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애먼 데서 나왔다. 황우석 교수가 논문 조작 등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자기 합리화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한 중견 여성 과학자가 평소 윤리 문제에 소홀했던 본인의 행적을 반성해 눈길을 끌었다.
***"나 역시 정직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이화여대 전길자 교수(화학)가 지난 4일 이화여대 국제과학관에서 개최된 제1회 크리스천과학기술인포럼에서 "황우석 교수 사건은 내가 정직한 과학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양심고백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 교수는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여성 중견 과학자다.
이날 포럼의 패널 자격으로 참석한 전 교수는 약 5분에 걸쳐 자신이 과학자의 연구윤리 및 생명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2005년 말부터 황우석 교수 연구의 문제점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과정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로 생각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나 자신이 걸어 온 과학자의 삶을 하나하나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며 운을 뗐다.
전 교수는 이어 "20여 년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정직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 왔다고 생각했으나 황 교수 사건은 내가 정직한 과학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논문 무임승차…동의 없이 태아 뇌조직 이용해 실험**
전길자 교수는 우선 "나 역시 황 교수처럼 의도적으로 직접 기여한 일이 없는 과학자를 공동저자로 논문에 넣어주었으며 또 남의 논문에 무임승차해 공동저자로 들어간 적이 있다"며 "그 거짓된 논문으로 인해 받았던 (이익을)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또 "1990년대 초반에 동의서 없이 유산된 태아의 뇌조직을 가지고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다"며 "그 당시는 생명윤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으며 죄를 짓고 있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전 교수는 "그간 정직하지 못했던 과학자로서의 삶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황 교수 사건이 나의 잘못된 관행과 생명윤리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야 비로소 정직한 과학자는 어떻게 연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과학자에 대한 윤리교육 시급…법·제도를 통해 윤리 강제해야**
전길자 교수는 황우석 교수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학자에 대한 윤리 교육과 윤리 관련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 교수는 "앞으로 나 같은 과학자가 나오지 않도록 정직한 연구를 위한 윤리 과정이 대학 및 연구소에 개설되고 이 과정을 이수한 자만이 연구 논문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더 나아가서 연구진실성위원회(ORI, Office of Research Integrity)를 설치하는 법·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황우석 교수를 비난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웠다"며 "황우석 교수 사태를 통해 겪는 이 고통이 정직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고 싶다"고 고백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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