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우회, 식약청장ㆍ적십자사 총재 고발

"불량 혈액 유통시키고, 혈액 안전 관리 소홀"

적십자사가 공급한 '에이즈 오염 혈액'으로 만든 혈액제제를 투여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혈우병 환자들의 모임인 '한국코헴회'는 7일 오전 김정숙 식품의약품안전청장과 한완상 대한적십작사 총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코헴회는 △김정숙 식약청장과 식약청 직원들에 대해서는 에이즈 오염 혈액이 혈액제제 원료로 그대로 공급됐음에도 제조공정 투입중지 요청을 지연하고 제조된 혈액제제를 그대로 유통시킨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로 △한완상 적십자사 총재에 대해서는 부실한 혈액안전 관리로 에이즈 오염 혈액을 유통시킨 책임을 물어 '혈액관리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출혈이 멈추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혈우병 환자들은 혈액을 응고시키기 위한 혈액제제를 투여받을 수밖에 없다"며 "혈액 응고제는 그 원료가 사람의 혈액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료가 되는 혈액이 오염됐을 경우 환자가 감염될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특히 혈액으로 감염되기 쉬운 C형 간염, 에이즈 같은 전염병은 치명적이고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이 때문에 혈액안전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이처럼 혈액관리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 혈우병 환자에게 생명과도 같은데도 오염된 혈액이 유통돼 환자들의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에이즈 오염 혈액이 혈액 응고제의 원료로 유통됐는데도 식약청과 적십자사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고발에 나서게 됐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1500여 명의 혈우병 환자가 있다. 특히 이 혈우병 환자의 3분의 1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그 중 145명이 C형 간염 발병 환자로 파악되는 등 혈액제제 투여에 따른 감염 불안이 심각한 상황이다. C형 간염은 감염 경로의 80% 이상이 혈액에 의한 직접 감염으로 파악되는 전염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