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혈액 안전사고의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한적십자사의 구태의연한 행태가 잇따라 폭로되고 있다.
적십자사는 국세청, 사법연수원 등 사회적 명망이 있는 곳에만 헌혈 현장을 관리할 의사를 보내고 있고,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에게 상품권을 돌리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헌혈 현장에서 '의사선생님' 보기 힘들어…"**
국회 보건복지위의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적십자사가 제출한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개월간 전국 16개 혈액원이 실시한 4138건의 단체헌혈 중 의사가 직접 현장을 관리한 경우는 272건으로 전체의 6.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한 경우는 경기혈액원으로 7개월 동안 278건의 단체헌혈이 있었으나 의사가 참여한 단체헌혈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서울 남부혈액원의 경우도 343건의 단체헌혈 과정에서 의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관리한 것은 5건에 불과했고, 서울 서부혈액원도 198건의 단체헌혈 과정에서 단 4건에만 의사가 참석했다.
적십자사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헌혈 부작용 사고 등을 막기 위해 각 혈액원별로 의사를 고용해 헌혈자에 대한 건강관리를 포함해 혈액안전 관리를 맡기고 있다. 특히 단체헌혈은 대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헌혈 부작용 사고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실제 헌혈 현장에서 의사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국세청, 사법연수원 등에는 의사들이 나타난다"**
물론 의사들이 꼭 나타나는 단체헌혈 현장이 있다. 바로 사회적 명망이 있는 곳이다.
서울 중앙혈액원의 경우 483건의 단체헌혈 중 의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헌혈관리를 한 것은 10건이었다. 이 10건을 살펴보면 국세청, 사법연수원, 일산백병원, 삼성생명, 조흥은행(본점), LG카드(본점), 여의도순복음교회, 국방부, 미8군 등 사회적 명망이 있는 곳이었다. 헌혈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어린 학생들이 많아 특히 헌혈 부작용 사고 가능성이 높은 학교, 군부대는 외면했다는 것이다.
장향숙 의원은 "혈액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단체헌혈 현장 관리의 빈도를 높여야 할 뿐 아니라 헌혈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공중보건의사를 혈액원에 파견하는 것과 같은 인력확충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감 전 보건복지위 일부 의원에게 상품권 돌려"**
적십자사의 구태를 벗지 못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적십자사는 국감 전에 일부 보건복지위 국회의원에게 상품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한나라당 보건복지위 간사인 박재완 의원은 7일 오전 적십자사 국감 질의에 앞서 "국감 전 지난 달 20일 쯤 적십자사 기획예산팀 김모 씨 등 2명이 상품권을 갖고 왔다"며 "피감기관이 국회의원에게 상품권을 돌리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런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한완상 적십자사 총재는 "사실이라면 질타 받아 마땅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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