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연 개신교 신자와 목회자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발언자로 나선 용진교회 정정수 장로는 4대강 사업으로 수십 년 동안 일궈온 농토를 잃게 된 팔당 지역 농민의 현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이어나갔다. 4대강 사업 구간에 포함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서 6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105년 전 팔당에 터를 잡은 용진교회의 장로이기도 하다.
정 장로는 "팔당댐 건설로 한 차례 땅을 잃은 팔당 농민들에게 친환경 유기 농업을 적극 장려해온 정부가, 이제 와서 4대강 사업을 한다며 묵묵하게 일해온 농민을 몰아내고 있다"면서 "정부는 대체 부지를 마련해 계속 농사를 짓게 해준다지만, 개인 사유지를 임대한 것에 불과한 대체 부지에서 인증을 받기까지 5년은 걸리는 유기 농사를 지으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서 "지난 1년 동안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싸움을 해오면서, 농민들이 많이 지치고 힘들어 한다"며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어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설교를 맡은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김경호 목사는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홍수를 예방하고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면서 "강을 파괴하고 한반도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사업을 중단하고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기도회를 마치고, 찬송가를 부르며 목회자들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앞으로 행진을 이어나갔다.
▲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들이 서울 정동 성공회주교좌 성당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 개신교 단식 기도처 앞에서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기도회 참가자들. ⓒ프레시안(선명수) |
이에 앞서 기독교행동은 지난 25일부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앞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하고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단식 기도회'에 돌입했다. 이번 단식 기도회는 목회자 5명이 계속해서 단식 기도를 벌이고, 나머지 신도와 목회자가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내달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들은 단식에 돌입하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창조 세계를 보전하고 돌보는 일이 이 시대에 가장 소중한 사명임을 자각하고, 4대강을 지키기 위해 금식을 선포하고 기도에 들어간다"며 "이는 누구를 탓하자는 것도, 정치적인 발로도 아니며, 다만 생명이 존중받는 생명 평화의 세상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신교의 단식 기도 돌입으로 불교·천주교·개신교 등 3대 종단의 목회자들이 서울 각지에서 한꺼번에 단식 기도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1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단식 기도회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25일엔 불교계의 지관 스님이 서울 조계사 앞에 '서울선원'을 개원하며 단식 수행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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