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자진 철회된 가운데 그의 2004년 논문에 대해서마저 국내외에서 각종 증거를 수반한 '조작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어 실질적인 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논문의 DNA 지문분석 결과에 대한 해외 과학계의 의혹 제기에 이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찍은 사진 2장이 2004년 논문에 실려 있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서도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 사진이?**
19일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과학 갤러리 게시판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는 2004년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찍은 사진과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1은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 2장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그대로 실린 것. 이 사진들은 별다른 조작도 없이 그대로 실려 있어 육안으로도 같은 사진이라는 게 바로 확인 가능하다.
〈사진 1〉
이날 같은 게시판에는 역시 〈사이언스〉2004년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이 같은 해 발표된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찍은 사진과 겹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줄기세포를 찍었다는 두 장의 사진을 일부 겹쳐 볼 때 세포의 끄트머리와 부유물 등이 정확히 일치하다는 것. 이는 한 배양접시 위의 줄기세포 2개를 각각 촬영해 두 논문에 따로 사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사진 2).
〈사진 2〉
잘 알려져 있듯이 2004년 논문은 세계 최초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만든 복제 배아(SCNT-hES-1)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이다. 인공 수정 시술을 하고 남은 수정란에서 추출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Miz-hES1)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데 같은 사진이 발견된 것.
미즈메디병원의 논문은 각각 11월 24일(〈스템 셀〉), 11월 25일(〈몰리큘 앤 셀〉)에 제출됐고, 〈사이언스〉 논문은 12월 9일 제출됐다. 논문 제출 시점만 따져본다면 〈사이언스〉 논문을 제출할 때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을 이용했다는 의심을 충분히 살 만한 것이다.
***불과 2~3개월 만에 줄기세포 수립·검증·제출, 의구심 제기돼**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충격적이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도 알려진 것과 달리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복제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라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을 발표하기 직전에도 갑작스런 정전으로 줄기세포 대부분이 훼손돼 '콜로니'라고 불리는 줄기세포군 2개만 남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불과 2~3개월 만에 이 2개의 줄기세포군을 이용해 다시 줄기세포주를 확립해 테라토마 검증과 DNA 지문 분석까지 마치고 논문을 〈사이언스〉에 제출했다는 얘기가 된다.
노성일 이사장은 16일 "보통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데 3개월, 이를 가지고 테라토마 검증을 하려면 3개월이 필요하다"며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추가로 만들어졌다는 9개의 줄기세포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 의심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해외 과학계, 2004년 논문 DNA 지문분석 결과도 조작 의혹**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와 〈뉴사이언티스트〉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 결과가 '인위적'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DNA 지문 분석 결과의 일부에서 피크의 끝이 '뒤로 간' 것처럼 보인다. DNA 지문분석 기기의 출력 방향은 항상 한쪽(왼쪽→오른쪽)으로 가도록 돼 있으므로 피크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야 한다. 그런데 일부 피크가 갑자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기울어지도록 표시되어 있다는 것(사진 3).
〈사진 3〉
한편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문제제기가 다각도로 제기되는 시점에서 황 교수팀 또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이 논문에 대해서도 자료 검토 수준을 넘어서서 DNA 지문 분석을 통해 의혹을 하루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 교수는 지난 16일 기자 회견에서도 애초 체세포와 난자를 제공했던 여성이 동의해준다면 DNA 지문분석을 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 또는 그 이상의 적극적인 검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검증작업서마저 때를 놓치면 안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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