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스마트 모바일 앱 개발 지원센터 구축 협약식'에 참석해 "SK텔레콤이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아 달라"라고 밝힌 뒤 "다만 아이폰은 애프터서비스(AS)에 문제가 있는 만큼 고객 불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가 각기 다른 스마트폰으로 경쟁하는 것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정 사장은 또 "소비자가 애플의 불편한 AS를 감수하겠다면 문제가 선결되지 않아도 아이폰 4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원하면 어떤 단말기라도 출시해야 하는 게 이동통신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아이폰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기면서도 애플의 AS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 지난 8일 나란히 발표된 아이폰 4와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 이들을 각각 출시할 KT와 SKT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또 한번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그동안 애플이 세계 각국의 2위 통신사를 중심으로 아이폰을 공급해왔고, 이에 갤럭시S로 대항하는 1위 통신사가 110여 곳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 사장의 발언은 후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을 독점 공급해 시장의 판도를 바꿔보려는 후발주자와 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의 수익구조를 거의 보존하는 전략을 펴왔고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앱스토어 역시 이통사와는 무관하게 애플과 개발자가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여서 1위 사업자가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애플은 국내에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고장난 아이폰을 일정 금액을 내고 새 제품이나 중고품으로 바꿔주는 '리퍼 정책'을 국내에 고스란히 적용했고 국내 대기업의 AS 정책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사장도 "리퍼폰을 충분히 확보해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며 KT가 아이폰 AS에 '굼뜬 반응'을 보이는 점을 겨냥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 진영에서 내놓은 안드로이드 마켓 역시 국내에서 현재 유료결제가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구글 측이 소비자들의 카드로만 결제하는 '체크아웃' 서비스를 고집하는 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일 SK텔레콤은 휴대전화 결제 등까지 포함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에 난항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대기업의 고집에 협상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SK텔레콤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 사장은 이에 대해 "3분기 내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번 달 내에 당장 갤럭시S가 판매된다는 점은 부담스런 대목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하게 되기 전까지는 불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KT는 반대로 여유 있는 편에 가깝다. 표현명 KT 사장은 이날 같은 자리에서 "아이폰 4와 갤럭시S의 대결은 한 달 안에 승부가 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갤럭시S도 좋은 기기"라며 "이번 경쟁을 통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여유를 보여 아이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정 사장과 대조되기도 했다.
KT 입장에서는 외국에 비해 뒤늦게 도입한 아이폰 3GS 모델의 재고 처리가 오히려 관건이다. KT는 9일부터 3GS 16기가바이트 모델 가격을 81만4000원에서 68만2000원으로, 32기가바이트 모델을 94만6000원에서 81만4000원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아이폰 4에서 다중 작업 등을 지원하는 OS 4.0 버전이 이번 달 내에 하위기종에도 공통으로 지원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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