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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과 외자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좌담]"과감한 인센티브 줘야" vs "국민경제 기여도로 평가해야"

최근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틈타 국내에 들어온 일부 외국계 투자펀드들이 막대한 투자차익을 거두었음에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실제로 세금탈루 사실이 적발돼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추징까지 당하자 외국계 자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 어떻게 봐야 하나**

이에 <프레시안>은 외국계 자본 관계자와 투기자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시민단체 관계자의 좌담을 마련했다. 외국자본에 대해 다시 싸늘해진 국민들의 시선을 어떻게 봐야 하며, 정부의 외자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좌담자 중 박병무 사장은 제일은행 매각으로 1조5000억 원의 투자차익을 올렸음에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의 한국법인 대표이고, 이찬근 교수는 시립 인천대 교수로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찬근 교수는 서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외국계 자본이 국내 경제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제발 나를 설득해 달라"고 역설적인 주문을 해 좌담이 격렬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교수는 "외국계 자본은 그 속성상 수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며 "정말로 비판을 받아야 할 자들은 외국계 자본의 투기적 행태를 방치해온 정부의 관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의 이런 비판적 지적에 대해 박병무 사장은 "외국계 자본을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IMF 사태 이후에 아무도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때 그 공백을 메워준 외국계 자본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박 사장은 또 "외국계 자본의 투자가 국민경제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자본에 국적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국내의 주요한 금융기관과 우량기업이 단기적 금융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시야를 확보하도록 일정 수준 국내적으로 소유지배구조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병무 사장과 이찬근 교수의 대담 전문이다. <편집자>

***박병무 "높은 리스크 감수하고 투자한 것이 왜 잘못인가"**

이찬근(이하 이): 외국계 자본이 우리 경제에서 투자와 고용 확대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있느냐. 과실 따먹기에만 몰두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납득이 가도록 말해달라.

박병무(이하 박): 외국계 자본이 투자수익을 거두는 데만 몰두하고,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갔다고 하는데, 리스크 요소를 감안한다면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본 경우도 꽤 있다.

또 외국계 자본이 돈을 벌었을 경우 그들만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뉴브리지가 커다란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매수)한 제일은행을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도 함께 돈을 번 측면이 있지 않은가.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것도 적정한 가격을 주고받은 거래다. 마찬가지로 이전에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할 때도 공개적 매각절차를 거쳤다. 당시 최종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곳은 HSBC와 뉴브리지 밖에 없었다.

HSBC는 80~100%의 지분 인수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반면 뉴브리지는 지분 인수의 수준에 대해 융통성 있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의식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기를 원했고, 이런 점에서 정부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게 됐던 것이다.

정부도 최근 제일은행 매각으로 50%에 해당하는 지분만큼 수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뉴브리지가 공적자금 회수라는 측면에서 기여한 것이 사실 아닌가. 제일은행이 HSBC에게 매각됐더라면 공적자금 회수액에서 2조 원 정도 차이가 났을 것이다.

***이찬근 "정부의 외자정책, 은행과 기업의 공공성 외면"**

이: 똑같은 사안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외국계 자본이 돈을 벌어간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 되도록 판을 만들어주었다. 문제는 정부가 국내 자본에 대해서는 BIS 자기자본 비율, 부채비율, 상호지급보증 해소 등의 규제를 가해 운신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 놓고 외국계 자본에게만 길을 열어줬다는 데 있다. IMF가 우리 정부더러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가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외국계 자본이 한국경제에 개입하면서 대두된 것은 일종의 '시장개인주의'다. 개별 기업이 잘 되면 경제 전체가 발전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었지만 '구성의 오류'가 생겼다. 그동안 은행의 수익성, 건전성이 높아졌고 일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지만 국민경제는 잘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경제적으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과연 발휘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점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정책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부실은행을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살리는 것은 은행은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강한 은행에 대해 건전성만 따졌던 것은 과거의 관치금융이라는 관념에 대한 과도한 역발상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은행을 인수할 때 사전인가 제도를 두는 것은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은행에 대한 사전인가 제도가 매우 엄격하다. 특히 일개 사적 자본에게, 그것도 투기적인 사모펀드에게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고 있는 은행을 넘기는 경우는 없다.

기업도 국민경제에서 투자와 고용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기업과 사회는 상생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IMF 사태 이후 외국자본이 밀려 들어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지분이 외국계로 많이 넘어갔다. 이로 인해 기업에 요구되는 투자수익률(ROI) 수준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나설 수 있는 투자기회의 폭이 좁아졌고, 비관련 투자는 봉쇄됐다. 실증적으로 외국계 자본이 많이 들어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 관련 하청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그동안 외국계 자본의 유입으로 투자 증가율과 고용 증가율은 오히려 대폭 떨어졌다.

***박병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는 강요할 수 없어"**

박: PEF(사모펀드)가 투자를 할 때 고려하는 리스크 요소는 산업자본이 투자하는 경우와 다르다.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에 투자할 때는 리스크가 낮은 상태에서 한다. 리스크가 매우 높지만 청산보다는 투자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산업자본보다는 PEF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FRB(연준)가 2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미국 저축대부은행 사태 당시 뉴브리지의 모기업인 TPG(텍사스 퍼시픽 그룹)가 나섰다. TPG는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인수했듯이 미국 저축대부은행들을 인수해 턴어라운드(회생)시켰다. 당시 저축대부은행들을 인수하겠다는 자본은 달리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의 장기신용은행이 부실화됐을 때도 PEF가 인수해 돈을 벌었다.

뉴브리지는 최근에 중국 선전개발은행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지분소유 한도를 중국 정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25%밖에 지분을 인수하지 못한 것이지만, 25%의 지분과 함께 경영권까지 확보했다. 중국 정부도 뉴브리지를 인정해준 것이다. 뉴브리지가 선전개발은행을 인수한 것은 중국에서 PEF가 금융기관 지분을 인수한 최초의 케이스다. 뉴브리지는 이처럼 하이 리스크를 떠안고 투자하는 것일 뿐이다.

외국계 자본이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의 문제에 대해 예, 아니오라고 단순하게 답하기는 어렵다. 정책의 실패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정부가 유동성의 물꼬를 주식시장에 트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뉴브리지가 하나로텔레콤에 투자할 때도 뉴브리지 외에는 아무도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다. 리스크 부담을 떠안고 투자하는 자본과 그렇지 않은 자본은 다르다. 이런 차이를 정부도 인정해줘야 한다.

***이찬근 "외국자본, 투자수익률 앞세워 오히려 투자억제"**

이: 외국에서도 PEF가 금융기관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고 소규모 금융기관의 인수에 불과했다. 대규모 은행을 인수한 사례는 없다고 봐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사적 자본에 의한 은행 인수를 허용하기 이전에 다른 대안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저축대부조합과 은행이 부실화됐을 때 서로 다른 주(州) 간 합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등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부터 거쳤다. 사적 자본에 의한 금융기관 인수는 덧붙이기 정도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박: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은행끼리의 합병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그게 여의치 않게 되어 PEF가 인수하게 된 것이다.

이: 지금 외국계 자본이 많이 들어온 국내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투자장벽 같은 게 있다. 포스코의 사외이사에게 들은 얘기인데, 주력업종과 관련이 없는 업종에 투자하고 싶어도 외국계 이사들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도 비관련 업종에 투자하려고 하면 외국계 이사들이 못 하게 막는다고 한다. 이는 자칫 한국기업의 경영성과가 해외 주주의 이익으로 빠져나갈 뿐 국내에 환류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박: 비관련 투자라고 해도 수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외국계 이사가 그렇게 반대할까 의문이다. 오히려 비관련 투자가 총수 일가의 지분 늘리기 등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신규사업이라고 하면서 비관련 사업에 투자할 때, 예를 들어 건설, 화학 등이 주력업종인 기업이 패션업에 진출한다고 할 때 건설, 화학 출신을 패션사업의 경영진으로 앉히면 누가 인정할 것인가. 그건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투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우리나라의 대기업집단은 그간 비관련 투자로 크게 성장, 발전해왔고 많은 업적도 거두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반도체산업은 비관련 투자의 성과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 한국의 대기업집단이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집단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외국자본이 이제 주요 주주로서 국내 기업의 비관련 투자를 막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에 주주로 참여한 외국자본이 대부분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금융자본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성과가 날 때까지 참고 기다리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어쨋든 외국자본의 순기능론은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 IMF 사태 당시 재벌의 방만한 투자와 관치금융에 대한 개혁론이 비등했다. 외국자본을 도입하면 선진경영이 함께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와, 저축이 투자로 연결되듯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공장설립 투자 등 이른바 그린필드 투자이든 아니든 IMF 사태 이후 외국계 자본들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의 제약을 가했다. ROI(투자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에 규제를 가한 것이다. 20~30%에 달하는 ROI를 거두어온 외국자본들이 우리 경제에 20%라는 목표를 적용한 것이다.

ROI 20%를 요구하면 우리 국민은 먹고 살지 못한다. 그 정도의 ROI는 맞추려면 투자기회가 소실되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들은 한국 기업은 빚이 많다면서 기업이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제약을 가했고, 이 때문에 은행들이 가계금융에 치중하게 됐다. 이로써 국민들의 저축이 기업의 투자로 연결되는 고리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FT(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의 기업들은 과거에 과잉투자가 심했으나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고 평가했지만, 나는 이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은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중국에 밀려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가와 주주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국내의 고용은 심하게 파괴되고 만다. 또한 외국자본 투자로 좋아지는 곳은 세계에서 몇 곳 안 된다. 미국의 경우는 통상마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투자를 하는 것이다. 유럽은 인건비가 싼 동유럽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인도와 중국도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투자가 몰리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남을 협박해 양질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유럽처럼 지역통합을 매개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중국이나 인도와는 아무리 우리가 애써도 코스트 경쟁을 할 수 없다.

다시말해 한국은 이들과 입장이 다르다. 외국자본으로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외국자본 유치로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는 어렵다.

***박병무, "의료와 교육을 산업화하고 외국인투자의 참여도 가능하게 해야"**

박: 초우량 기업은 낮은 ROI에서도 국민경제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기업은 계속적으로 영위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사회주의 경제라면 모르겠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좋든 싫든 현재의 개방경제라는 현실에서 가동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개방이 이뤄졌으나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자본들이 주로 들어왔고, 이 점이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외국자본들이 장기투자하도록 유도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는커녕 스스로 불확실성이 심했다. 그리고 어느 자본이 반기지도 않는 나라에 투자하겠는가. 내가 지금 외국자본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도 한국사람으로서 민족의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 우리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민족의식이 너무 강한 것 같다.

폐쇄경제가 아니라면 외국자본이 확실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외국자본에게 국내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하라는 것인지 막막하게 느껴진다.

의료와 교육 분야는 투자와 고용확대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한다. 실제로 여러 나라들이 이 분야를 전략산업화, 수출산업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 두 분야의 산업화에 소극적이다. 투자의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TPG는 다른 나라에서는 의료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아울러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20 대 80의 법칙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20%의 상위 고객으로부터 8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자본이 들어와 활동할 여건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외국자본이 국내에 투자하게 하려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이찬근 "한국의 부유층 겨냥한 의료, 교육 장사가 외자의 목적"**

이: 나라마다 경제의 다양성이 있다. 자본의 투자수익은 국민경제 안에서 순환돼야 한다. 유럽에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얽히고설켜 상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배권 안정을 유지하려고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주주뿐 아니라 채권자도 기업에 대해 통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채권자에 의한 기업 통제는 허약하다. 이 때문에 해외자본의 국내 기업 통제가 너무 강하게 되었다.

금융과 의료, 교육 분야에 외국자본이 기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문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면서 살아가려면 금융, 의료, 교육의 뒷받침을 받는 게 필수적이다. 이는 금융, 의료, 교육 부문이 현대 시민사회의 필수조건임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 의료, 교육 분야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으로 키우려는 시도에 앞서 이들 부문이 국민경제의 인프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건과 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료분야를 산업화해야 한다는 데는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의료의 산업화는 의료부문이 수출산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교육도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교육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부분적인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과연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외국자본이 의료, 교육 부문을 수출전략산업으로 키우는 일을 해낼지 의문이다.

의료, 교육 등을 외국자본에 우선적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외국자본들은 한국의 부유층이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해 이들에게 의료, 교육 장사를 하고 싶을 뿐이다. 외국자본이 투입돼 이 분야를 수출산업으로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박: 태국, 싱가포르, 스위스 등 여러 나라들이 의료산업 또는 교육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분야의 산업화도 하고, 경우에 따라 필요하다면 외국자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산업화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자본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에 맞게 외국자본이 이용되도록 하려면 외국자본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뉴브리지가 대주주로 있는 하나로텔레콤이 무선인터넷 사업으로 진출하지 않기로 한 것은 수익전망을 떠나 기업의 생존여부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가 나고 있는데 매년 3500억 원씩 투자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사실 외국계 자본이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투자과실 송금에 따른 세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조세협약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수익은 현지과세하게 돼 있지만 주식투자에 의한 수익은 거주지에서 과세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주식투자해서 돈을 벌었을 때 우리나라 투자자에게 최종 과세가 된다. PEF도 궁극적으로 최종 투자자의 거주지에서 과세가 되도록 하는 구조를 짜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된 것 같다. 피델리티와 같은 뮤추얼펀드가 투자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에 공과 과가 있고,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이라고 해서 모두 도맷금으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 외국계 자본도 전략적 투자자와 FT(파이낸셜 인베스터)로 나눌 수 있고, 같은 FT라도 다 다르다. 외자에 대해 통째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

한 가지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정책이 예측가능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책은 일관성이 없는 측면이 있다. 정책이 소급해서 바뀌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이: 미국의 은행은 외국인 이사의 수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대형 은행의 지분은 10% 이상은 외국자본이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형 은행의 지분은 완전히 분산되어 있고, 한 은행이 10% 이상의 시장점유를 할 수 없다. 또 정부의 각 부처들이 참여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가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외국인투자의 타당성을 점검한다. 이처럼 가장 개방적이라는 미국도 외국자본에 대한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가 아니다. 외국자본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게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규제보다 관료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 예로 우리나라의 관료들은 부실은행과 부실기업을 처리하면서 공적자금 회수라는 단일한 목표에 매달려 산업정책적인 배려, 금융의 공공성을 위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우리 기업과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적정 수준의 지분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는 외국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없이도 취할 수 있는 국내적 조치다. 그래야 기업과 은행들이 투자결정에 있어 중장기적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외국자본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외국자본이 들어와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니가 한국의 LCD 산업에 왜 들어왔겠나. 한국이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10년의 고통을 감수한 투자로 한국이 LCD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외국자본이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없는 경쟁력을 만들어내겠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신자유주의의 10년을 평가해보면, 외국자본으로는 국민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박병무 "외국자본이라고 다 같은 것 아니다**

박: 삼성전자의 지분 60%가 외국자본이라고 하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가. 우리나라 기관투자 비율이 IMF 사태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서도 5%에서 더 떨어져 4%까지 하락했다. 최근 기관투자가 활발해졌다고 하지만 7%에 불과하다. 기관투자가 없다면 개방경제에서 외국자본이 높은 지분율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는 연금의 규모가 매우 큰데도 국내 기관투자 비율이 높지 않다. 금융의 국가경쟁력을 말하지만,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금융전문가가 양성된다. 한국의 연기금 또는 KIC(한국투자공사)를 보면, 주식이나 외국 펀드에 투자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외국의 대형 PEF에 돈을 맡기는 투자자들은 GIC(싱가포르 투자청)와 온타리오 투자청과 같은 곳이나 연기금 등이 대부분인데, 그런 투자자금까지 투기자본으로 몰아붙인다면 누가 한국시장에 투자하겠는가.

KIC와 같은 곳이나 국민연금도 채권에만 투자하지 말고 투기자본으로 불리기도 하는 대형 PEF에 투자를 해서라도 자산운용 기법을 배워가야 한다. 홍콩을 보라. 금융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이 발달하면 법무, 컨퍼런싱, 택배, 상가, 음식점 등으로 부대산업이 발달하고 고용이 늘어난다.

외국자본에 대한 무차별적 반감이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별로 각각 성격과 작용이 다르다. 지금처럼 외국자본을 싸잡아 비난한다면,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외국자본이 필요하게 될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이찬근, "기업들의 국내적 안정지분 확보해야**

이: 조금 관점을 바꿔, 중국을 보자. 중국의 도시화율은 30%에 불과하다. 70%의 인구가 아직 농촌에 살고 있다는 것은 산업예비군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들로 인해 중국의 인건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 산업 양극화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거기다가 외자까지 대거 도입돼 주요 기업과 주요 금융기관의 주주로 등장했으니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계속 위축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IMF가 외환위기에서 출발해 금융위기로 연결되면서 주식시장을 외국자본이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주주자본주의적 관점이 세를 얻었다. 하지만 주주 이익의 극대화가 최선은 아니다. 주주 이익의 극대화와 기업 이익의 극대화는 다른 것이다. 주주이익의 극대화는 단기적인 실적을 중시함으로써 중장기 투자를 제약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특히 외국인 주주자본은 어차피 금융자본의 속성이 강하므로 더욱 위험하다. 이제 국내 금융기관과 주요 기업이 국내적으로 안정지분을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경영권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금융기관 상호간에, 혹은 금융기관과 기업 간에 상호 지분보유로 경영권 안정체제를 갖추는 예는 유럽과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이체방크와 알리안츠 생명은 서로 대주주다. 은행과 기업 간에는 상호 지분보유가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재무적 투자만 생각하는데, 전략적 투자와 재무적 투자를 병행할 수 있다. 이때 전략적 투자란 국내 주요 기업, 금융기관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투자를 의미한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도 지배권을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삼성생명을 계열분리하면 된다. 이건희 회장이 2%도 안 되는 지분으로 삼성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 삼성생명을 계열분리해 우리금융지주와 상호 지분을 공유하게 하고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권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는 삼성도 살고 우리나라 금융의 국적성도 방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 이사들이 왜 문제가 되는가. 그들은 한국 사정은 모르고 ROI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한국경제를 위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경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자본에 대해 정부는 '로 프로파일(low profile)'로 임해야 한다. 떠들면서 할 일이 아니다. 외국과의 관계는 매우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주주자본으로 참여한지 이제 8년 정도가 됐으니, 외국자본이 과연 국내의 경제성장과 고용에 기여하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평가 결과가 그렇지 않다고 나오고 문제가 있으면 로 프로파일로 대처해야 한다. 이 점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개방적인 경영을 하면서도 국내적 안정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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