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유럽의회 대표단과 만나 제4차 6자회담에 대해 "의례적인 회담이 아닌 실질적인 결과를 원한다"고 말했으나 남한이 내놓은 '중대 제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표단은 북한을 방문한 소감을 '생존'이라는 단어로 함축해 표현했다.
***김계관 北부상 "6자회담서 실질적 결과 원해"…'중대제안'에는 반응 안 보여**
우르술라 스텐젤 유럽의회 한반도분과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유럽의회 대표단은 15일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의 방북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통'으로 알려진 글렌 포드 영국 노동당 의원 등이 포함된 대표단은 북핵문제 해결 지원 및 남북관계 논의를 위해 방북한 데 이어 14일 서울에 왔다.
스텐젤 위원장은 "제4차 6자회담을 앞둔 시의적절한 때에 방북하게 됐다"면서 "북한 관료들은 우리를 따듯하게 맞아줬으며 최근 베이징에서 돌아온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계관 부상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7월말 6자회담 복귀를 결정했다.
김계관 부상은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의례적인 회담이 아니라 실질적 결과를 원한다"면서 "미국과의 긴장을 감안해 동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이어 "'패키지 딜(deal)'과 상호간 신뢰가 필요하며 체제 인정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양국은 지난 제3차 6자회담에서 행동 순서를 둘러싸고 상호 불신 때문에 '동시 행동'과 '선 핵폐기'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는 회담 복귀 결정 배경에 대해 "미국의 태도 변화 때문이지 북한이 바뀐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 방북 대표단에게 남한이 제의한 '중대 제안'에 대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6자회담서 쉽고 빠른 결과 기대 못해"**
유럽의회 대표단은 북한 관리들과의 이같은 만남 결과와 관련 "6자회담에서 쉽고 빠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긴장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이번 회담을 환영하며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또 "EU 의회는 북미 양측이 현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를 촉구하며 이를 위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후 중유공급을 재개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보유 여부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HEU를 보유하고 있고 우라늄을 리비아에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검증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유럽의회에서 그같은 주장에 대한 신빙성 평가 공청회를 열 것을 촉구했다. 대표단은 아울러 "북한은 HEU를 가동시킬 청사진은 갖추고 있지만 진행중인 프로그램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北 WTO 옵저버 자격 확보 추진, 핵심 키워드는 생존"**
대표단은 이어 "북한은 지난해 실시된 경제 개혁 조치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WTO 옵저버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WTO 사무국과 접촉중"이라며 "WTO 옵저버 지위는 당초 이라크가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로 이라크는 이미 가입했으므로 북한도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WTO 옵저버 지위 획득과 관련한 의지 표명은 북한의 대외 개방 정책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나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한편 대표단 가운데 한 인사은 방북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병원 부지 땅에서도 경작을 할 정도로 북한 정권과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들 대표단은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유럽의 사회주의권 붕괴, 대북 제재,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에서만 찾는 북한 정부 관리들에 대해 내부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표단은 북한이 경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임금과 상품가격 인상 등 시장주의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산업 전반에 대한 개혁은 성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개혁의지는 있으나 '제반 상황'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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