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 대사가 오는 9월경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미 대사직을 맡은 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고 북핵 문제와 6자회담 협의가 본격화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개인적인 욕심'이 너무 앞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홍석현 대사, "9월경 유엔 사무총장 출마선언"**
홍석현 주미 대사는 지난 9일 일부 특파원들과 운동을 한 뒤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거가 내년 말에 있으니 이를 위해 늦어도 올해 중으론 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 결정이 나는 대로 오는 9월 전후로 이를 가시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일부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홍 대사는 공식 출마선언 시기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는 9월이나 부산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가 열리는 10월에 할 수 있다"며 "차기 총장은 아시아 몫이 될 공산이 크며 이를 위해 이미 4~5명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승산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로는 태국의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부총리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고촉통 전 총리,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 필리핀의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등으로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단일 후보로 결정된 사티라타이 부총리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연임 중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12월에 끝나며 후임 선출은 내년 11월 전후에 있을 예정이다.
홍 대사는 이와 관련 북핵 문제 때문에 사무총장 출마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유엔 사무총장이 분단국에서 나오긴 힘들지만 북핵 문제가 잘 풀리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면서 "주미 대사직 수행과 유엔 사무총장 출마가 충돌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 워싱턴 부임 전인 지난 2월 15일 외교부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어느 적당한 시점이 될 때 정부가 도와준다면 (유엔 사무총장) 꿈을 갖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국인이 그 자리를 맡게 되면 한반도의 여러 문제를 관리하고 국제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로 외교 역량 모아도 모자랄 판에...' 비판 불가피**
그러나 홍 대사의 이런 발언은 북핵 문제와 6자회담이 본격화되면서 주미 대사의 역할이 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적인' 일로 국가 대사를 그르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홍 대사는 또 지난 2월 주미 대사에 임명된 뒤 바로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 의사를 밝혀 "주미 대사 자리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데 부임한 지 불과 4개월여만에 다시 '의욕'을 분명히 함으로써 같은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홍 대사 말대로 '한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한반도의 여러 문제를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그도 인정하듯 이는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모든 외교적 역량이 북핵 문제 해결에 투자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출마 선언 이후 외교 자원이 분산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