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추진 중인 외환은행의 매각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
이상경, 이목희, 신학용, 이계안, 김영춘, 김현미, 박영선, 송영길(무순) 등 열린우리당 의원 8인은 26일 '외환은행 매각 추진 반대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론스타가 혼란한 국내 정치상황을 틈타 외환은행을 재빨리 매각해 큰 차익을 올린 후 철수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금융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눈길을 끈다.
이들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 과정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고, 론스타는 국세청으로부터 1400억 원의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매각돼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해체되면, 차후에 론스타의 불법 사실이 확인되거나 탈세 혐의가 확정돼도 이를 추궁할 대상조차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이 해소되기도 전에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마무리돼 론스타가 한국을 떠나버린다면 책임을 추구할 대상이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또 법인세 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론스타는 은행법상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돼 매각주체가 될 수 없다.
한편 이상경 의원 등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한 일차적인 책임이 금융감독 당국에 있는 만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스스로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론스타가 씨티그룹을 매각 주간사 회사로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서둘렀던 2005년 하반기부터 우리 의원들은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외환은행 매각추진을 방관하고 있는데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2003년 당시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국내 은행법상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2003년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9.6%(8% 이상이면 건전함)였던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몰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론스타, 금감위, 재경부, 외환은행 경영진 등 외환은행의 매각에 관련했던 20명을 공문서 위조와 공무집행 방해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으나, 지난주에야 겨우 검찰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경 의원은 "이 건은 감사원 조사로도 부족하고 면죄부만 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특검 사안"이라며 "우선 국회 정무위원회 내에 소위원회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론스타는 매각 주간사 역할을 담당한 씨티그룹을 통해 외환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HSBC,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외국계 증권사에까지 인수참여의향서(CA: Confidential Agreement)를 보냈다.
CA는 통상 매각 주간사 회사가 기업 인수합병(M&A)을 희망하는 기업들과 물밑 교섭을 한 후 그 가운데 인수에 나설 것으로 유력시되는 기업들에만 선별적으로 보내는 일종의 비밀유지 각서로, 론스타의 경우처럼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금융회사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CA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론스타가 향후 본격화할 외환은행 매각협상에 대비해 미리 유리한 고지를 확보함으로써 매각차익을 더 높여보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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