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단 한 개라도 존재하기는 했던 것일까?
노성일 이사장은 15일 2005년 〈사이언스〉 발표 논문에 실린 11개의 줄기세포 중 9개는 가짜이며 2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11개 줄기세포 중 현존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난감하고도 허탈한 상황 속에서 황 교수팀이 마지막 자존심을 걸듯 '진짜'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2개의 줄기세포조차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증거와 정황을 염두에 둘 때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줄기세포 전부 손상"?…2번, 3번 줄기세포는 과연 존재했을까**
노 이사장은 "'2번부터 7번까지 6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지만 논문을 발표하기 7달 전인 지난 해 10월쯤 모두 다 곰팡이에 오염돼 사멸됐다'는 얘기를 황 교수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황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에 걸쳐 줄기세포 6개를 다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안규리 교수도 입을 맞춘 듯 "개 사육장에서 날라 온 곰팡이로 배아 줄기세포 상당수가 훼손돼 복원이 어려운 상태"라고 이날 밤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노 이사장은 "이들이 체세포를 가져다 줄기세포로 위장한 것"이며 "황 교수가 줄기세포 3개를 더 만들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고 상반된 얘기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황우석 교수팀은 냉동된 이들 배아 줄기세포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만약 정말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면 이는 '진짜'였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2번, 3번 줄기세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인 2번, 3번 줄기세포는 과연 존재했을까? 일단 지금 제대로 된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황 교수가 만들었다는 6개 줄기세포가 '진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존재했을지 유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2번 줄기세포 '불일치' 의미는 무엇인가**
황 교수팀은 〈PD수첩〉의 요청에 따라 2번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분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프레시안〉을 통해 지난 6일 최초로 보도된 이 DNA 지문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황 교수가 넘긴 소위 '2번 줄기세포'의 분석 결과는 줄기세포를 추출한 환자의 모근세포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결과를 외면하고 'DNA가 변질됐다'는 황 교수팀의 '함량 미달' 해명을 되뇌었을 뿐이다. 만약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언론이 진지하게 검토하고 수용했더라면 '진실'은 훨씬 더 일찍 밝혀졌을 것이다. 이 결과는 황 교수팀이 〈PD수첩〉 측에 내준 소위 '2번 줄기세포'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줄기세포임을 의미한다. 2번 줄기세포도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2번 줄기세포의 존재 유무는 황우석 교수의 행동을 통해서도 그 '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PD수첩〉의 2번 줄기세포에 대한 DNA 지문분석 결과를 확인한 황 교수는 그간의 태도를 180도 바꿔 당초 약속했던 2차 검증을 거부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황 교수에게 '진짜' 2번 줄기세포가 있었다면 2차 검증을 거부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 주목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DNA 지문분석 결과 '조작'…제대로 된 줄기세포 없다는 증거**
그런가 하면 〈프레시안〉은 8일 DNA 지문분석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또다시 가장 먼저 제기했다.
이 보도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황우석 교수팀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여과 없이' 옮기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하지만 국내외 생명과학자들은 그 보도가 갖고 있는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했다.
DNA 지문분석 결과는 환자의 체세포와 그 환자로부터 유래한 줄기세포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 절차를 조작했다는 것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의 체세포만을 가지고 DNA 지문분석 결과를 2개 만들어 그 가운데 하나는 체세포의 것으로, 다른 하나는 줄기세포의 것으로 각각 조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줄기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이런 조작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줄기세포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조작을 시사하는 정황 증거도 얼마든지 있다. 2번이든 3번이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또 〈프레시안〉이 지난 1일 보도한 것처럼 황우석 교수는 전라남도 장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원까지 찾아가 줄기세포에서 추출했다는 DNA 샘플의 분석을 '비공식'적으로 의뢰했다. 지척의 서울 본원을 두고 전남 장성의 '친분 있는' 연구원에게 비공식적으로 DNA 지문분석을 의뢰한 것도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줄기세포를 갖고 있지 못한 황 교수로서는 공식적으로 DNA 지문분석을 의뢰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더구나 DNA 지문분석을 할 때는 DNA 샘플만을 보내기 때문에 검사기관으로서는 이것이 체세포에서 나온 DNA인지 줄기세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황우석 교수가 계속해서 '국과수에서 수 차례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는 해명은 애초에 초점을 잘못 맞춘 해명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점에 주목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만약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단 1개라도 제대로 만들었다면 그토록 위축되거나 사리에 닿지 않는 해명과 처신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황 교수가 만들었다는 줄기세포가 정말 단 1개라도 있었던 것일까? ACT(Advanced Cell Technology) 등은 이미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넘어서서 2004년 논문에 소개된 1번 줄기세포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프레시안〉은 노성일 씨의 폭로가 나오기 직전인 15일 저녁 무렵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국내에서 미적거리는 사이에 외국의 연구자들은 내면적으로 총체적인 문제제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교수는 아직도 2개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존재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는 마지막 구명의 기회를 쥐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아직도 더 떨어질 나락을 남겨두고 있는 것인가?
우리 모두의 마지막 명예를 위해 그의 말이 맞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래도 저울추는 그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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