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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부활 팡파르…국제경제에 큰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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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 부활 팡파르…국제경제에 큰 변수

[이봉현의 경제스케치] 한두달내 '양적완화' 종결전망

지구촌 경제에 놓쳐서는 안 될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이 임박한 것이다. 제로금리로도 안 돼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하실까지 파고 내려가야 했던 일본 중앙은행이지만, 최근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고 고질병인 디플레이션도 끝이 보임에 따라 유동성의 거품을 걷어내려 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 장ㆍ단기 금리도 오른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행 통화정책 변경 → 세계 금리상승 도미노**

일본 금리가 오르면 세계 각국에 금리상승 도미노가 올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초저금리-통화팽창 정책으로 세계에 유동성을 뿌려주는 분수대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 미국, 유럽과의 금리격차가 줄어들어 엔화에는 강세요인이 되는 등 외환시장에도 파장이 미치게 된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 이런 큰 변화를 놓칠 리 없는데, 그간 금리가 싼 일본 엔화를 빌려 각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Carry) 트레이드'가 매력을 잃고 대거 청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국제금융계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걱정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주 후반에 일본은행의 정책변경이 한 달 정도 앞당겨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엔화는 119엔 대에서 116엔 대로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엔화 강세를 따라 일주일 만에 6원20전이나 하락했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이란 양적완화 정책의 종결을 말한다. 일본은행은 2001년 3월 통화정책의 대상지표를 콜금리에서 중앙은행에 예탁된 시중은행의 당좌예금 잔액으로 변경했다. 콜 금리가 제로(0) 수준으로 떨어져 금리로는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할 방법이 없자 은행이 가진 채권을 사들여 통화를 푸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에 개설된 금융회사의 당좌예금 잔액이 늘어나는데 이를 목표지표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처음 5조 엔이던 이 잔액을 30조~35조 엔까지 서서히 늘려가며 돈을 풀었다.

시행 5년 만에 역할을 다하고 물러나는 '양적완화'의 공식 종결은 시기선택의 문제만 남아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참의원에 출석해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정책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조건이란 신선식품을 뺀 근원소비자물가(CPI)가 기조적으로 0%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 핵심이다.

일본 경제계가 주목하는 것은 다음달 3일 나오는 1월 소비자물가 지표다. 현재로는 전년동월 대비로 0.4%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각각 0.1%씩 올랐던 11월과 12월에 이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 된다.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이 기조적인 상승세라는 판단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후쿠이 총재 자신도 "근원 CPI는 다음 주 나오는 1월 지표부터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럴 경우 통화정책 변경 여건이 점진적으로 무르익게 된다"고 밝혔다.

***정책변경 시점 놓고 저울질…점차 앞당겨져**

정책 변경시점이 3월로 당겨지리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니혼게자이신문〉은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0.4~0.5% 상승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은행은 8~9일 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를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 이후나 가능할 것이라던 예상이 올 7~8월로 당겨지더니 다시 4월, 3월로 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월은 일본의 회계연도 마지막 달이어서 금융시장에 미칠 혼란과 충격을 피해 4월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일본은행이 정책변경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금융기관 부실채권 등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거의 해소된 상태인데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2월 분기의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4%(연율 5.5%)의 고성장을 기록해 4분기 연속성장을 기록했다. 23일 일본 내각부는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표현에서 '완만히'를 빼고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로 바꾸며 경기판단을 상향조정했다. 〈비스니스위크〉 최근호도 "일본경제가 4분기 연속성장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연율 5%대의 성장이 3번이나 포함됐다"며 "이번의 회복세는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일본은행법이라도 고쳐서 정책변경을 막겠다"고 강경하게 나오던 정계와 정부의 반대압력도 최근에는 날이 무뎌진 느낌이다. 이들은 지난 10년 간 3차례의 '반짝 회복'에 속은 기억이 있는데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이자 부담이 늘어 재정건전화 계획이 엉클어진다며 반대해왔다. 아직도 다니가키 사다카즈 일본 재무상은 "디플레이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경기회복이 대세란 것은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양적완화 해제는 아직 빠르지 않을까?"라고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17일 "그것(양적완화 종료)은 일본은행 총재가 결정할 문제"라며 용인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끝난다 해도 바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비상적인 조처를 끝내고 정상적인 금리정책으로 돌아가는 의미가 더 크다. 일본은행은 당좌예금 잔액 목표를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해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걷어내겠지만 콜 금리 인상은 이르면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증권 등 분석가들은 양적완화는 4월에 되더라도 제로금리 탈출은 올 10월이나 내년, 심지어 2008년 4월 이후로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김진홍 차장은 "그간 제로금리로 단기금융시장이 5년 이상 기능을 못했다"며 "전문가가 확보되고 시장의 자율기능이 살아나려면 10월 이후에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전세계 유동성의 시발점…파장 주목**

하지만 수년 간 제로에 가깝던 일본 금리가 오를 것이 분명한 이상 금융시장은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다. 메릴린치의 제스퍼 콜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모든 유동성은 최대 채권국인 일본에서 시작된다"며 "일본에서 금리가 오르면 전세계 모든 곳에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파장을 예상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일본 장기금리는 꾸준히 올라 정책변경이 선반영된 상태다. 환율과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통화정책을 변경할 것이란 예측이 확산된 상태이므로 올 연말에 엔/달러 환율이 95엔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균열이 생기면 그간 이런 자금의 주요 투자처였던 이머징마켓 주식, 중국 부동산, 호주달러와 같은 상품통화, 금 등 1차산품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외환전략가인 T. J. 마타는 "세계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모두가 집 밖으로 나가기 전에 먼저 문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최근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양적완화 정책의 종결은 일본 경제가 지난 15년 간의 부진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오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이웃나라의 경기회복은 우리에게도 좋은 일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이 국제경제에 큰 변곡점이 만드는 것이니 금융과 실물경제의 변동성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주 후반에 나올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주시해보자.(bonghyun.lee@reut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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