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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열풍의 배후…거짓 정보 퍼뜨리는 '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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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 열풍의 배후…거짓 정보 퍼뜨리는 '몸 산업'

[화제의신간] 지나 콜라타의 <헬스의 거짓말>

이른바 '몸 만들기'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사람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의 헬스클럽, 동네 주민복지센터, 마을하천 둔치에서 건강을 위해, 또 좀더 멋지고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육체를 혹사시킨다. 주말마다 서울 인근 산들이 몰린 인파로 몸살을 앓는 것도 이런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끈 운동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하다. 전통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에어로빅이 눈길을 끄는가 싶더니, 달리기와 걷기가 열풍처럼 번졌다. 최근에는 '웰빙' 바람에 편승해 갖가지 요가가 유행을 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과학저술가 중 한 사람으로 <뉴욕 타임스>의 과학ㆍ의료 전문기자인 지나 콜라타가 쓴 <헬스의 거짓말(Ultimate Fitness)>(김은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은 그 대답을 찾는 데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매력을 느낀 독자는 같은 출판사에서 2003년에 번역ㆍ출간된 그의 전작 <독감>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강도 운동→지방 연소→체중 감량' 공식은 '날조된 거짓말'**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엄밀한 취재로 잘 짜여진 책이다. 저자는 1960년대 후반에 미국에서 '운동에 대한 관심'이 처음 촉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는" 운동광으로서 스스로 갖게 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의 집필에 나섰다. 그의 의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운동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 "도대체 사람들은 왜 운동을 하는가?" "사람들에게 좋은 운동이란 무엇인가?"

우선 마지막 질문에 대해 콜라타가 꼼꼼히 취재한 후 내린 결론의 일부를 살펴보자. 오늘도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천천히 걷기 운동을 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트레이너에게서, 또 언론의 건강 관련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받았을 것이다. "저강도 운동→지방 연소→체중 감량."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공식처럼 주입된 이 공식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허구'다.

이 공식을 되뇌는 사람들은 "체내의 지방을 제거하고 싶다면 몸이 지방을 연소시키도록 해야 한다"며 "(걷기와 같은) 저강도 운동을 하게 되면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방을 태우는' 효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운동의 강도가 아주 높아지면 칼로리 소비량 중에서 지방으로부터 연소되는 칼로리의 양이 10% 미만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는 총칼로리 소비량을 무시한 허점투성이다.

콜라타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운동의 강도가 높을수록 필요로 하는 에너지도 많아진다. 따라서 소비하는 칼로리의 양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 한 여성이 30분 동안 저강도 운동(걷기)을 했고, 이 운동으로 소비한 220cal 중에서 절반이 지방을 연소시킨 칼로리였다. 다음 날은 좀더 강도 높은 운동(달리기)을 30분간 해서 총 332cal를 소비했는데 그 중 지방을 연소시킨 칼로리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양쪽 모두 110cal를 지방으로부터 소비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시간 동안 고강도 운동을 했을 때 소비한 칼로리의 총량이 걷기보다 달리기를 했을 때 50%나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지방만을 태우는' 운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걷기든 달리기든 총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는 자신에게 적당한 운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살도 빠진다는 것이다(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른바 '몸짱'들은 대개 격렬한 운동을 좋아한다). 콜라타가 이런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에 대해 항의했을 때 미국의 스포츠 의학 권위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한 대부분의 유행이 그렇듯이 실제보다는 이론이 더 그럴듯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헬스 비즈니스'의 거대한 사기극…"계속 헬스클럽에 나오게 하라"**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허구'가 진실로 포장돼 널리 유통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혹시 거대한 '몸 만들기' 산업의 관계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헬스클럽에 나오게 하기 위해 이런 엉터리 이론을 조작하지는 않았을까? 실제로 이런 음모론은 '현실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고된 은행 일에 지친 콜라타의 딸 역시 운동을 좋아하는 부모를 닮아 운동광이다. 콜라타는 그의 딸이 전직을 위해 갖가지 '헬스클럽 트레이너' 자격증을 획득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거대한 사기극'의 실체를 엿본다. '몸을 만들어야 할' 절박한 저마다 이유를 들며 막대한 돈을 바치는 소비자를 '관리'하는 트레이너들이 자격증을 획득하는 과정은 한 편의 코미디다.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체육관에서 역기를 드는 법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고, 복잡한 헬스클럽의 기계를 사용법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대신 돈이 필요했다. 꽤 큰 돈을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에 내면 자격증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교재를 받는다. 그 교재의 내용도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교재에 있는 내용 대부분은 '고객에게 도움을 주려면 어떤 운동을 배워야 하는지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들로 하여금 계속 운동수업을 받게 만드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들은 그 자체로 '몸 만들기' 산업의 중심이다. 이들은 '사이비 전도사'를 양성하는 자격증을 발급해 큰 돈을 벌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새로운 방식의 운동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그와 관련된 상품들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의도에 따라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에어로빅으로, 에어로빅에서 요가로 바꿔 가며 이 산업의 덩치를 키워준다.

이것이 바로 인정하기는 싫지만 오늘날 우리들이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물론 이 과정에서 '몸 만들기' 산업과 유착해 거짓 정보를 묵인하는 전문가들과 이들이 제공하는 검증되지 않는 갖가지 건강정보를 제일 먼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언론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꼭 기억해두자.

***"운동을 한다고 몇 년을 더 살겠나? 즐거움을 위해 운동하라"**

이제 콜라타가 첫 번째로 던진 질문, '운동에 대한 진실'에 대해서 답할 때이다. 사실 그 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항상 실천이 문제인 법이다.

"사람들은 운동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보다 오히려 건강의 지표로서의 운동에만 더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려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운동을 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오히려 운동을 더 좋아합니다. 운동의 진정한 가치는 장수라든가 하는 추상적인 건강상의 이익에 있지 않습니다. 운동을 한다고 몇 년을 더 살겠습니까, 몇 달을 더 살겠습니까? 운동을 하는 진짜 이유는 운동을 할 때나 끝냈을 때 기분이 좋기 때문이죠. '건강의 여신'은 그만 제 집으로 가라고 하십시오. 운동의 진실은 운동을 하는 즐거움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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