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권대기 연구원이 자신의 연구 과정에서 낙태아의 뇌에서 유래한 재료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이 소식을 들은 관련 전공연구자들 사이에 그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가 그간 논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생명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셈이다.
***권대기, 5주·10주된 태아 유래 뇌세포를 연구용으로 사용**
이 논란은 몇몇 생명과학자들이 권대기 연구원의 2005년 2월 석사 논문('다양한 인간 지지세포에서의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의 유지, 특성 규명 및 신경 전구세포의 분화')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권 연구원이 줄기세포를 여러 가지 다양한 조건에서 배양하는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5주 및 10주 된 낙태아의 뇌세포를 연구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이 논문에서 "(산모의) 치료 목적으로 유산시킨 각각 5주, 10주 된 태아의 뒷머리 부분을 가위 등의 도구를 써 절개해 뇌를 끄집어낸 다음 그것을 약품에 세 번 씻은 후 분리된 뇌 조직에서 신경 줄기세포를 분리해" 연구에 필요한 영양세포(feeder cell)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든 영양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연구를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18일 알려지자 디시인사이드의 '과학 갤러리'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에서는 곧바로 이것이 법적·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사실상 '생체 실험'과 별반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게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요지다.
***유산된 태아 유래 조직·세포 널리 쓰여…또 다른 '생명윤리' 문제**
현행법에서 산모의 건강을 위해 불가피하게 낙태시킨 태아의 경우 임신 4개월, 즉 16주가 안 된 경우는 폐기물관리법 상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다. 이렇게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된 태아는 소각되거나 정해진 절차를 거쳐 제약회사에서 연구용으로 쓰일 수 있다.
권대기 연구원이 실험용으로 쓴 10주 이내의 낙태아 역시 병원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설사 절차가 일부 누락됐더라도 '사태아' 등이 연구용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장치가 미비하고 관리·감독이 엉망인 현실에서는 문제 삼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차제에 낙태아를 연구용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 따라야 할 절차 규정이 마련되고 그에 따라 연구가 이뤄져야 권대기 연구원의 연구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같이 '생체 실험' 운운하는 비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모든 연구 절차를 연구자의 자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관련 법규가 미비한 상황에서 일부 난치병 연구를 위해 태아 조직에서 추출한 물질이 마구잡이로 쓰이면서 국제적으로도 사태아에서 유래한 조직, 세포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생명과학자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뿐이지 사실 유산된 태아에서 유래한 조직, 세포는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생명윤리가 워낙 불모지다 보니 이와 관련된 사회적 토론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1월부터 시행된 생명윤리법에서도 유산된 태아 조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규정이 빠져 있다.
일종의 '법률 누락'인 셈이다. 그 사각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같은 사태아의 조직 또는 세포를 활용한 연구를 규율하는 절차가 생명윤리 차원에서 한시 바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연구자들의 뒤늦은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