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밝힌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지원하는 계획은 실현 가능한 계획일까. 원자력 발전소 2기 분량인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 제공하는 이번 계획의 타당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발전량 남한 17분의 1 수준…전력 공급 시급**
우선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현재 북한의 발전량은 196억㎾h(2003년 기준)로 남한(2004년 기준 3421억㎾h)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은 시설의 노후화 때문에 설치된 설비의 이용률도 20% 수준이어서 지속적으로 전력난을 겪어 왔다.
당장 남한에서 보내는 200만㎾의 전력을 북한에서 이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남북한이 사용하는 주파수(60㎐)가 동일한 데에다, 북한 전기 제품도 남한과 동일한 전압(220V, 110V)을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규모인 200만㎾의 전력량도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정동영 장관도 밝혔듯이 계획대로라면 2008년에 남한에 200만㎾를 상회하는 전력 여력이 생길 전망이기 때문이다. 북한에다 원자력발전소 2기를 짓지 않는 대신 그만큼을 남쪽에서 공급하는 것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도 이런 논리적 근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송전선로 네트워크 건설 쉽지 않아-대형 송전망 부작용 생길 수도**
오히려 문제는 남한에서 200만㎾ 전기를 북한으로 보낼 송전선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현재 남한은 345만V짜리 송전선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북한은 22만V짜리 송전선로를 이용하고 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변환장치를 달아 이를 단일화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의 경우에는 송전선로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전력을 공급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남한의 경우 통상 송전선로 20㎞를 까는 데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지가 보상, 설계 등에 통상 8~9년, 절차를 앞당긴다고 해도 5년은 족히 걸리는 게 현실이다.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양주~평양 간 200㎞ 구간을 비롯해 전국의 미비한 송전선로를 구축하는 것이 2008년까지 가능할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장관은 양주~평양 간 200㎞ 구간의 송전선로 건설에 5000억 원, 변환설비 건설에 1조 원이 각각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으나 이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50여 년간 대형 송전망을 건설하면서 환경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남한의 문제를 북한에 그대로 재연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당진, 울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전자파 위험이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돼 왔다. 이번 계획으로 현재 남한 사회가 안고 있는, 대단위 발전소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대형 송전망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북한에서 그대로 반복될 수도 있다.
***환경단체, "정부 발상 전환해 전기·열 동시 해결 가능한 열병합 발전 지원해야"**
이런 점을 고려해서 환경단체는 정부에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현재 북한은 송전선로와 같은 전력 인프라가 거의 전무한 상황인 만큼 지역마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와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송전선로 대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북한에 천연가스를 지원하게 되면 북한에서는 이를 이용해 언제든지 고효율의 전기, 냉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열병합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새롭게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북한에 절실한 전기와 열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열병합 발전 기술을 지원하고 북한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가 보급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은 이산화탄소가 적게 배출돼 환경에 대한 부담이 적고, 원자력·화력 발전과 달리 발전할 때 발생하는 폐열을 냉ㆍ난방에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발전소의 발전 방식(효율 40% 미만)에 비해 두 배 이상(9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요 관리 통해 잉여 전력 공급해야"-"남한 저소득층부터 지원하라"**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번 대북 지원이 남한의 원자력 발전을 확장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환경연합은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는 사업이 남한에 원전을 증설하는 명분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에 지원될 전력은 잉여 발전설비를 가동해 생산하거나 범국민적인 전력 소비 줄이기 운동을 통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공급 위주의 전력 정책을 수요 관리 중심의 정책으로 변경한다면 충분히 북한과 전력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에너지시민연대는 "전기가 남아돌면 남한의 저소득층을 위해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시급한 것은 현재 남아도는 전력을 저소득층에 지원하고 이를 위한 지원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한 사회의 에너지 소외가 극복될 때 북한과의 연대 역시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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