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에 이어 이번엔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유치를 '정치상품화'하고 나섰다.
이 시장은 27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월트디즈니와의 테마파크 유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을 이뤄냈다"며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서울 근교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년 초에 공식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전성수 서울시 투자유치담당관의 말을 인용해, 디즈니 사가 디즈니랜드를 과천 서울대공원 근처에 짓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씨는 그러나 디즈니랜드 건설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발언만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디즈니랜드를 서울 근교에 유치하는 방안에 관한 서울시와 월트디즈니 사이의 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에 이르렀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전성수 씨 등 서울시 관계 공무원들의 말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디즈니랜드 유치협상이 확정되기도 전에 미리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정치인이 띄우는 애드벌룬이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이, 이번 이 시장의 애드벌룬도 다분히 정치적인 이익계산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 복원공사의 1단계 완공으로 이 공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은 이제 어느 정도 얻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디즈니랜드'라는 상품은 대중성은 물론 '투자유치'라는 명분, 더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는 경제적 실리의 홍보 가능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일까? 혹여 정치적 상품으로서 디즈니랜드의 가치를 확인해보고 싶어 초조했던 것일까?
디즈니랜드를 과천 서울대공원에 유치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서울시민과 과천시민들은 물론 정부 관계당국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일 것이다. 그것이 유발할 수 있는 환경, 교통, 문화 등 다방면의 영향을 두루, 그리고 미리 충분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월트디즈니는 단순한 놀이공원 업체가 아니라 미국의 거대한 복합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체다. 서울 근교에 디즈니랜드를 여는 것은 놀이공원을 하나 더 갖게 된다는 차원을 넘어 여러가지 사회문화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상지대학교 교수)은 이 시장의 디즈니랜드 유치와 관련해 "20세기 한국의 대표적인 개발업자였던 이명박 시장이 21세기에 놀이업자로 '변신'하려고 한다"며 "서울의 생태 및 문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이고 천박한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이미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만으로도 서울의 테마파크는 포화상태인데, 서울랜드 자리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선다고 해서 얼마나 경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디즈니랜드 유치의 효과로 내세우는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활성화는 단지 이 시장 개인의 바람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홍 위원장은 "이 시장의 시도는 세계적인 초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의 아시아 교두보를 서울시가 자처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계천이 며칠 뒤에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인 시점에 이명박 시장은 또 하나의 거대한 개발계획을 터뜨린 셈이다. 이런 이 시장의 행보는 그가 국민의 생활고를 해결하고 국민의 행복을 지향하는, 요즘 유행어로 '진정성' 있는 대권주자라기보다는 외관상 그럴 듯하게 보이는 화려한 정치상품을 팔아 대중적 인기를 끌어모으려는 '영합형' 대권주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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