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지난 12월 정부와 타협해 6개월간 시간을 번 뒤 김선종 연구원을 회유해 줄기세포를 만들도록 하려던 사실이 드러났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12월 24일 밤 귀국한 직후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 이뤄진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우석 "정부와 '타협'해 6개월 시간 벌겠다…'줄기세포 팀장' 자리 주겠다"**
〈한국일보〉 인터넷 판은 16일 "검찰에 제출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김선종 연구원 진술서를 입수했다"며 이 같은 진술서의 내용을 보도했다. 김 연구원은 당시 "12월 17일 황우석 교수가 '정부와 타협해서 (줄기세포를 만들기까지) 6개월간 시간을 벌어보겠다. 오면 자리를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 황 교수가 제안한 자리는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줄기세포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황우석 교수는 노성일 이사장이 12월 15일 "줄기세포가 없다"는 폭탄선언을 한 뒤 즉각 "바꿔치기를 당했다"며 수사를 요청한 시기였다. 김선종 연구원의 진술대로라면 사실상 김 연구원을 겨냥해 '줄기세포 바꿔치기' 혐의를 씌우며 검찰 수사 압박을 하는 한 편으로는 회유를 시도했던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정부와 타협해 줄기세포를 채워 넣을 시간을 벌려고 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해 여론의 관심을 돌리면서 정부를 상대로 '타협'을 시도하려 한 것은 그만큼 '노무현 정부가 자기를 지켜줄 것'이라는 든든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개입 여부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오명 전 과학기술부총리는 12월 22일 정운찬 서울대 총장에게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춰 달라"고 압력을 행사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바꿔치기' 인정하도록 압박…"YTN 인터뷰 울어서라도 해라"**
황우석 교수는 이미 11월부터 김선종 연구원에게 귀국을 종용했고 12월 초에는 아예 '바꿔치기'를 인정하는 진술까지 받으려고도 했다. 또 YTN 인터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김선종 연구원은 "황 교수가 처음엔 전화해서 '긴히 할 말도 있고 실험도 그렇고 해서 들어오라'고 했다"며 "나는 '상태가 좋지 않고 해서 미국으로 들어와라'고 했더니 나중에 YTN 기자와 안규리, 윤현수 교수가 왔다"고 증언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또 "(12월 6~12일) 병원에 있을 때 황 교수가 (내가 '바꿔치기'를) 했다는 진술서를 받도록 박종혁 박사에게 전화했다고 들었다"며 "황 교수는 YTN 인터뷰를 할 때 '눈물이 나오면 울어서라도 해라. 진지하게 보이도록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줄기세포 둔갑' "절대 관련 없어…黃팀 의심스럽다"**
한편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2, 3번 줄기세포로 '둔갑'한 사실에 대해서 김선종 연구원은 완강히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줄기세포가 '둔갑'한 것을) 알지도 못했고 하지도 않았다"며 "(11월 10일 〈PD수첩〉 인터뷰 때 2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 4번 줄기세포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특이한 점도 "보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김선종 연구원도 윤현수 교수와 마찬가지로 황우석 교수팀을 겨냥했다. 김 연구원은 "2004년 12월까지 미즈메디병원에서 수정란 줄기세포 15개가 배양되고 있었고 그 때는 황 교수 학생들이 왔다 갔다 했다(홍소근, 강정택, 권오서)"며 "그 이후에 냉동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나는 (인큐베이터를) 절대로 열 수 없고 일단 들어가는 ID 카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황우석 교수 실험실이 왜 줄기세포 영양세포를 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황 교수가 (미즈메디병원의 영양세포를 갖고 오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2, 3번 줄기세포도 권대기가 했을 것…황우석, 강성근이 매번 지시"**
김선종 연구원의 증언에 따르면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의 각종 데이터는 이미 알려진 대로 모두 황우석, 강성근 교수의 지시를 받아 김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2, 3번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역시 권대기 연구원이 공여자의 체세포를 둘로 나눠서 준 것이라고 짐작했다.
김선종 연구원은 "DNA 지문분석을 할 때는 2, 3번은 (샘플을) 2개씩 받고 4~11번 샘플은 공여자의 체세포만이라고 해서 그냥 했다"며 "(2, 3번 시료도) 아마 권대기가 공여자의 체세포를 둘로 나눠서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 HLA(면역적합성항원분석) 때는 12개가 와 이상해 강성근 교수에게 물었더니 '다 공여자의 것이니 DNA 지문분석 때와 같이 해 달라'고 지시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김선종 연구원은 황 교수의 지시에 의해 사진을 조작한 것에 대해서 "그림 작업을 할 때는 2, 3번밖에 없었다"며 "황 교수가 더 만들라고 해 미즈메디병원에 있는 사진을 그냥 썼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런 사실은) 황 교수도 알았고 강 교수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저도 책임이 있다"며 "잘못했다"고 서울대 조사위원회에 반성의 기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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