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한국 안의 미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의 처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주식회사 병원'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 조성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해서 개최하는 서울 지역 공청회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무리수를 둬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공청회 '인원 제한' 무리수**
국무조정실은 10일 오후 민주노동당, 양극화해소국민연대, 전교조 등에 공문을 보내 "특별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지대해 참석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만한 진행을 위해 각 시민사회단체 당 2명씩 참석자를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국무조정실은 대한의사협회, 토지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등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9일 공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자 이제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제한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11일 공청회에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던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에 참가자를 제한하는 정부의 처신이 황당할 뿐"이라며 "공청회가 입법을 위한 요식 행위가 된 상황에서 공청회에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불참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예정대로 개최된 공청회는 경찰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의 출입을 막은 가운데 오후 3시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제주도 제주 민속관광타운에서 개최된 제주지역 공청회 역시 오전부터 경찰 700여 명이 공청회장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의 출입을 막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특별법 졸속 추진…의료비 폭등 어떻게 책임질 건가"**
이처럼 정부가 사실상 특별법 제정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전 양극화해소국민연대, 의료연대회의, 문화연대, 환경정의 등 183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법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특별법은 제주도민의 생활과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할 법안"이라며 "이런 중대한 법률의 입법 과정이 행정 편의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 법안은 의료, 교육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이 법대로라면 제주도에 이윤 추구를 최우선에 두는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돼 제주도민은 의료비 폭등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더 나아가 이런 제주도의 영리법인 병원 허용은 결국 전국적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과 의료비 폭등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중등교육 외국에 맡기는 예 전세계에서 유래 찾아볼 수 없어"**
이들 단체는 또 "이 특별법은 대학교는 물론 초·중·고등학교까지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외국학교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초·중등교육을 외국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더욱이 이 학교는 등록금, 교육과정 등이 모두 자율에 맡겨져 있어 '한국 속 외국 귀족학교' 등장을 부추길 것"이라며 "제주도의 이런 흐름은 곧바로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마지막으로 "이 특별법은 담고 있는 중대한 내용에 비춰봤을 때 지금까지 논의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지극히 형식적이었다"며 "정부는 이 특별법을 연내에 입법하겠다는 비민주적 추진 계획을 포기하고, 제주도의 자치를 위해 충분한 제주도민의 의견 수렴과 국민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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