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이 세계로 번지면서 유일한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복제약 제조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동시에 특허권을 가진 로슈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로슈, 조류독감에 맞서는 국제사회 노력에 찬물 끼얹지 말라"**
지난 24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조류독감 대책회의에 참석한 30개국 보건장관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은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에 대해 "타미플루를 대량 생산하거나 다른 제약회사와 특허권을 공유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국인 캐나다의 우잘 두산즈 보건장관은 "조류독감과 맞서 싸우고 있는 나라가 로슈의 특허권을 깨고 자체적으로 생산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는 없다"며 "캐나다 역시 일단 로슈와 협상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시급히 타미플루를 자체 생산할 필요가 있고 생산해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조류독감 예방은 전 지구적 의제가 됐다"며 "로슈가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권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제약회사들과 정보를 나눠 짧은 시간 안에 쉬운 방법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WHO는 각국에 인구 20% 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로슈가 10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양은 전 세계 인구의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작 70만 명 분을 확보하는 데 그쳐 최소한 43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더 확보해야 할 처지다.
***로슈 "허가 없이 조류독감 치료제 생산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국제사회가 로슈에 이런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이 제약회사가 각국에 허가 없이 타미플루를 생산하지 말 것을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로슈는 "타미플루의 제조과정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며 "각국이 우리와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로슈가 언급한 '협력'은 타미플루의 특허권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윤을 충분히 보장받는 선에서 몇 개의 큰 제약회사들에 특허권을 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슈는 지난 주부터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과 타미플루 생산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제약회사들의 타미플루 복제약 제조능력도 실제보다 축소돼 알려져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시설과 기술 여건으로도 5개월 안에 타미플루 복제 약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 제약회사 5~7곳에서 타미플루 복제약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비교적 수월하게 복제약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약청 복제약 생산 검토 중…보건의료단체 "즉각 강제실시하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이런 국제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강제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식약청은 최근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타미플루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조사해 31일까지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특허청에 타미플루 '강제실시'에 대한 관련 법 자문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특허법 106조와 107조에서는 국방상 필요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제적인 특허권과 관계없이 자국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제실시'를 하게 되면 국내 제약회사들이 특허권과 관계없이 타미플루와 효능이 거의 비슷한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5일 "이미 태국이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 방침을 밝혔고 필리핀, 아르헨티나, 대만, 중국 등이 '강제실시'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십 만 명의 국민 생명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더 중요한 것은 우리 특허법에 명시돼 있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조항"이라며 "유사시 조류독감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타미플루를 북한에 제공할 필요가 있을 때 국제법의 저촉 없이 우리가 생산한 타미플루를 값싸게 공급해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법에 규정돼 있더라도 우리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타미플루 공급은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서 방역대책으로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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