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을 둘러싼 갈등이 정부가 지하수 유출 영향 평가만 제대로 실시했더라도 상당 부분 방지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정부 연구기관에서 나와 주목된다.
***지하수 유출 영향평가만 제대로 했더라도 천성산 터널 갈등 예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정호 책임연구원은 13일 '터널로 인한 지하수 영향 저감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터널 지하수 유출로 인해 환경 영향이 예상된 천성산 원효 터널의 경우 (지하수 유출에 대한) 과학적 정밀 조사나 검증 결과에 의한 조정보다 최상위 정책 결정자의 판단에 의해 분쟁의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이 유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연구원은 "원효 터널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중 지하수 유출 영향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지역적 환경문제가 국가적 차원으로 비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정부가 제대로 된 지하수 유출 영향평가를 실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방지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연구원은 이런 주장에 대한 근거로 환경영향평가 도중 터널 지하수 유출 영향평가를 수행한 강남 순환 고속도로의 예를 들었다. 이 연구원은 "강남 순환 고속도로의 경우 (지하수 유출과 관련된) 수 차례의 보완과 이해 당사자 회의 등을 거쳐 충분한 저감 방안을 수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했다"고 지적했다.
***사패산 터널, 주먹구구식 예측량보다 지하수 유출 7분의 1로 줄어**
제대로 된 지하수 유출 영향에 대한 평가는 정부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지하수 유출 영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실시해 얻은 결과에 의거해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호 연구원은 그 근거로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서울 외곽 순환도로 사패산 터널의 예를 들었다. 사패산 터널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순수 지하수 누적 유출량은 5600㎥/day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착공 전 사업자 측은 터널 구간 2112m를 통틀어 지하수가 3만4000㎥/day가 유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한 양보다 7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정부가 애초 지하수 유출 영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실시해 지하수 유출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를 갖고 있었다면 환경단체 등을 설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정호 연구원은 "미국, 일본에서도 충분한 양의 과학적 사전 영향조사를 실시해 터널 관련 환경 분쟁을 해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6개월은 실시해야"…천성산 터널 3개월 기간과 비교 돼**
이정호 연구원은 "현행 관련 법·제도 상에 터널 지하수 영향 평가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도로 및 철도 노선 계획 수립 단계에서 적절하게 지하수 영향평가 수행 시기를 결정해 이와 관련한 환경 분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연구원은 또 "지하수 영향평가는 기간이 길수록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며 "최소한 6개월 정도의 기간을 갖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성산에 대한 민·관 공동조사의 기간인 3개월로는 정밀한 조사 결과를 얻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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