 최초의 '빈민 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한 당사자다.

이 소액금융 운동은 극빈자들이 최소한의 경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액 창업자금을 신용 기준에 관계없이 대출해주는 '소액신용((Microcredit)'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난과의 싸움에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개혁으로 인정받는 이 운동으로 유누스는 '시장주의'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주류 매체인 〈이코노미스트〉로부터 2005년 사회경제 분야의 '혁신을 주도한 올해의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여러 해 동안 잘나가는 수백 개의 자본주의 기업들에 대해 공부해 왔던 두 사람은 그라민 은행의 성공 사례에 흠뻑 빠졌다. 그들을 특히 사로잡은 것은 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이 많은 수익을 내는 완벽한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유누스는 정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그라민 은행을 경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일반 금융계 평균 수준의 급여를 지불했고, 수익은 주주들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수의 '고객'에게 돈을 빌려 주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과연 유누스와 같은 '대안 기업가'로 이름 붙일 만한 사람이 지구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적어도 100명 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세계 일주를 시작한 두 사람은 440여 일간에 걸친 세계 일주 끝에 80명의 대안 기업가를 찾는다. 물론 '좌파 신자유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에 이런 사람은 없었다.

***'보수의 본산지'에서 다른 삶 찾는 '괴짜'**

1년이 남짓한 기간 두 사람이 만난 80명의 대안 기업가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늘날 '보수의 본산지' 미국에서 다른 삶을 향한 몸부림을 실현하고 있는 괴짜들이다. 그 중에서도 티셔츠 재조업체 '아메리칸 어패럴'을 운영하고 있는 도브 차니의 존재는 각별하다. 차니는 다른 의류 제조업체들이 멕시코, 중국 등 저임금을 찾아 미국 본토를 떠나고 있던 1998년 로스앤젤레스 한 가운데 위치한 빈민가에 회사를 창업했다.

그냥 '역주행'만 한 것이 아니다. 이 기업은 10명의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13달러를 지급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의 최저임금 8달러보다 50%나 높은 금액이었다. 살충제 범벅으로 유전자가 조작된 목화 대신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것을 사용하는 것도, 또 공장에서 재활용 운동을 펼쳐 1000t이 넘는 자투리 섬유를 재사용한 것도 이 기업의 특징이었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노동을 해 만든 옷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최상의 환경에서 노동을 해 만든 옷을 소비자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결국 이 믿음은 대성공이었다. 창업한 지 8년이 지난 지금 그의 회사는 22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해 매주 100만 벌의 옷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04년 매출은 1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의 꿈은 이런 모델을 중국과 같은 나라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5년 후 중국 시장에서 우리 티셔츠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상하이나 베이징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것일 겁니다. 그 공장은 아시아 시장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겠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그 쪽의 저임금이 아니라 미국의 최저임금을 받게 될 거고요."

***부의 창출과 인본주의를 결합시킨 기업가들**

이밖에도 이 책은 세계 곳곳의 대안 기업가 80인이 펼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필자들은 이들의 공통점을 아래와 같이 꼽는다.

"이들은 강한 윤리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인간 저마다의 능력이 긍정적 변화의 원동력이 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들은 부의 창출과 인본주의를, 그리고 생산 활동과 생산적 책임감을 결합시킬 수 있는 대안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데 큰 의미를 둔다.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세계를 건설하는 데 참여한다."

읽다보면 저절로 기분까지 좋아지는 이 책은 2005년 프랑스 인권문학상도 받았다. 맨 뒤에는 이 책에 실린 80인에 대한 자세한 참고 문헌까지 붙여 놓았다. 일부 누락된 게 있지만 번역서의 서지 사항을 붙여 놓은 출판사의 노고도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하지만 다소 수다스러운 이 프랑스의 젊은이들을 100% 신뢰하기에는 마음이 주저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부의 창출과 인본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많은 이들이 결정적인 성공의 순간에는 시장의 편에 서곤 했던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교롭게도 같은 나이 또래가 쓴 또 다른 세계일주 여행기를 읽는 것은 독특한 독서 경험이 될 것 같다. 영국의 〈에콜로지스트〉의 부편집장을 역임했던 폴 킹스노스가 세계화와 싸우는 전 세계의 활동가를 찾아다닌 기록을 책으로 엮은 〈세계화와 싸운다〉(김정아 옮김, 창비 펴냄)는 다른 세상을 창조하는 길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음을 일깨워줄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즐겨 쓰는 말처럼 "문제는 하나지만 대안은 무궁무진하다(One No, Many Yeses)."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 노무현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또 다시 똑같은 책을 세 번째 권했다. 세 번이나 같은 책을 권하는 것은 아무리 노 대통령의 독서 취향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좀 과도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추천을 받았으니 이번엔 기자가 대통령에게 이 두 권의 책을 한번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유달리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대통령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 안성맞춤일 테고, 양극화에 관심이 많다니 〈세계화와 싸운다〉도 생뚱맞지는 않을 듯하다. 더구나 이 두 권의 책은 (노 대통령이 어렵다고 했던) 울리히 벡의 책보다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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