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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준공 앞서 '초록 가면' 벗은 이명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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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준공 앞서 '초록 가면' 벗은 이명박 시장

[기자의 눈] '경부운하' '초고층 건물' 계획을 보며

청계천 복원 준공식을 앞두고 이명박 서울시장이 각종 대규모 개발계획의 청사진을 무더기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시장은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밝힌 데 이어 시장 임기 중에 '잠실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의 국제비즈니스센터'를 각각 강남ㆍ북을 상징하는 초고층 건물로 임기 중에 착공할 의지도 밝힌 것이다.

***"서울과 부산 500㎞ 잇는 '경부운하' 건설할 것"**

이명박 시장은 28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할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고용 창출, 내수 확대, 국토 균형 발전 등 그 경제성이 놀라울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가 될 경우 이를 공약으로 제시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시장은 "현재 서울에서 부산까지 물류비용이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것보다 조금 더 비싼 것으로 나온다"며 "(내륙에 물길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약 500㎞의)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수자원 확보, 미래 레저산업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개인적으로 도심 한가운데서 대공사를 한 청계천 복원보다 경부운하 건설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며 "운하 건설 과정에서 나오는 모래와 자갈로 공사비 50% 정도를 충당할 수 있고 독일이 라인강을 개발할 때처럼 주식회사를 세워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도 있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예시했다.

***"잠실과 상암동에 서울 강ㆍ남북 상징하는 100층 이상 건물 지을 예정"**

이명박 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부운하 건설 의지를 밝힌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2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잠실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DMC 내의 대형 건물을 임기 중에 착공할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과거를 복원하는 것도 좋지만 서울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해 현대적인 기념물은 많지 않다"며 "잠실 제2롯데월드와 상암동 DMC 건물을 임기(2006년 6월) 내에 허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임기 안에 이 건물들을 착공해 강ㆍ남북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상징물)가 되도록 초현대식 건물을 지을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잠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롯데그룹 측이 당초 200층의 초고층 건물로 추진했으나 건축 허가 등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는 112층으로 건축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이 시장이 초고층 건물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최근 150층 정도로 다시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암동 DMC 건물도 현재 130층으로 추진 중이다.

***'낡은 개발주의자' 이명박 시장의 '정체' 까발려지나**

이명박 시장의 이런 구상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 넘어야 할 갖가지 장애물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렵거나 설사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숱한 문제를 야기할 게 틀림없다. 여기서 짚어보고 싶은 것은 이런 계획들을 통해 새삼 이명박 시장의 '정체'가 국민들 앞에 까발려졌다는 사실이다.

준공을 하루 앞둔 청계천 복원은 일부 언론의 '과대포장'에 힘입어 '낡은 개발주의자'의 모습을 탈피하지 못할 것 같던 이명박 시장에게 '초록' 이미지를 안겨줬다. 앞으로도 '겉으로나마' 복원된 청계천은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이명박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계기가 될 것이다. '회색 도시' 서울 한복판에 (비록 인공적인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개천이 흐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에 목말라 있는 시민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 준공식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스스로 자신을 감싸고 있던 '초록 가면'을 아주 과감하게, 그것도 스스로 벗어던졌다. 그는 본인이 박정희식 개발주의를 여전히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낡은 개발주의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근대적인 치수 사업에 대한 욕망을 통해 거침없이 드러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이명박 시장의 '포부'를 통해 초록색으로 덧칠해져 있는 청계천 복원 역시 그 본질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다름 아님이 백일하에 드러난 점이다. 그에게는 애초 서울을 지금과는 다른 '생태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꿈도,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도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명박 시장 발목 잡을 것**

이명박 시장은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가 새삼 이 시점에서 경부운하라는 '평범하지 않은'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이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추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40년 전처럼 이제 경부운하로 마지막 목표를 향해 도약을 시작했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 그의 발상은 3년 전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대형 토목공사를 공약으로 내걸어 재미를 봤던 것과도 닮은꼴이다.

하지만 그의 도약은 썩 순조롭지 않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문제로 큰 곤욕을 치른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당장 서울 강ㆍ남북의 초고밀도 개발을 상징하는 두 건물은 건축 과정에서부터 갖가지 문제로 차기 대통령 선거 내내 그를 골치 아프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 사업 도중에도 '악취'가 진동하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부운하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명박 시장의 바람과는 달리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은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 군말 없이 '박통' 하는 일을 따랐던 이들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줄줄이 이어진 각종 환경 갈등은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서울시장이 되는 데 청계천 덕을 톡톡히 본 이명박 시장은 이제 경부운하로 용이 돼 비상하길 꿈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그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 속담을 믿는 모양이지만, 이미 사람들은 그의 화장 하지 않은 맨얼굴을 보아버렸으니. 콘크리트와 철근 골조로 엮인 그의 잿빛 이미지를 국민들이 과연 자신들의 미래로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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