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3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할 때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실무자들은 이런 허용 조치로 인해 자기들이 나중에 비판을 받고 책임을 지는 처지가 될 것임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03년 당시 외환은행 매각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재경부 실무자 중 한 사람인 추경호 현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23일 국정브리핑 사이트(www.news.go.kr)와 재경부 홈페이지(www.mofe.go.kr)에 동시에 게재된 '기억하나요? 그때 상황을…무책임한 외환은행 인수 논란'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추경호 과장은 "당시에도 외환은행 업무 관련 정부 실무자들은, 법상 허용되어 있더라도 국내자본도 아니고 금융기관도 아닌 론스타 펀드에 외환은행 지분의 취득을 허용하는 것이 나중에 비판과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자격을 부여받으면서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은 선택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증언은 2003년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한 정부의 조처가 적법한 것인가에 대해 당시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안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시 말해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외국인의 자격을 금융회사나 금융지주회사에 한정한 은행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의 실무자들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와 금감위는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조항, 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관련 규정에 의한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은행 인수자의 자격조건을 갖추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은행 인수를 승인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취득을 허용했다.
그러나 당시 외환은행은 금산법에 의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따라서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한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권 남용이었음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아울러 은행법에 따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최소한 6개월마다 한 번씩 다시 하게 돼 있으나,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재검토도 내실 없이 형식적으로만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점들과 관련해 추경호 과장은 이번에 인터넷에 공개한 글에서 "그러나 당시 경제상황과 외환은행의 부실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나중에 정책판단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 해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를 받지 않고, 그냥 우리나라 유수의 한 대형 은행이 완전히 부실화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서 사고가 난 이후에 수습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추 과장은 이어 "당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외환은행 부실문제는 론스타의 자본참여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따라서 최대주주인 코메르츠은행 등 관련 주주들의 합의를 전제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실무자들은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를 담당했고, 재정경제부는 외환은행과 정부 관련기관들 간의 창구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는 작업이 재경부, 금감위 및 금감원 간의 협조와 역할분담 속에 진행됐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추 과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대주주 자격 부여 문제는 민간위원들도 참여하는 금융감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일부에서 말하듯 밀실에서 비밀리에 결정되고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 과장은 또한 "외환은행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의 접근방식 중 가장 잘못된 것은 2003년 상반기의 일을 2006년 지금의 상황 속에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외환은행에 대한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유치가 없었다면 초래됐을 2003년 하반기 금융시장 상황을 상상해보면 아찔할 뿐 아니라 당시 금융시장 안정의 실무책임을 지고 있던 관계자로서 얼마나 부끄럽고 무책임한 행동이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추 과장은 이어 "지금도 그러한 결정에 동참했던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외환은행이 자본유치를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2003년 하반기에 LG카드 등 카드사 문제를 맞이했더라면 우리 금융시장이 어떻게 안정을 찾았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지금도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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